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키나메리 카즈오 던롭스포츠 사장 

승부를 위한 골프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스포츠가 포인트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일본 메이저 골프용품사들이 최근 한국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단일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미국·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던롭스포츠 사장이 2016년 첫 출장지로 택한 곳도 한국이다.

▎일본 던롭스포츠 키나메리 카즈오 사장이 던롭 젝시오의 9번째 모델 '젝시오9 드라이버'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던롭스포츠의 젝시오, 16년 연속 일본내 판매 1위의 골프클럽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박인비 드라이버’로 유명하다. 박인비가 2012년부터 젝시오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 거둔 총 18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덕분이다. 국내에서 젝시오 시리즈 출시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간 것도 이때부터다. 던롭스포츠도 2011년부터 한국 전용 모델까지 출시해가며 국내 소비자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지난 1월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젝시오(XXIO) 시리즈’의 아홉 번째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를 열었다. 키나메리 카즈오 사장(60)도 함께 자리했다. 지난해 8월 취임 뒤 던롭스포츠의 첫 해외 출장지로 한국을 택한 것.

‘박인비 드라이버’로 유명세

“일본 골퍼들과는 공을 치는 수 자체가 다를 정도로 연습량이 굉장했습니다. 프로가 아님에도 진지한 태도로 연습하는 것은 물론 스윙 자세를 분석하는 한국 골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골프 연습장부터 갔다는 키나메리 사장은 한국 골퍼 얘기로 운을 뗐다.

한국 스타 골퍼 유명세 이외에도 한국 골퍼들이 젝시오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까? 키나메리 사장은 젝시오 개발 목표부터 소개했다. “‘편안한 스윙으로 큰 비거리를 낸다’라는 문구를 새기며 개발에 임하고 있다. 승부를 위한 골프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실제 젝시오9 드라이버는 헤드의 무게를 2g 늘린 대신 샤프트 중량을 2g 줄이고, 무게중심을 그립 쪽으로 20mm 이동시켰다. 키나메리 사장은 “아마추어 골퍼 3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평균 5.5야드 정도 비거리가 늘어났다. 젝시오가 자랑하는 멀리 나가는 비거리, 편안한 스윙 이 두 조건으로 상쾌한 느낌까지 맛봤다면 우리 개발 목표에 딱 맞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이 드라이버는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역대 젝시오 시리즈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젝시오가 쉽고 편안하다는 인식 탓일까? 젝시오 브랜드를 찾는 이들은 40~50대가 많다. “도요타에 렉서스가 있다면 던롭에는 젝시오가 있다.”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한 골퍼가 젝시오를 두고 던진 농이었다. 키나메리 사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젝시오 브랜드를 출시한 지 벌써 16년이 됐다. 사용자도 함께 나이가 든 이유도 있다. (웃음)” 대뜸 그는 젝시오 개발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던롭스포츠는 젝시오를 내놓기 전 美 PGA 투어 프로 사용률 1위를 자랑하는 캘러웨이의 일본 판매망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기획 관리를 맡아 젝시오 브랜드 런칭을 위해 100개 이상의 브랜드안을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좀처럼 회사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는 “당시 대다수 경쟁사가 성능 위주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점을 강조했지만, 우리는 최대한 많은 골퍼가 만족하는 제품을 내놓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로마숫자 표기법으로 21을 뜻하는 XXI를 썼다. 21세기 새로운 골프 시장을 폭넓게 맞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한국, 美·日 다음으로 3번째 큰 시장

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골프 시장이 정체기다. 키나메리 사장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 아시아 시장을 중국이 견인했는데 이마저도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키나메리 사장은 눈을 돌려 골프 인구의 고령화와 스크린골프 인구 증가에 주목했다. “일본 내에서는 골프 인구도 고령화되는 추세에 맞춰 웰니스(Wellness)라는 피트니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포츠 사업을 해온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자랑하며 스크린골프 얘기로 넘어갔다. 그는 “골프 라운딩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스크린골프 등 실내에서 골프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던롭스포츠 입장에서도 한국은 매우 큰 시장이다. 한국도 일본 시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키나메리 사장은 “단일 국가로 보면 한국이 미국·일본 다음으로 3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아시아 매출이 전체 매출의 17.6%인데 이 중 80%는 한국 몫이고, 젝시오 해외 매출 가운데에서는 한국이 61%나 차지한다”고 말했다.

국내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에 따르면 국내 스크린골프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전국 스크린골프장 수만 지난해 8월 기준 7000여 개가 넘어섰다. 지난해 스크린골프를 찾는 이용 수만도 연간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필드나 골프연습장 등으로 라운딩을 나간 골퍼가 연간 32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미 필드 인구 규모를 넘어선 셈이다. 던롭스포츠는 이에 부응해 젝시오 브랜드 라인업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키나메리 사장은 “강한 샤프트를 원하는 젊은 골퍼들을 위한 ‘젝시오9 미야자키 모델’은 오는 4월,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젝시오9 컬러 커스텀 모델’은 오는 6월 한국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자사의 새 제품 출시를 알리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1979년 던롭스포츠의 모체인 스미토모고무 스포츠 사업부문에 입사해 올해로 36년째를 맞는 키나메리 사장은 영업·홍보·인사 등 회사 모든 업무를 거쳤다. 골프 구력도 회사 경력과 같은 36년이라고 한 그는 “골프도 스포츠라 좋아하지만, 평생 해 온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적으로 즐긴다고 말하긴 힘들다. 굳이 프로급 실력을 꼽자면 골프보다 바둑에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친김에 키나메리 사장은 녹록지 않은 골프 시장을 헤쳐나가야 하는 비결도 바둑에서 찾고 있지 않았을까?

“한국 드라마로 크게 화제가 된 키워드인 미생(未生)과 완생(完生)이란 바둑용어는 일본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뜻은 전해 들었죠. 아직은 살아있지 않지만 완생(完生)하거나 대마(大馬)로 클 미생이 가진 꿈이 바로 저와 젝시오를 이끌어가는 우리 직원들의 몫 아니겠습니까?”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2호 (2016.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