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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스마트폰에 바퀴 단 차일까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자동차의 성능이나 사용 방법이 점차 스마트폰을 닮아간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신차의 첨단 기능은 전자장비에 크게 의존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의 편의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게 트렌드다.

요즘 자동차를 뜯어 보면 ‘달리는 가전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기계적 감성을 유지하는 차는 살아 있는 골동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동차의 전자화는 기계가 하던 일을 전자장비가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개념이었다. 전자화의 의미도 시대가 흐르면서 바뀌었다. 요즘 전자화는 ‘스마트화’를 뜻한다.

사람들의 생활이 스마트폰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자동차도 그런 생활방식을 따라가게 됐다. GM과 포드 등 미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터치화가 급속하게 이뤄졌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딸깍 누르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터치로 바뀌었다. 손가락만 갖다 대면 각종 기능이 시행된다.

이런 버튼의 터치화는 혁신적인 기능 변화를 가져왔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터치의 반응이 불안정하거나 매끄럽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일상에서 늘 쓰는 스마트폰 터치 수준의 느낌을 주지 못하면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버튼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오히려 터치가 번거롭다. 일부 차종은 터치에서 다시 버튼 방식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터치의 또 다른 형태는 터치 스크린으로 기능 통합이다. 계기반을 중심으로 한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대부분 기능을 몰아서 터치로 이용한다. 이용방식은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과 비슷하다. 여러 메뉴가 모인 메인 화면에서 각 기능을 찾아 들어가 실행한다. 모니터 터치는 버튼 터치와 달리 스마트폰과 사용 느낌이 유사하다. 거부감이 덜하고 쉽게 익숙해진다. 센터페시아 버튼이 대폭 줄기 때문에 센터페시아가 깔끔해진다. 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등이 속한 FCA그룹이 만드는 차들 대부분이 이 방식을 쓴다. 터치의 완성도는 높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버튼 한 번 누르면 될 일도 여러 번 메뉴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사용에서 복잡성은 어느 정도 발생하지만, 제작할 때 부품 수를 줄이고 구조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테슬라의 전기차인 모델S의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양이다.
터치 스크린으로 기능 통합 추세


▎쉐보레에 달린 애플 카플레이
통합 터치 스크린의 표본은 테슬라다. 모델 S의 센터페시아는 타 브랜드 자동차의 스크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크기부터 17인치로 매우 크다. 차의 모든 기능을 스크린 터치로 실행한다. 수행하는 기능도 진짜 태블릿 같다. 터치 반응도 매우 빠르다. 차의 기본 기능은 물론이고 구글맵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는 등 통신 기반 서비스도 다양하게 이용 가능하다. 모델 S는 전기차다.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서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전자화가 더 쉽다. 스마트화를 이룬 기존 자동차들이 기계인 자동차에 스마트폰 기능을 넣었다면, 테슬라 자동차는 스마트폰에 바퀴를 달아 놓았다고 할 정도다.

계기판의 정보창도 스마트폰 메뉴를 닮아간다. 각종 기능을 메뉴화 시켜서, 스마트폰 이용하듯이 기능을 찾아 들어간다. 계기판은 터치가 힘들기 때문에 기능 조작은 스티어링휠에 달린 조작 스위치를 통한다. 운전 중에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는 일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모든 조작은 두 손으로 스티어링휠을 쥔 채로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신체에서 이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은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스마트폰을 쓸 때 어떤 손가락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가? 이 또한 엄지손가락이다. 운전 중에도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듯 계기판 모니터를 조작한다. 계기판 모니터도 스마트화에 발맞춰 진화한다.


▎미국형 쏘나타에 달린 안드로이드 오토.
이제는 계기판을 통째로 LCD 모니터로 바꾼다. 계기판이 스마트기기 화면으로 바뀐 셈이다. 클러스터의 테마도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취향에 맞게 사용한다. 표시하는 정보의 양도 많아졌다. 스마트기기 화면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자동차 안에서도 운전하는 내내 비슷한 방식의 화면을 접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결합도 빼놓을 수 없다. 아예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차 안에 넣어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다. 애플 카플레이는 해외 유수 자동차회사가 받아들였고, 국내에서는 현재 쉐보레 스파크와 임팔라 등 일부 모델에 들어간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해외 위주로 서비스를 넓히는 중이다. 두 서비스는 세부 기능은 다르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을 차 안에서 그대로 쓸 수 있게 한다는 지향점은 비슷하다. 음성인식을 이용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는 음악이나 영상을 차 안에서 그대로 재생한다. 스마트폰 지도를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한다.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이다. 하루 종일 사용자의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를 탔을 때는 예외다. 안전을 이유로 스마트폰을 쓰는 일은 권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중 스마트폰 조작은 매우 위험하다. 대신 차 안에 스마트폰 기능이 이식됐을 때는 경우가 다르다. 스마트폰과 사용자 사이의 단절된 벽이 허물어져 자동차의 기능 다루듯이 평소 쓰는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특징 중 하나는 통합성이다. 음악ㆍ동영상ㆍ내비게이션ㆍ카메라 등 못하는 일이 없다. 다양한 앱을 깔면 확장성은 더욱 커진다. MP3, PMP, 디지털 카메라, 내비게이션 같은 별도의 기기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고사 직전이다. BMW 신형 7시리즈는 뒷좌석에 기능 제어용 태블릿을 설치했다. 암레스트에 쏙 들어가게 해 평상시에는 터치 화면으로 각종 기능을 조작한다. 삼성전자가 만든 7인치 태블릿으로, 필요할 때는 떼어내서 일반 태블릿처럼 써도 된다.

자동차 스마트화의 절정은 OS 업그레이드다. 통신망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으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이런 방식을 OTA(Over The Air)라 부르는데 자동차에도 쓰일 예정이다. 이미 테슬라는 자사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이런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테슬라는‘오토 파일럿’이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교통상황을 인식하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자동 주차, 오토 하이빔 등 기능을 포함한다. 이 기능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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