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럭셔리 호텔 체인 포시즌스(FOUR SEASONS)가 한국에 상륙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화문에 자리잡았다. 포브스코리아가 10월 오픈 예정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미리 가봤다. 내부 시설은 소문 이상이었다. 단연 국내 최고급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포시즌스의 ‘진짜’ 럭셔리 서비스를 보여 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서야.” 루보쉬 바타(Lubosh Barta)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한국 진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드디어’를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포시즌스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지만 한국 진출에는 15년이 걸렸다. 결국 모두가 부러워하는 가장 좋은 위치에 건물을 올렸지만 말이다. 총지배인의 ‘이제서야’라는 표현은 포시즌스의 쉽지 않았던 한국 진출기를 압축한 말인 셈이다. 서비스, 가구 및 인테리어부터 이용객들까지 모두 최고급, 최고를 자부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지상 25층, 지하 7층 건물로 객실은 317개, 스위트룸은 43개로 꾸며졌다. 건물 모양은 마치 기왓장을 세로로 세워둔 듯 휘어져있다.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최대 주주로 있는 포시즌스 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을 맡은 포시즌스 서울의 주인은 미래에셋이다. 해외 부동산, 호텔에 관심이 많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포시즌스에 더욱 특별하다. 2013년에는 포시즌스 시드니호텔을 사들이기도 했다.7개의 레스토랑과 바 그리고 사우나, 피트니스, 최고급 스파 등을 갖춘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10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고 손님 맞이에 나선다. 포브스코리아는 오픈 준비에 한창인 9월 초,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을 만났다. 유쾌하면서도 공손하고 시원시원한 몸짓에 세심함이 더해진 그는 영락없는 호텔리어였다. 그는 4대 째 호텔리어로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에 오기 전에는 11년간 포시즌스 호텔 태국에서 근무했다.“2개월 째 밖을 잘 나가지 못해요.” 작년 7월에 임명장을 받아 들고 서울에 온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한동안 한국과 한국인들을 더 잘 알고 이해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서울의 곳곳을 누볐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국인이 없는, 한국인들이 북적이는 공간’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개장이 임박해진 8월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그는 “지난 주에는 200여 명의 신입 직원들을 교육하는데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말했다. 처음 그가 포시즌스 호텔 서울 총지배인 자격으로 서울에 왔을 때 호텔 직원이라곤 달랑 그 혼자였다. “이제 600여 명의 가족들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대단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듯 자신감이 가득했다. 오픈을 앞둔 심경을 묻자 “지난 1년 넘도록 임신한 기분이었다. 이제 곧 생명이 탄생할 것”이라면서 “내겐 아이가 셋이 있는데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네 번째 아이”라며 호텔 오픈에 대한 기대감과 애착을 드러냈다.
럭셔리는 고객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추는 능력
▎호텔 지하에 위치한 바 Charles.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가장 화려하고 은밀한 장소 중 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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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대한 애착은 총지배인뿐만이 아니었다. 호텔 곳곳을 둘러보며 만난 직원들의 표정마다 ‘기계적인 웃음’이 아닌 ‘행복한 웃음’이 느껴졌다. 포시즌스 설립자인 이사도어 샤프 (isadore sharp)는 “직원들에 최고로 대하는 것이 고객에게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하면 직원들이 다시 고객들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는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뜻이다. 이는 “대접받고 싶은 만큼 고객을 존중하자”는 포시즌스의 골든룰(Golden Rule)과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포시즌스 호텔은 지난 18년 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렸고 호텔 서비스 역시 각종 어워드에서 수상을 빼놓지 않았다. 작년에는 포시즌스 호텔 조르주 V 파리가 세계적 여행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Conde Nast Traveler)가 뽑은 ‘2014년 세계 최고 서비스 호텔(The Best Hotel in the World for Service)’에 선정되기도 했다.포시즌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럭셔리에 대한 남다른 철학 덕분이다. 루보쉬 바타는 “럭셔리는 고객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추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포시즌스가 특별한 고객 매뉴얼을 갖추지 않은 이유다. 포시즌스는 고객의 상황, 기준에 맞추기 위해 모든 직원들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함께 직원에 대한 신뢰가 담긴 정책이다. 덕분에 포시즌스의 서비스 불만율은 2% 수준이다.포시즌스는 지난 50년간 오직 호텔 비즈니스에만 집중했다. 루보쉬 바타는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했다. 포시즌스가 잘하는 일은 진출국의 문화와 이용객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광화문의 랜드마크를 꿈꾼다
▎1 _광화문에 우뚝 솟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전경 2_호텔 객실에는 도자기와 함께 한국적 문양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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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들어선 곳은 서울 광화문. 루보쉬 바타는 “내가 알기로 이 곳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면서 “마찬가지로 포시즌스 호텔 LA는 로데오 거리 초입에, 파리는 에펠탑 옆, 모스크바는 붉은 광장 옆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의 입지뿐만 아니라 진출국의 문화를 호텔 곳곳에 최대한 녹여냈다.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세련되고 역동적인 서울을 품은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 예로 포시즌스 지하 레스토랑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호텔을 건립하던 중 발견된 옛 가옥들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 포시즌스가 지어진 곳이 ‘서울’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의 흔적은 다양하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천정과 벽면, 카펫, 객실의 내부까지 한국의 정서와 이미지를 담기 위해 각종 문양을 담았고 작품들을 배치했다.포시즌스는 사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 모든 객실 복도 끝에서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룸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방에서 경복궁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세종로 광장, 남산타워, 종로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등 투숙하는 객실에 따라 서울 도심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루보쉬 바타는 “우리는 서울의 홍보대사다. 세련된 서울을 품기 위해 우리는 갖은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포시즌스는 여기에 최신 IT도 도입했다. 모든 객실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통해 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서울이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강북의 호텔은 그야말로 전쟁에 돌입했다. 서울 시청광장 앞 플라자호텔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손잡았다. 업계에선 “해외관광객들에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토종 브랜드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결정일 것”이라고 말한다. 호텔업계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보다는 포시즌스 오픈을 통해 호텔이 주목 받고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루보쉬 바타는 “신라, 롯데 등 한국 토종 호텔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각 사의 철학과 개성을 가지고 잘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로 그 점이 포시즌스의 성공을 앞당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포시즌스의 진가를 빨리 발견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문제는 돈이다. 포시즌스는 최고급 호텔인 만큼 평균 객실단가가 4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가격 정책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한 뒤 “포시즌스의 커피숍, 레스토랑, 바를 이용하다 보면 충분히 포시즌스의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걸 알게 될 것” 이라고 자신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럭셔리 호텔 전성시대를 활짝 열고 광화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기대해 본다.-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