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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완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 부사장 

의료진과 엔지니어의 협업이 이뤄낸 수술 혁신 

김영문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로봇수술의 종주국이자 강국은 미국이다. 수술로봇 ‘다빈치’도 미국 회사가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보다 더 주목받는 로봇수술 강국이다.

▎손승완 인튜이티브서지컬 부사장은 “로봇수술이 급성장하는데 한국 의료진의 역할이 컸다”며 “앞으로도 한국 의료 현장의 의견을 듣는 것은 물론 수술기법이 널리 보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profile : 1997년 서울대 생화학 석사, 2005년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 MBA, 2012년 삼성메디슨 전략기획 디렉터, 2013년 인튜이티브서지컬 영업·마케팅 부사장
한 대학병원 수술실. 부인과 질환의 일종인 자궁근종 제거 수술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의사가 없다. 3m 높이에 팔이 4개 달린 로봇이 환자 옆에 있을 뿐이다. 배꼽 안쪽 2.5㎝가량 뚫린 구멍으로 사람 손보다 훨씬 가는 로봇 팔이 들어간다. 4개의 로봇 팔 끝 부분은 각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환부 깊숙이에 박혀있는 근종을 제거해간다. 수술실 한쪽에 있는 조종 콘솔 앞에 로봇을 조종하는 의사가 앉아있다. 그는 로봇이 카메라로 찍은 3차원 영상을 눈으로 보며 손으로 로봇을 조작한다. “로봇 수술을 받았더니 일반 수술보다 절개하는 범위가 작고 흉터 자국이 작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임신도 문제없어 벌써 둘째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강현정(33) 씨의 경험담이다.

“1990년대 말에 첫 수술로봇 다빈치 모델이 나온 이후 엄청난 진보가 있었습니다. 전립선·자궁근종·위암 그리고 직장암에 이르기까지 다빈치 수술로봇의 진화에는 특히 한국 의료진의 힘이 컸습니다.”

손승완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부사장은 한국 의료진의 공을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 의사들이 수술 경험이 많고 손 움직임이 섬세하다. 로봇수술 기법도 개발해 전 세계의 의사들이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 부사장은 서울대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고 삼성 메디슨에서 일하는 등 의료업계와 밀접한 인연을 맺어 왔다. 2013년 인튜이티브서지컬에 합류해 영업·마케팅 부사장으로 한국 로봇수술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면허를 받은 최초의 수술로봇 전문회사로 1995년 전자공학자 로브 영과 의사 출신 프레데릭 몰이 손을 잡고 회사를 설립해 올해 3월까지 전 세계에 3300대가 넘는 다빈치 수술로봇을 공급했다. 올해 약 300억 달러(약 35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주도하며 2018년에는 1000억 달러(약 1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이 로봇수술 성장 이끌어


수술용 로봇은 국내에서도 보급 성장세가 가파르다. 2005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처음 도입된 뒤 올해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한림대의료원 등 전국 41개 병원에 52대의 다빈치가 공급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다빈치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까지 보유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그만큼 특별한 곳이다. 손 부사장에 따르면 결장암과 직장암, 갑상샘암 수술에 활용되는 주요 기술과 시술 방식은 한국 의료진이 주도하고 있다. 로봇수술기의 기능을 익히는 교육은 회사가 맡고 있지만, 임상 차원에서 활용 방법은 한국 의료진이 『프러시저 가이드(Procedure Guide)』라는 교본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중앙대병원에는 미국 본사 엔지니어와 미국 뉴욕 마운틴 시나이병원 외과 의료진이 방문해 갑상샘암과 위암 로봇수술을 참관하기도 했다.

한국 의료진의 로봇수술은 의료진의 의견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전문가적 사용자혁신(Professional User Innovation)’을 실천하고 있다. 손 부사장은 그 실례로 의사의 눈 역할을 하는 다빈치 수술로봇의 기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초기에 환자 신체 내부의 조직을 현실감 있게 구별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 시야와 신체 조직의 색깔까지 3차원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3D 비전 시스템’을 강화했다.” 다빈치 Xi의 새로워진 ‘도킹(docking)’ 기능도 마찬가지 사례다. 그는 “기존 로봇이 고정된 판에서 로봇 팔만 움직이는 형태였다면, 새 모델은 로봇 팔 4개가 천장에서 내려와 의사가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 부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것 역시 의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의료진과의 협력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기술 혁신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기존 다빈치 로봇수술은 사람 몸에 3~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최소침습수술에 만족하지 않고, 구멍을 하나만 뚫어서 치료하는 단일공 수술 방식을 내놓은 것. 손 부사장은 “환자의 수술 부위가 더 작아져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입원 기간도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환자들에게는 다빈치 로봇수술의 기술 혁신이 달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로봇수술기는 대당 약 3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200만원대인 기존 개복수술(보험적용)보다 4~5배 높은 1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손 부사장은 “로봇수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앞으로 보험이 적용되면 수술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수술로봇 기계가 비싸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해 신제품 다빈치 Xi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전 제품보다 크게 올리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만료 특허는 공개해 시장 확대 기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전 세계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현재 수술로봇과 관련해 이미 1500건의 미국 내와 해외의 특허를 보유했거나 독점권을 갖고 있다. 이와 별도로 출원한 특허만 1400건에 이른다. 손 부사장은 인튜이티브서지컬이 특허를 진입장벽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에 대해 “후발주자들이 늘고 있지만 우리는 로봇수술 시장 확대를 위해 만기가 돌아온 특허는 다른 기업이 사용하도록 적극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매출의 9%인 2억 달러(약 2300억원)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도 했다.

몇 가지 논란과는 상관없이 로봇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는 느는 추세다. 덕분에 손 부사장도 지난해 출시한 다빈치 Xi를 알리기 위해 올해 국내 병원 수십 곳을 누비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했다. 손 부사장은 “의료진보다 환자와 가족들 설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선친은 2000년 심장 수술, 2004년 위암 수술, 2005년에는 전립선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로봇수술은 물론 인튜이티브서지컬이라는 회사의 존재조차 알기 전이었다. “아버지께서 로봇수술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앞으로 나 자신, 내 가족이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생각에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몸담게 됐다.” 손 부사장의 회고다. “한국은 로봇산업과 IT, 의료수준이 발달해 수술로봇의 개발과 상용화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내년에도 한국 의료진과 협업하는 자리를 더 마련해 로봇수술이 가능한 영역을 확대하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손 부사장은 앞으로 로봇수술이 대세가 될 것임을 자신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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