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아시아는 고영테크놀로지가 2004년 이후 연평균 40%이상씩
성장한 점과 신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SPI 장비 세계 1위
기업 고영테크놀러지가 아시아 200대 유망기업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고광일 대표가 이끄는 고영테크놀러지는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기술기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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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의 주력상품은 2006년 이후 줄곧 세계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PI 장비이다. SPI(Solder Paste Inspection)장비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PCB(전자 회로 기판)위에 각종 부품을 장착시키기 위해 도포하는 납이 정확한 위치에 적당한 양으로 납포 됐는지를 검사한다. PCB에 납의 양이 적으면 반도체가 떨어져나가고, 양이 많으면 반도체끼리 들러붙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적정량의 납이 도포됐는지 검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PCB기판 위에서 촬영하는 2D 방식으로는 가로, 세로의 도포양만 알 수 있었다. 3D방식은 빛의 파장을 이용해 10 마이크론(100분의 1㎜)단위의 미세한 높이 정보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D 방식에 비해 최고 70%까지 불량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고영 측 설명이다. 팍스콘, 캐논 등 주요 전자 기기 업체들은 당장 2D SPI장비를 고영의 3D SPI장비로 교체했다. 고영은 제품 출시 2년 만에 SPI장비 시장 판도를 2D에서 3D로 바꿔 놓으며 이 시장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재 SPI장비 시장에서 2D는 사라졌다. 이수호 고영테크놀러지 사업기획팀 차장은 “경쟁사들이 3D SPI장비를 출시하긴 했지만 완벽한 3D SPI 장비는 아직까지 고영이 유일합니다. 빛으로 측정한 값을 시각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덕분에 고영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는 전세계 1,450곳이나 됩니다”라고 덧붙였다.고영은 설립이래 꾸준한 실적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27.6% 늘어난 1,428억 원, 영업이익은 35.7% 증가한 277억 원을 기록했다. 고영은 2012년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반도체 소자와 여러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3D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장비도 개발했다. 이 제품 역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2013년까지만 해도 3D SPI장비 매출이 회사 매출의 70% 넘게 차지했지만 최근엔 3D AOI 장비 매출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3D AOI장비는 고영의 주력 제품으로 성장했다. 2013년 250억 원 정도였던 3D AOI 매출은 지난해 500억 원으로 100% 성장했다. 업계에선 올해 8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인 AOI장비와 2,500억 원 규모의 SPI장비 시장은 매년 7%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영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고영이 기술력을 인정받는 강소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니치마켓에 중소기업의 미래가 있음을 내다본 창업주 고광일 대표의 남다른 안목 덕분이다. 서울대학교 공대 출신의 고 대표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부가가치가 높고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찾아 나섰다. 매출규모를 중시하는 대기업이 간과한 시장이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고 대표는 사업 초창기 대규모 투자 설비가 필요 없는 대신 기술력 하나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SPI, AOI 장비가 그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 사용이 활성화 되면서 검사장비 시장 역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실제로 고 대표가 시장에 진입했던 당시에 비해 시장규모는 지금 5배 이상 증가했다.이에 대해 이 차장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형성해 확장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고객사들이 3D SPI, 3D AOI 장비 도입을 통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 불량 납포의 근본 원인까지 파악해 업계의 기술발전에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고영 직원들은 상당히 뿌듯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용 로봇 등 의료장비 개발도고광일 대표의 니치마켓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것은 고영이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이다. 고영은 350명 직원 중 R&D인력이 130명에 이를 만큼 기술개발에 열심이다. 게다가 매출의 20% 정도인 약 300억 원을 R&D에 투자한다. 고영이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는 고광일 대표의 신념이 그 배경이다.고영 측은 자사의 강점인 3D Inspection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통신장비, 자동차 전장, 반도체산업, 스마트 가전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영상기반 수술로봇 기술을 개발하여 인류의 의료혁명을 선도, 사회에 기여할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하버드 메디컬스쿨, 세브란스병원, 한양대학교병원과 협업해 의료장비 개발에 주력해 왔다. 고영 측 관계자는 “고영이 보유한 광학기술을 적용한 뇌수술 로봇, 심장 수술 로봇 등 의료용 로봇을 개발해 어려운 외과 수술을 돕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과수술 로봇시장은 Intuitive Surgical사의 Da Vinci 수술로봇이 독점하고 있다.제조업 기반의 고영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고광일 대표가 “R&D로만 성장하다 보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주도하자”면서 기업의 체질 변화를 주문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도 대거 영입했다. 올해 아시아 유망기업에 선정된 고영테크놀러지가 머지않아 포브스 선정 2,000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날을 기대해 본다.-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