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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사려 시작한 주식투자김 교수는 부산방직 지분 공시 이후 언론에 자주 거론되면서 자신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란다. “사실 언론에 소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화학분야 연구와 관련해 신문과 방송에 50번 정도 나왔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겁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사람들이 정말 돈을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김 교수는 지난 2010년 1월 세계 최초로 초탄성·무결점 단결정 금속 나노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화학 박사다. 같은 해 8월에는 절반-금속성을 갖는 규화철 나노선을 최초로 합성해 ‘차세대 스핀전자공학’에 필수적인 스핀 주입(spin injection) 물질을 개발하기도 했다.서울대 화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통계역학으로 석사를 마친 후 미국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화학’에 빠져 있던 그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1986년 경북대학교 교수로 첫 출근 하던 날 우연히 같은 학교 의대에 재학 중이던 초·중학교 동창생을 만났다고 한다. “그 친구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다 재수한 뒤 경북대 의과대 1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의과대학도 가르치고 있었던 터라 마주치게 된 거죠. 그런데 그 동창생과 마주친 순간 20년 후에는 이 친구가 나보다 훨씬 부자가 돼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04년 김 교수는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된다. 전문의가 된 그 친구는 외제차를 타고 온데다 동창회의 밥값을 모두 계산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외제차를 사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김 교수는 그날로 주식공부를 하기 위해 책 200권을 사 6개월을 읽었다고 한다. “공부하면 할수록 외제차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이론대로라면 당시 국내 주식시장은 너무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모은 돈이 3억원이었다.그는 실전투자에 들어가기 전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내놓는 기분석리포트를 읽었다. 김 교수가 처음 선택한 기업은 ‘태평양화학’과 ‘제일기획’이었다. 이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알게 되면서 소형주로 관심을 돌렸다. ‘삼광글라스’와 ‘에프앤에프’를 찾아낸 것도 이때다. 김 교수는 삼광글라스를 2005년 5000원에 매수해 이듬해 3만원대에 매도했다. “단기간에 6배가 오르자 팔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지난 4월 14일기준) 삼광글라스의 주가는 8만8500원이다.
저평가된 부산방직 주식으로 대박‘부산방직’을 처음 알게 된 것도 2005년경이다. 당시 부산방직이 부방테크론과 합병한다는 기사가 났다. 이를 유심히 본 김 교수는 부산방직이 어떤 기업이 찾아봤다고 한다. “당시 부산방직의 시가총액이 50억원이었는데 순자산이 400억원이 넘었습니다. 시가총액이 말도 안되게 저평가 돼 있었죠. 바로 부산방직을 매수했습니다.” 그가 매수한 지 두 달여 만에 부산방직의 시가총액은 300억원대로 올랐다. “시가총액이 오르자 부산방직을 매도했습니다. 부산방직 주가는 이후 큰 이슈 없이도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꾸준히 매매했죠.”부산방직과 합병한 부방테크론은 나중에 리홈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그리고 리홈은 2009년 웅진텐의 생활가전 사업부를 인수하며 밥솥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교수는 여기에 주목했다. 백화점에 갈 때마다 가전매장을 둘러보고 진열된 밥솥들을 살펴보며 ‘리홈쿠첸’에 관심을 뒀다. 그런데 쿠첸밥솥은 안보이고 경쟁사인 쿠쿠의 밥솥만 진열돼 있었단다. 쿠첸 밥솥이 푸대접을 받는 이유가 궁금하던 찰나 시장에 변화가 나타났다. 쿠첸밥솥이 진열대 맨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김 교수는 학회를 위해 일본에 다녀오면서 밥솥사업에 확신을 가졌다. “과거에는 일본기업이 만든 밥솥이 최고였습니다. 저희 집도 일본 밥솥을 썼죠. 그런데 학회에 다녀오면서 면세점에 있는 일본 밥솥을 보니까 10년 전과 비교해 디자인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이러다 전 세계 밥솥시장을 쿠쿠와 쿠첸이 점령하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김 교수는 리홈쿠첸이 아닌 리홈쿠첸의 지분 117.7%를 보유하고 있는 부산방직을 매수했다. 왜일까. 부산방직의 시가총액(4월 14일 기준 580억원)이 리홈쿠첸의 지분가치(773억원)보다 낮은 점이 투자 매력을 다가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리홈쿠첸은 지금 분할을 앞두고 있다. 핵심 사업부인 리빙과 유통, 전자부품 등 3개 사업부를 독립시켜 오는 8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리빙사업부를 신설해 자회사인 쿠첸으로 전환하고 기존 법인인 리홈쿠첸은 지주회사인 부방으로 전환한다. 김 교수는 리홈쿠첸의 분할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을 기회가 돼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이슈에 약하더라고요. 약인지 독인지 모르고 무조건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오류는 저에겐 기회, 그리고 저의 오류는 저의 고뇌입니다(웃음).”김 교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칭기즈 칸이다. 칭기즈칸은 끝없이 반복되는 실용적 학습 훈련과 적용을 통해 전투 할 때마다 새로운 전술을 구상했다. 수많은 전쟁에서 한 번도 똑같은 전술을 쓰지 않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김 교수 역시 기업마다 투자전략을 달리 한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를 들려줬다. 기상청의 발표와 상관없이 매년 12월 15일전에 강추위가 시작되면 에프앤에프의 주식을 매수한단다. “2006년, 2007년, 그리고 지난해에도 에프앤에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라 저의 반복적인 학습과 경험을 믿습니다.”
정부 정책에 주목해 투자 기업 선택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