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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 1위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해외투자로 시장개척해 위기 넘는다 

글 최영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한국의 VC 업계의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현재를 만든 주역은 백여현 대표라는 평가가 많다. 사람에 대한 투자와 소통의 기업 문화를 만든 것이 성공의 요인이다.
2011년 백여현(53)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카카오 때문이다. ‘국민 매신저’로 등극하기 전 카카오는 매출액이 수십억원에 불과했다. 2010년 수많은 VC를 만났지만 투자를 받지 못했던 카카오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왔던 것. “당시 모바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NHN 팀장을 지냈던 박용호씨를 투자심사역으로 영입했다. 박 심사역이 카카오 투자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00억원 투자로 1300억원 회수 기록 세워


▎조직관리와 경영관리 전문가인 백여현 대표는 “수직적 기업문화를 수평적 기업문화로 만든 것이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성공 이유”라고 강조했다.
내부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주니어급 심사역이 시니어급 심사역에게 투자의 타당성을 설득했다. 박 심사역은 회사 임원의 손을 끌고 카카오 사무실을 방문했다. 카카오 관계자의 입에서 “당신들 미치지 않았느냐?”는 농담조의 말이 나올 정도로 한투파의 카카오 투자 결정은 VC 업계에서 ‘사건’이었다. 당시 매버릭캐피탈 등과 함께 카카오 전환우선주 206만주를 206억원에 인수했다. 한투파의 투자액은 50억원.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투자한 후 텐센트가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의 매출도 예상보다 빨리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투자가 빛을 발했다”며 백 대표는 웃었다. 카카오 투자로 얻은 수익은 760억원. 무려 1400%가 넘는 수익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투파는 YG에 300억원을 투자해 1186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모바일 게임개발사 액션스퀘어에 8억원을 투자해 47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가장 큰 수익을 올린 투자는 더블유게임즈다. 100억원을 투자했는데, 1300억원을 회수했다”고 백 대표는 자랑했다. VC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대박 성공 사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는 110여 곳이다. 이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VC가 한국투자파트너스다. 한투파의 현재를 만든 주역은 2008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백 대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표로 취임했을 때 한투파의 전직원은 20여 명, 운용 펀드액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한투파의 임직원은 59명(심사역 40명),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투파는 65개의 스타트업에 1500여 억원을 투자해 벤처업계에 가장 많이 투자한 VC로 꼽히기도 했다.

1500여 억원 중 40%는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해외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VC도 한투파다.

2008년 VC업계에서 4번째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제금융 위기로 모든 VC가 움츠러들 때 백 대표는 오히려 과감한 행보를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4000억원의 펀드를 모집했고, 헬스케어와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아직 회수 실적은 없지만, 좋은 성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투파가 VC의 업계의 리더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였다. 대표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능력있는 심사역을 과감하게 뽑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게임 전문가를 시작으로 바이오, 지금은 콘텐트 사업 전문가까지 시대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심사역들을 대거 채용했다. 백 대표가 “우리의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채용 이후에는 시간을 두고 기회를 주자는 게 백 대표의 지론이다. “모든 심사역이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없다. 심사역이 주춤할 때는 오히려 푹 쉬고 재충전을 하라고 제안을 한다”고 강조했다.

직급 상관없이 치열한 토론 문화가 원동력


그 다음 중요과제로 추진한 것이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바꾼 것이다.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투자를 결정할 때 백 대표의 의견은 한 표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심사역이다. 나이나 직급으로 후배의 의견을 묵살하지 못하도록 하는 평가 시스템도 만들었다. “우리는 항상 토론한다. 투자에 관한 토론을 할 때는 직급이나 나이와는 상관없이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복도에서 회의실에서 선후배가 토론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치열하게 토론하지만, 투자를 결정한 후 결과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백 대표는 투자가형 CEO가 아닌 경영자형 CEO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한국투자증권(구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자산운용 분야보다는 기획실이나 경영관리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0년 한국 투자파트너스(구 동원창투)에 입사하면서 VC와 인연을 맺었다. “조직관리와 경영에 대한 경험이 많다. 이곳에서 그런 경험을 잘 살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에게 “올해 벤처업계 전망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힘들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에 대해 “세계 경제 침체기와 중국이 오히려 앞서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 많은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벤처업계가 버티기 힘들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벤처업계가 힘들면 VC 업계도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내야 한다. 백 대표의 해결책은 해외 투자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604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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