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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식 마음골프 대표 

스크린골프에 게임 DNA를 심다 

글 조득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마음골프’가 상승세다. ‘한게임’ 공동창업자 출신인 문태식 대표가 첨단 IT기술을 바탕으로 게임 기능을 접목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마음골프엔 김병관 웹젠 의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이 투자 했다. 문태식 대표는 “워낙 오랜 지기(知己)라서 투자 유치가 편했다”며 웃었다.
최근 스크린골프업계는 ‘골프존’이 부동의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치열하다. 후발주자의 영토 확장 경쟁은 2012년 90%에 달했던 골프존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70%대로 끌어내렸다. 그 중에서도 마음골프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마음골프의 브랜드 ‘티업비전’은 지난 연말 기준 스크린골프 센서 시장점유율 2위, 스크린골프 골프코스 보유 수 2위를 기록했다. 골프존과 격차는 여전하지만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중이다.

경쟁력은 첨단 IT기술이다. 마음골프는 문태식(47) 대표가 NHN 시절 골프게임 ‘당신은 골프왕’을 개발한 경험을 살려 창업했다. IT전문가답게 첨단 소프트웨어와 고품질 센서로 현장감을 살렸고, 게임의 재미를 접목시킨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한게임 공동창업자인 그는 한게임 부사장, NHN게임스 대표, NHN USA 대표를 거친 후 2007년에 게임개발사 엔플루토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경기도 분당의 골프레슨아카데미 마음골프학교에서 만난 문 대표는 “스크린골프는 필드에 나가는 시간과 비용을 해결해주면서 주목받은 사업”이라며 “그동안 18홀 코스의 대체재로서 기능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니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개발 센서로 타구감 사실적으로 재현

“게임과 스포츠는 한끝 차이다.” 문 대표의 지론이다. “둘 다 룰에 의해 진행되고 승부를 겨루게 되죠. 개인이 올린 기록이나 쌍방의 대결을 통해 승패를 가르는 것 역시 비슷해요.” 하지만 정작 그가 게임업계 최초로 스크린골프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게임과 스포츠의 차이점 때문이었다. “게임은 공들여 만들어도 트렌드와 맞지 않으면 사라지는 흥행 산업이지만 스포츠는 생명력이 강하죠. 스포츠에 게임의 재미를 더하면 스크린골프 시장도 20~30대층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마이 T-캐디’와 ‘아이템전’이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마이 T-캐디’는 그린에서 퍼팅 시 캐디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기울기, 풍향 등을 고려해 최적의 퍼팅 방향을 알려준다. 캐디의 행동뿐 아니라 목소리도 전달돼 현장감을 더한다. 아이템전은 원위치, 인생한방, 홀컵이동, 블랙홀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재미를 더했다. 전국 티업비전 이용자가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네트워크 대전’도 마음골프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문 대표는 “오프라인의 고스톱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며 ‘맞고’로 진화했듯이 스크린골프도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의 ‘퍼스트 무버’ 목표


문 대표의 콘텐트 개발노력은 소프트웨어, 센서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자체 개발한 센서 ‘710S Arc’가 핵심이다. 이 센서는 임팩트 순간 1900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 2대가 클럽과 공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해 필드의 타구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그는 “기존 센서는 클럽 스윙 궤적과 공의 속도, 방향을 카메라로 읽어 스핀이 얼마큼 걸렸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수준”이라며 “710S Arc 센서는 1초에 3800컷을 촬영함으로써 볼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말했다. 필드에 익숙한 고객들도 710S Arc 센서의 디테일에 만족한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하반기에 신무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윙을 하면 컴퓨터가 문제점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동작인식 골프 훈련 시스템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 개발 중인 이 기술은 몸에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도 인체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포착해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미국에도 이런 교육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온 몸에 센서를 붙여야하는 단점이 있다”며 “스크린골프 센서가 골프공의 회전과 궤적을 분석하는 기술인 데 비해 동작인식 기술은 골퍼의 스윙 움직임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기술이어서 두 기술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마음골프의 새로운 시도를 경쟁업체들이 반영하면서 ‘마음골프가 스크린골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아직 1위 업체에 비해 매장 수가 적다보니 선도적인 프로그램의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는 “국내 스크린골프는 골프존이 표준으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해외에선 마음골프가 통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에서 큰 판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골프가 지난해 11월 710S Arc가 탑재된 티업비전 300대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기업 브이골프(Vgolf)에 납품키로 계약한 것이 그 첫걸음이다.

문 대표는 “최근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바람으로 중국의 골프 붐이 움추려진 상황이지만 오히려 골프장 신설 억제가 스크린골프장의 확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중국에 직영매장을 오픈해 안테나숍으로 삼을 계획이다. 중국의 스크린골프장이 한국처럼 놀이 장소인지, 골프입문자를 위한 연습장인지 우선 그 쓰임새를 파악한다는 전략이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뛰어들거나, 아니면 그 업계에서 최고로 잘해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을 리드할 것입니다. 가장 큰 기업 보다는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 글 조득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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