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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골프 부킹서비스 개척조성준(45)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2003년 국내 골프업계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부킹사이트를 염두에 두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박세리·김미현·최경주 등이 맹활약하던 터라 국내 골프 인기는 상당했다. 하지만 골프장 수가 적어 부킹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 그는 “골프장이 갑인 시대라 소비자 중심의 부킹서비스는 생소한 분야였다”며 “하지만 골프장 수의 증가에 따른 무한 경쟁을 예상했고, 소비자 선택이 중심인 부킹서비스가 성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하지만 사업 초기 어려움은 컸다. 별도의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손님이 모여들던 호시절이었으니 골프장 업주 입장에선 ‘온라인을 통해 골프장의 잔여 타임을 실시간으로 골퍼들에게 제공하면 불필요한 마케팅을 줄이고, 잔여 시간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조 대표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잡상인으로 취급하거나 골프장 입구에서 문전박대를 하는 곳도 부지기수. 업주는커녕 마케팅 책임자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과잉 공급된 골프장에 잔여 타임이 늘기 시작했고, 마침 인터넷을 사용하는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골프 부킹서비스에 회원이 몰렸다. 조 대표는 “요즘은 골프장 대표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골프장업계와 부킹서비스업계가 갑과 을의 위치에서 파트너십으로 바뀐 것이다. 사업 초기엔 골프장의 비 선호 타임에 대해 일정 인원을 모집하는 조건으로 할인가를 받아 골퍼들에게 제공했다. 일종의 공동 구매였던 셈. 2009년 소셜커머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골프장과 금액, 판매수량, 사용가능 일시를 조율해 상품을 기획하고 최종적으로 상품의 가치에 대한 검수 후 골퍼들에게 내놓고 있다. 보통 정상가대비 40% 정도 할인된 가격이다.현재 조 대표는 엑스골프 외에도 기업들의 고객 대상 골프대회 대행, 골프박람회 개최, 골프용품 유통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점사업은 여전히 부킹서비스다. 조 대표는 “골프장 업주와 골퍼들의 니즈만 잘 파악하면 필요한 서비스가 나오고 그것만 제대로 챙겨도 할 일은 많다”고 말했다. 7일 이내의 마감이 임박한 잔여 타임들을 최저 그린피로 예약할 수 있는 ‘긴급부킹 119’, 결제한 총합계금액 또는 골프장 부킹 건수를 기반으로 등급이 산정되는 ‘멤버십 제도’와 ‘엑스캐시’는 엑스골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다.
“5년 내 중국인 골프 수요 밀려온다.”업계에서는 엑스골프의 성공 요인으로 ‘스피드’를 꼽는다. 쓴소리든 칭찬이든 고객이 ‘할말 있어요’에 글을 올리면 대표는 물론 해당 부서 담당자들에게 그 내용이 즉시 문자로 발송된다. 그러면 즉각 회의를 소집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슬림한 조직 덕분에 우리의 의사결정은 상당히 빠릅니다. 또 대표와 팀장들이 직접 대응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회원이나 골프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요.”국내 골프장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전국 5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80여 곳이 빚이 자산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고, 20여 곳은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조 대표는 “골프장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의 양극화를 전망했다. 모기업이 튼튼한 상위 20~30개 골프장은 럭셔리한 회원 서비스를 유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골프장은 모두 퍼블릭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대표는 엑스골프 사이트를 운영하는 그린웍스를 최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80% 지분을 넘겼고, 나머지 20%도 5년 안에 넘길 예정이다.“꽤 괜찮은 가격을 받았다”는 그는 “확보한 자금으로 중국인 인바운드 골프여행사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골프산업이 위축되고 있지만 골프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상류층 사이에선 한국 프로 출신들이 지도하는 고액 레슨이 인기다.“중국의 골프산업 억제 정책 탓에 향후 5년 안에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골프 치러 오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근처 호텔과 연계해 골프와 카지노, 쇼핑을 패키지로 한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골프업계에선 톡톡 튀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