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2015년은 양띠해다. 양은 착하고 의롭고 아름다운 동물로 통한다. 착함(善), 올바름(義),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등의 한자가 바로 양(羊)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새해는 괴물처럼 흉하게 그려지고 있다.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이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2015년 경제는 총량 지표에서 겨우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그런대로 세계 경제의 회복흐름을 견인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은 뒷다리를 접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딱 그 중간일 것이란 관측이지만, 갈수록 비관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 주식시장이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유독 지진아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한국의 기업들은 지금 해 저문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 같다. 추격해 오는 들짐승들의 울부짖음은 점점 크게 들리는데 산을 빠져나갈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누가 그런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 답답함을 더 한다. 말로만 경제살리기를 외칠 뿐, 뭐 하나 막힌 곳을 뚫지 못하고 있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별로 없다. 2017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피크를 치고 줄어들기 시작한다. 2018년이면 40대 후반의 주력 소비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한다. 일본의 전례에 비춰 인구절벽에서 미끄러지면 디플레이션 골짜기로 나뒹굴 위험이 커진다. 인구통계 전문 분석기관인 미 덴트연구소는 “한국이 인구절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지고 코스피지수는 100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한국이 절벽을 넘어 건너편 땅에 무사히 도착 할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우리에겐 희망의 구름다리가 있다. 바로 남북한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남북한이 경제 협력을 재개해 인적·물적 교류를 하게 되면 인구감소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더구나 북한 개발수요를 겨냥한 외국 기업과 투자 인력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 굳이 이민정책을 쓰지 않아도 한국은 ‘기회의 땅’을 찾는 세계 각국 비즈니스맨들로 북적일 것이다.남북한 경제교류 재개는 북한을 도와주는 시혜적 차원을 넘어 우리에게도 절실한 과제로 인식 할 필요가 있다. 2015년은 그 단추를 다시 꿰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당장 5·24 대북 경제제재조치부터 풀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 업체를 늘리고 외국 기업들과 함께하는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남북한 관계 개선만큼 좋은 상황 반전의 카드는 없다. 미국도 쿠바와 국교정상화의 다음 수순으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통합진보당 해산 조치 등 국내 이념 갈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를 덮어버릴 통 큰 카드로 남북 관계 개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또 다른 구름다리는 역시 경제 구조개혁의 완수다. 줄어드는 생산·소비 인구 문제의 특효약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설사 인구가 줄어도 소득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수출 경쟁력도 다시 좋아진다. 양띠해, 박근혜 대통령이 심기일전해 구조개혁과 남북관계 개선의 승부수를 띄우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