Column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경일의 경영리더십 - 경영 목표를 높게 세울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소장
해수면의 하강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침체로 위기를 맞은 기업은 기존의 관념을 깨고 더 높은 경영 목표를 세워야 한다.

▎매해 약 7200여 명의 경영자들이 에베레스트를 찾는다. 이들은 에베레스트에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눈부신 신차원의 경영 세계를 바라보며 높은 목표를 세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주요 전환점이 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8년이 지났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

기업들의 ‘안방’인 내수시장 침체는 경제 환경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제까지 보호막 아래서 유지되던 시장은 소멸하고 신흥 강자들의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초증발, 신출현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이 진화하는 과정은 성쇠를 거듭하는 문명사를 빼 닮았다. 경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은 불가피하게 눈앞에 우뚝 선 하나의 뚜렷한 도전 과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이런 때 경영자는 단기적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 성장 과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탁월한 환경 인식과 변화에 대한 주도 면밀함이 요구된다. 독수리가 강풍 속에서 바람의 힘을 이용해 높게 날아오르듯 위기는 기업에게 오히려 높은 경영 목표를 세우고 성취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영 목표를 높게 세울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에임 하이(Aim High)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필자는 올해 초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에베레스트 등반의 필수 코스인 베이스캠프 설영(야외에 천막을 치는 것)의 위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에 다시 주목했다. 이 변천사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도전을 찾을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올드 베이스캠프와 뉴 베이스캠프로 나뉜다. 원래는 올드 베이스캠프만 있었다. 뉴 베이스캠프가 생겨난 것은 다름 아닌 빙하 때문이다. 최근 해수면의 하강, 빙하 침하로 천막을 치는 위치가 해발 5364m에서 5380m로 높아진 것이다. 등반가들은 침하한 빙하 근처가 아닌 빙하의 위 끝자락으로 이동해 베이스캠프를 쳤다.

곳곳에 크레바스(빙하에 생긴 좁고 깊은 틈)가 있는 위험지대를 지나 뉴 베이스캠프를 친 것은 기존의 위험에서 미지의 위험으로 이동한 것이다. 위험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위험을 선택한 것이다. 이 곳은 어제 지나온 위험이 아닌 미지의 위험을 맞는, 새로운 등정의 시작점이다. 뉴 베이스캠프를 기업 경영에 비추어보면 새로 세운 야심 찬 경영 목표와 통한다. 바뀐 환경에 맞서 더 큰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정상 공략의 조건이다.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기업이 남다른 성과를 이루려면 어제와 다른 차원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록 갱신의 의지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등반은 산이 아닌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기업 역시 높은 목표를 갖고 쉼 없이 나아갈 때 경영의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목표가 낮으면 도전에 성공해도 성취감이 별로 크지 않다. 동네 뒷산에 올라갔을 때 가뿐함은 느낄지언정 큰 감흥에 젖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진화를 거듭한 등반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요즘은 해발 2840m에 위치한 산악 비행장 루클라에 경비경기로 짐과 짐꾼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하지만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을 때 인도 북동부에 있는 보급기지에서 오로지 인력으로 무거운 짐을 져 올렸다고 한다. 3000m급 고개를 몇 개나 넘고 무덥고 습도 높은 골짜기를 지나 240km 이상을 걸었다. 이처럼 인류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반의 성공은 지난하고 지루한 과정이었다.

고산은 고통을 부른다. 인간은 누구든 5500m 이상에 오르면 신체적 고통에 시달린다. 약간의 힘을 들이는 데도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며 체력 소비가 굉장히 크다. 바로 이곳이 정상 도전에 나서는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이다. 베이스캠프에 섰을 때 새로운 도전의 큰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높은 목표를 향한 고통이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대에 도전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하려는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또 그 같은 도전과제가 진정한 혁신을 향한 의지, 즉 ‘진(眞)혁신’에서 나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세운 목표가 크고 원대해 반드시 도전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라. 이것이 핵심이다. 이런 마음 상태에 이르렀을 때 완전한 혁신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오늘 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과정인지도 살펴보자. 등반사에서 보면 어떤 길로 가든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던 등정주의보다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등로주의가 주목 받고 있다. 기존의 사고와 조직을 얽어 매는 관습, 규율, 법칙, 제도 등을 깨뜨릴 때 새로운 루트가 열린다. 사업이 지닌 본질에 대한 혁신이 바로 이것이다.

경영전략가이자 경쟁우위 전문가인 제이 바니는 21세기 초경쟁을 뚫고 나갈 전략으로 다음의 4가지를 제시했다. ①남다른 가치를 지녀야 하고(valuable) ②희소성이 있어야 하며(rareness) ③다른 기업이 자사의 역량을 모방하기 어려워야 하고(hard to imitate) ④경쟁사가 이를 대체할 만한 역량을 찾기 어렵거나 불가능해야 한다(hard to substitute). 기업은 이 가운데 하나만 갖춰도 지금의 험난한 경영의 산을 오르는데 어려움이 한결 덜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21세기의 혁신 방식이다.

경영자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창조, 영감, 초영역 같은 새로운 환경의 도래를 알리는 용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 기존의 관념과 목표를 바꿔야 한다. 기존에 자신이 이룬 성취를 갱신하려는 노력만이 경영 목표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전경일 -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인문과 다른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통섭적 관점을 연구한다. 저서로 『이끌림의 인문학』과 『창조의 CEO 세종』등이 있다.

201503호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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