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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큰 시장을 이기는 법, ‘주식+펀드’ 장점 합한 ‘ETF’ 뜬다 

 

김영문 기자
투자자들의 시장을 보는 눈이 글로벌화 되고, 더 똑똑해지면서 ETF는 모든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관리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연초에 산 ETF(상장지수펀드)가 큰 수익을 주네요. 무심결에 TV에서 장기적으로 금값은 오르고, 유가는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마땅히 투자할 펀드가 없던 차에 ETF가 눈에 들어 왔죠. 유가는 가격이 내릴 때 이익이 발생하는 인버스(inverse) 상품으로, 금은 그 반대로 샀습니다. 수익이요? 두 달 만에 원유는 35%, 금 상품은 15%가 넘었어요.”

부산에 있는 공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황수민(35·부산시 남구) 씨의 말이다. 황 씨는 지난해 개별주식에 투자하다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다. 큰돈 들여 사들인 주식이 오를 때도 있었지만, 직장생활이 어디 주식시장 들여다볼 짬이 나는 곳인가? 좋은 가격에 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래서 황 씨는 개별기업주식보다 ETF(코스피 같은 주가지수나 원유, 금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게 설정된 펀드)로 눈을 돌렸다. 투자 기간을 길게 잡고, 시장을 크게 보기로 한 것이다.

황 씨의 우려대로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중국 경기불안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얘기가 더해지면 서 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국제유가 탓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폭락장이 이어졌다. 다들 ‘공포를 사라’고 말은 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개별 주식 종목 대신 한 산업 분야나 그룹을 아우르는 펀드이면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한 금융상품이라는 장점 덕분이다. 특히 경기가 나빠질 때도 인버스 ETF(시장지수의 가격이 내릴 때 이익이 발생하는 ETF)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 황 씨가 산 원유 ETF도 같은 방식이다. 실제 ETF 시장 전반에 걸쳐 눈에 띄는 자금이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1월말 기준)은 약 22조515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8858억원 늘어났다. 올해 처음 한 달간 거래규모도 늘었다.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27억원으로 전달보다 57% 뛴 3780억원이나 증가한 것.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1월 12일~2월 15일) 순자산 상위 3개 운용사에만 9369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현재 운용 중인 15개 운용사 가운데 순자산이 늘어난 곳도 절반이나 됐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의 쌍두마차 격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굴리는 ETF 운용 자산만 각각 11조1033억원, 5조177억원으로 합쳐 16조원이 넘는다. 전체 운용 규모는 삼성자산운용이 아직 앞서지만, 후발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몰리는 자금 유입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ETF에 몰린 자금 유입 규모는 1조4719억원, 같은 기간 5498억원이 몰린 삼성자산운용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인기에 발맞춰 ETF 상품군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만 국내외 상품을 포함해 총 202개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에 내놓은 상품만 총 115개나 된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국내 대표 운용사는 올해 신규 ETF 상장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46개인 ETF 상품에 20~30개 신규 ETF를 더할 계획이다. 69개 ETF를 운용하며 국내 최다를 자랑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상품 추가 확보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도 ETF 전담 부서인 멀티솔루션 본부를 꾸리고, 올해 최소 10개 이상의 신규 ETF를 내놓을 계획이다.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한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 사장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 자산군의 ETF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도 다양한 상품을 구상 중이라는 그는 “헬스케어와 커머디티(상품), 가치주 등 섹터·스타일 ETF부터 미국·중국·일본 등 국내외 지수형 ETF까지 최소 6~7개 신규로 ETF를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양화되고 자산배분도 가능해져


황윤아 KG제로인 연구원도 ETF 상품 다양화 움직임에 긍정하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발 빠르게 내놓은 원유인버스, 차이나A인버스, S&P500인버스 모두 성과가 좋았다. 연초 후 상위 10개 ETF 중 4개가 미래에셋 상품이었다”고 말해 국내 대표 운용사들이 신규 ETF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까닭에 힘을 실었다.

ETF 성과도 좋은 편이다. 특히 유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원유 인버스 ETF 성적이 돋보였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원유인버스선물 ETF는 올해 들어 35.66%나 급등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3.09%나 된다. 국제 금 시세를 기초로 한 ETF도 성과가 좋았다. 한국투자신운용의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골드선물 ETF가 각각 28.39%, 16.95% 수익률을 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금은선물 ETF도 11.70%를 기록했다. 특히 레버리지 ETF(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를 때 상승률보다 더 많은 수익을 주는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 세계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의 자금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으로도 흘러들어 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로 활용하는 상품이 ETF라는 점에서 올해 ETF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물론 기초자산이나 수익 구조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가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ETF처럼 변동하는 방향에 따라 손실 가능성도 큰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김상훈 메리츠자산운용 AI부문 이사는 “투자하려는 상품의 기초자산이 원유나 금인지 또는 중국이나 일본인지를 정확하게 보고, 수익 구조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영문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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