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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욱 제이앤제이 투자자문 대표 

중국의 혁신기업에 주목하라 

글 김영문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새로운 투자처 찾기에 고민이 많아졌다. 최광욱 제이앤제이 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의 축이 소비 섹터로 변하고 있음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최광욱 제이앤제이 투자자문 대표는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 후 4월에 내놓을 헤지펀드운용을 책임질 계획이다.
“커피 파는 스타벅스 100조원, 햄버거 파는 맥도널드 120조원, 바디로션 등 생활용품 만드는 존슨앤존슨의 시가총액이 350조원이나 됩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삼성전자도 180조원, 현대차도 30조원대인데 말이죠. 세계적인 디플레이션(경기후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업보다는 앞으로 서비스업, 소비 섹터로 투자 축이 변하고 있는 겁니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주식형펀드보다 해외주식형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는 현실을 묻자 최광국 제이앤제이 투자자문 대표가 던진 말이다. 그는 주식형펀드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서 어느 쪽이 더 유망하냐는 얘기보다는 전 세계 경제가 최근 ‘투자’ 우선 사회에서 ‘소비’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자 했다. 지난해까지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최 대표는 18년 동고동락했던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곁을 떠났다. 제이앤제이 투자자문 공동대표로 자리를 새롭게 둥지를 튼 그는 가치투자 1세대인 강방천 회장의 실행가로 활약했었다. 최 대표가 맡았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 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A’는 시장에서 수익률도 좋아 1조원대 대형 펀드로 자리매김했다. 20년간 국내외 상장기업의 변화를 살펴 온 그에게 투자 방향과 앞서 말한 ‘투자 축’의 변화에 대해 더 들어봤다.

해외주식형에 돈이 몰렸다. 한국 증시 문제 있나?

최근 4~5년간 국내주식형펀드 성과가 좋지 않았다. 국내 증시도 박스권에 갇혔고, 코스피 지수를 주도하는 대형주의 움직임도 둔탁해졌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에 ‘빨간등’이 켜진 셈이다. 대다수의 제조업이 중국과 겹치면서 더 힘들어진 모양새다. 산업 질서의 변화가 필요해진 때다. 특히 소비와 IT를 기반으로 중국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소비 섹터에서 세계적인 성장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경기 예측보다 1등 기업을 보라

중국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얘기인가.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면 장기적으로 오래 함께 하는 것이 맞다. 당장 시점도 좋다. 저평가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다들 중국의 제조업이 추격해서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의 혁신기업들이다. 텐센트·알리바바 등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기업들이다.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절 세일에서 알리바바의 하루 매출이 16조원이나 됐다. 반면 롯데쇼핑이 지난해 거둔 매출이 16조원이다. 중국 경기를 예측하느라 에너지를 쏟을 게 아니라 기업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변덕이 심한 중국 증시에 문제는 없나?

변동성이 심한 시장은 맞다. 중국 증시도 사람처럼 성장하고 있다. 2010년 광풍이 불 때는 청년기, 최근에는 성인기 또는 성숙기에 접어들 태세다. 중국도 한국처럼 외환위기 등 기업발(發)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IMF 때처럼 대우·기아가 망해서 1등 기업이 흡수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성장률과 지수에 얽매이지 말고, 기업 특히 1등 기업을 봐야 한다.

비과세 해외주식펀드까지 부활했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1차 해외 펀드 비과세 기간 중국에 절반 이상 자금이 몰리면서 상당수 투자자가 ‘원금 반토막’을 경험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사실상 두 번째 충격으로 최근까지 해외 자본 유출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이 많다. 하지만 분산 투자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수익을 추구하려면 해외투자는 당연한 일이다. 국내주식형펀드처럼 해외 주식형펀드도 투자차액에 대해 영구적으로 과세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만큼 한국의 운용사도 인력 보강, 시스템 강화를 통해 지금보다 해외투자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당장 해외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게 맞을까?

과거에는 어떤 글로벌 기업이 1등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지금은 다르다. 구글·애플·나이키·테슬라·아마존 등 영어로 대화는 어려워도 미국 기업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내 투자자가 많아졌다. 해외주식형펀드에 투자하면 이들 기업의 주주가 되는 거다. 주식의 본질이다. 한국 자본 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 몇 % 수익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과실을 함께 나눌 만큼 우리 자본시장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중국 주식, 유럽 1등 기업, 구조조정을 마친 일본기업 등이 유망하다.

‘투자 축’의 변화는 국내외 가릴 것 없다고 했다.

그렇다. 굳이 구분하자면 소비와 IT를 중심으로 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곳이 국내 대기업이다. 한국 기업도 중국에 넘겨줄 사업은 빨리 넘겨주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단시간에 따라오기 힘든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좋은 징조가 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한미약품·SPC 등의 성장이다. 한국에서 아모레와 같은 30조원대 화장품 기업이 탄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미약품은 어떤가? 헬스케어 전략에 빠르게 대응한 성과다. SPC도 식품 소비 산업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국내 제조업에 투자한 펀드는 어떤가.

한국 제조업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꼭 소비 섹터뿐만이 아니다. 기계를 비롯한 하드웨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은 엄청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카, 인공지능, 의료용 로봇, 수소운반 기술 등 기존 중후장대 제조업이 방향만 틀면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많다. 대표적으로 LG같은 경우 스마트카,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면서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 투자는 당분간 미루는 게 맞나?

국내외를 너무 구분 짓지 말자. 최근 한국 기업도 단순히 국내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매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CJ를 보자. 콘텐트부터 음식·유통까지 가치를 소비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뚜레쥬르는 인도네시아에 올해 초까지 19호점을 돌파했다. 중국 매장도 2020년까지 1000여 개나 만들 계획이다. 베트남 프리미엄 베이커리 시장에서는 매출, 매장 수 모두 1위다.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아모레퍼시픽·엘지생활건강 등은 이미 시장판을 키운 셈이다.

국내 가치주 발굴에 20년 몸담아

최 대표는 해외주식형펀드를 통한 자본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해외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른 대응도 주문하고 있었다. 국내 가치주 발굴에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그가 이토록 해외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한국 기업 덕분”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눈부셨고, 이를 쫓다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제이앤제이 투자자문의 지분 30%를 취득해 이재현 대표(지분 40%) 다음으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오너십을 가진 사업을 하게 된 셈이다. 그는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도 추진 중이다.

- 글 김영문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201604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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