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프리미엄 디저트 

독특한 맛과 럭셔리한 만족감 

오승일 기자
고급스러운 재료와 차별화된 맛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프리미엄 디저트가 핫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달콤한 디저트 전쟁을 들여다봤다.

▎장미꽃 모양 초콜릿으로 유명한 AK플라자 분당점의 메사주드로즈.
지난 1월 6일 오후 2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1층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식품관을 리뉴얼하면서 새로 입점한 프랑스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위고에빅토르’, 일본의 치즈타르트 브랜드 ‘베이크’, 부산의 유명 빵집 ‘옵스’ 등의 매장에서 풍겨 나오는 기분 좋은 냄새다. 그중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 출신이 선보이는 위고에빅토르의 초콜릿과 마카롱, 타르트를 직접 접하니 점심시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절로 구미가 당긴다. 한국 고객들을 위해 한라봉을 넣어 개발했다는 타르트 만다린은 1개에 2만2000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디저트는 백화점을 대표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백화점마다 특색 있는 디저트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최소 6000~7000원에서 보통 1만~3만원대로 웬만한 한 끼 식사보다 비싸지만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연구소의 시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3년 3000억원에서 2014년 8000억원을 거쳐 2015년 1조5000억원으로 2년 사이에 무려 5배나 커졌다. 4조~5조원 규모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후식에서 벗어나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의 변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가격에 상관없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포미족·나홀로족들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풍조가 국내 디저트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디저트의 주요 고객층은 단연 2030세대다. 최근에는 구매력 있고 트렌드에 민감한 3040세대로 점차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디저트 시장이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섰다며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AT 유통연구소 김용한 교수는 “국내 디저트 시장은 2년 만에 무려 5배나 성장했지만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앞으로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유치 경쟁은 최근 프리미엄 디저트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시장 선점을 위해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디저트 경쟁에 롯데백화점도 가세했다.


▎쉐라톤 서울 티큐브시티 호텔의 다양한 딸기 디저트들.
백화점발 디저트의 달콤한 유혹


▎롯데백화점 본점의 위고에빅토르 매장에서 디저트를 주문하는 고객들.
지난해 12월 소공동 본점 식품관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롯데백화점은 1월 말까지 17개 디저트 매장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디저트 매장 리뉴얼은 본점이 영업을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리뉴얼 이후 전체 디저트 매장 면적은 약 2350㎡(700여 평)로 기존보다 20% 이상 증가하며, 브랜드 수도 총 38개로 늘어난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프랑스 프리미엄 디저트 매장 ‘위고에빅토르’를 시작으로 일본 치즈타르트 브랜드 ‘베이크’, 타르트 전문 브랜드 ‘타르틴’, 크림빵 전문 브랜드 ‘핫텐도’, 티라미수 전문 브랜드 ‘비스테까’와 ‘키스더티라미수’, 카스텔라 전문 브랜드 ‘키세키’, 부산 유명 빵집 ‘옵스’ 등 국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위고에빅토르 매장에서는 폐점 두 시간 전부터 대표 품목인 타르트와 피낭시에(프랑스식 빵)가 매진될 정도다. 베이크는 개점 20일 만에 치즈타르트 3만 개를 판매했고, 옵스는 개점 2주 만에 매출이 2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들 매장에는 평일 낮 시간에도 디저트를 사려는 고객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이번 리뉴얼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지 그대로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매장 내 생산설비를 갖춘 것”이라며 “이번 리뉴얼을 통해 본점 식품관이 국내외 다양한 디저트 브랜드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원스톱 디저트 쇼핑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롯데백화점의 파상적인 디저트 공세에는 비슷한 콘셉트로 먼저 시장에 진입한 현대백화점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디저트 분야에 가장 공을 들였다. 판교점 식품관의 약 30%를 디저트 매장으로 꾸미고 ‘매그놀리아’, ‘조앤더주스’, ‘몽슈슈’, ‘몽상클레르’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미국드라마 <섹스앤더시티>로 유명세를 탄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는 하루 5000개씩 팔리며 판교점의 대표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후 2시만 돼도 진열장의 컵케이크가 동이 날 정도여서 월평균 매출이 6억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매그놀리아 매장을 무역센터점에도 오픈하며 올해도 계속 인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점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리미엄 디저트 특화매장으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라며 “향후에도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의 활로 개척 위한 첨병


신세계백화점도 식품부문을 대폭 확대, ‘초콜릿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프랑스 명품 초콜릿 브랜드 ‘라메종뒤쇼콜라’를 지난해 초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물량을 프랑스 장인이 직접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상품인 트러플 종합세트는 195g짜리 스몰 사이즈가 무려 11만1000원에 달하지만 연말이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홋카이도 넘버원 브랜드 ‘르타오’와 오사카의 슈크림 브랜드 ‘홉슈크림’,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에끌레어 드 제니’ 등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선보이며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공격에 맞서 선전하고 있는 AK플라자 분당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분당점은 정자동 카페거리의 이태리 젤라또 전문점 ‘제멜로’, 카네이션 케이크로 유명한 부산 베이커리 ‘코트도르’, 40년 경력 장인이 만드는 ‘장복용과자공방’, 일본에서 장미꽃 모양 초콜릿으로 유명한 ‘메사주드로즈’ 등과 더불어 일본 ‘르타오’까지 들여오면서 디저트 브랜드를 대폭 강화했다. 또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1층에 파니니와 케이크 등을 즐길 수 있는 ‘쿤 카페’를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화점들의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강화 전략은 성공적이다. 모바일 쇼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업계가 프리미엄 디저트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디저트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신장률이 10.4%이며, AK플라자는 최근 3년간 연매출이 최고 19%까지 신장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부터 매년 14%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 정체에 빠진 백화점들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먹거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모바일 쇼핑족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고급 디저트 브랜드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명 셰프들이 직접 운영하는 디저트점도 프리미엄 디저트 열풍을 거들고 있다. 이들은 가로수길·경리단길·홍대앞 등 트렌드에 민감한 주요 상권에 자리하며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외식업계에선 이들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디저트 전문점이 서울에만 약 100개 이상 성업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신사동의 디저트 카페 ‘디저트리’, 가로수길의 디저트 카페 ‘소나’, 경리단길의 프랑스빵 전문점 ‘에클레어 바이 가루하루’, 한남동과 청담동에 위치한 프렌치 디저트 카페 ‘기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 유정란 등 최고급 식재료에 특정 단일 메뉴로 전문성을 강조한다.

디저트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들

특히 한국판 미슐랭가이드 ‘블루리본어워드 2015’에서 ‘올해의 패스트리 셰프상’을 받은 이현희 셰프가 운영하는 디저트리는 ‘디저트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일반 코스요리의 후식으로나 먹던 디저트가 어느덧 코스요리로 자체 진화하고 있는 것. 메뉴는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애피타이저’, 주인공인 ‘메인 디저트’, 그리고 ‘프티푸(후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구성돼 있다.

이런 디저트 코스요리는 종류만 총 7개, 가격은 메인 디저트에 따라 3만~4만원대다.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크리스마스 등 각종 기념일에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프리미엄 디저트라면 특급호텔도 빼놓을 수 없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디저트 뷔페는 최근 2~3년 사이 호텔업계의 새로운 프로모션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 뷔페는 단연 인기. 딸기를 주제로 가지각색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특급호텔의 디저트 뷔페 가격은 성인 기준으로 4만~5만원선. 웬만한 코스요리에 버금가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딸기를 이용한 각종 디저트를 무제한 맛볼 수 있는 ‘올 어바웃 스트로베리’ 프로모션을 4월말까지 운영한다. 머핀·사탕·젤리·마카롱·쿠키 등 한입 크기의 가벼운 디저트는 물론 판나코타(이태리식 푸딩)·피낭시에·타르트·파르페·밀푀유(프랑스식 페이스트리)에도 딸기를 접목시켰다.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는 2월 12일부터 4월 30일까지 ‘아이 러브 스트로베리’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7여 종,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30여 종의 딸기 디저트가 치킨 윙, 미니 샌드위치 등의 메뉴와 함께 제공된다.

이외에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은 라운지&바·뷔페·베이커리에서 각각의 특성에 걸맞은 콘셉트로 딸기 디저트를 판매하는 ‘스트로베리 세렌디피티’ 프로모션을, 리츠칼튼서울은 딸기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리츠 디저트-베리 모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 오승일 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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