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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 유컴테크놀러지 대표 

골프 IT 업계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다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세계 최초로 음성안내 골프거리 측정기 ‘보이스캐디’를 개발한 김준오 유컴테크놀러지 대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골프 IT 업계 강자로 우뚝 선 그는 “유컴테크놀러지를 세계적인 스포츠 IT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이스캐디로 골프 IT 시장을 이끌고 있는 김준오 유컴테크놀러지 대표. 그의 최종 목표는 세계적인 스포츠 IT 기업의 CEO가 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골프 시뮬레이터와 골프거리 측정기 시장은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골프거리 측정기는 캐디 없이 골퍼가 직접 백을 메고 라운드를 하는, 일명 ‘셀프 라운드’가 보편화돼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1월 열린 미국 PGA 머천다이즈 쇼에는 부시넬, 스카이캐디, 레유폴드, 니콘 쿨샷 같은 유명 업체들이 참가해 대대적인 신제품 홍보전을 펼치며 이 같은 추세를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캐디와 의무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골프장 환경 탓에 골프거리 측정기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지 않았지만 해외로 골프 투어를 다니는 골퍼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끌어 왔다. 실제로 국내 골프장은 아직 몇몇 퍼블릭 골프장 정도만 셀프 라운드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최근 골프 대중화 바람으로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골프거리 측정기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골프용 GPS의 신세계 열다

해외 브랜드 일색인 골프 IT 업계에서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11년 보이스캐디를 출시하며 골프용품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김준오 유컴테크놀러지 대표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2005년 무선통신용 반도체 전문 기업인 유컴테크놀러지를 설립해 전자태그(RFID)와 시스템온칩(SoC) 등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 그렇게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2011년에는 세계 최초의 음성형 GPS 골프거리 측정기인 보이스캐디를 선보이며 국내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가 보이스캐디를 개발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캐디 없이 골프를 치는 일이 많아 골프용 GPS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학 시절 골프를 즐겼던 김 대표는 PDA 타입의 골프용 GPS가 휴대하기에 너무 커 불편함을 느꼈다. 위치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복잡한 조작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때마다 일일이 GPS를 주머니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는 것도 일이었다. 더군다나 기기 한 대에 300~400달러씩 하는 가격도 부담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어느 날 골프장에서 사람들이 볼 마커를 모자에 붙이고 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미국에서 골프용 GPS를 쓰면서 불편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몸에 부착할 수 있는 골프용 GPS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길로 전공을 살려 소형 음성안내 골프용 GPS 개발에 착수했다.

보이스캐디는 한마디로 ‘골프용 내비게이션’이다. 원리는 이렇다. 위성으로 골퍼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보이스캐디 안에 내장돼 있는 골프장 코스 위치정보를 이용해 현 위치에서 그린까지 거리를 계산해 알려준다. 국내 골프장은 물론 일본,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 있는 40,000여 개 골프장 코스 정보가 내장돼 있다. 김 대표는 “보이스캐디는 단순하고 간편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콘셉트로 기획된 제품”이라며 “기존의 골프용 GPS 기기들이 크고 무거워 휴대가 불편했던 단점을 해소했고 음성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캐디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마케팅에 기반을 두고 개발한 제품이에요. 제품 출시 가격을 8~9만원대로 잡은 것도, 당시 선물용으로 인기였던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골프공 한 상자 가격이 그 수준이었기 때문이었죠. 그 덕분에 별다른 광고나 홍보 없이 프로모션만으로 출시 첫 해 10만 개를 팔았어요. 나중엔 제품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정말 신나는 한 해를 보냈죠.”

보이스캐디 잇는 다양한 제품으로 승부수

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던 보이스캐디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바로 제품 주기가 짧다는 것이었다. 개발 초 제품 주기를 3년 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2년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골퍼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보이스캐디에 버금가는 새로운 제품을 구상해야 했다. 골프거리 측정기 시장에 또 다른 이슈를 몰고 온 손목시계 형태의 보이스캐디 워치는 그렇게 탄생했다.

“보이스캐디 워치는 2013년 개발에 착수해 작년 3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어요. 다행히도 국내외 시장에서 반응이 괜찮더군요. 이에 힘입어 올해 후속 모델도 내놓았죠. 요즘 대세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앞으로도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인데요. 보이스캐디 워치에 이어 스포츠 워치, 아웃도어 워치 등으로 상품군을 계속 확대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보이스캐디 워치와 함께 밸트형 거리측정기와 휴대형 스윙분석기도 내놨다. 두 제품은 보이스캐디가 그랬던 것처럼 최첨단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휴대형 스윙분석기인 스윙캐디의 경우, 아직 출시 초기이지만 국내에서는 티칭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의 반응이 더 뜨겁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호주에서도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과 골프 문화가 달라 레슨 프로 없이 혼자서 연습하는 골퍼들이 많거든요. 따라서 시장도 크고 마니아층도 두텁죠. 국내에서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관심 갖는 골퍼들이 많아 기대가 큽니다.”

김 대표는 효과적인 제품 활용을 위한 동영상도 제작했다.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보이스캐디와 스윙캐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보이스캐디 덕에 90대 중반에서 5타 정도를 줄였고, 스윙캐디를 활용해 다시 5타 정도를 줄였다. 골프를 함께 즐기는 지인들에게 “이러다 프로테스트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부러움 섞인 농담을 듣기도 한다고.

골프 IT 넘어 스포츠 IT로

김 대표는 “올해 새롭게 선보인 제품들을 중심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보이스캐디 출시 이듬해인 2012년 일본에 진출한 이후 미국, 중국, 독일 등 2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요. 올해는 기존 보이스캐디에 워치형, 벨트형, 레이더형과 스윙캐디 제품군이 더해져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전년 대비 30% 성장이 목표입니다.”

그의 당면 과제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세계 유일의 토털 골프 IT 업체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가능성은 장밋빛이다. 골프존 같은 미국 내 많은 대형 골프 업체들이 스윙캐디의 성능과 디자인에 반해 속속 제휴를 맺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토대로 “가까운 미래에 스포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1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입니다. 전 세계 어느 업체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지금은 그 기술을 골프에만 접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핏빗 같은 웨어러블 스포츠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스포츠 IT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골프 IT 업계를 넘어 스포츠 IT 업계의 애플이 되고 싶습니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6호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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