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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중위험·중수익 시장에 적합한 채권형 펀드에 자금 몰릴 것”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이 불안할수록 채권에 붙은 이자가 중요하다”며 채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주요 산업도 중국에 강한 도전에 힘겨워하며 저성장 국면이 한창입니다. 상당 기간 경제기조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군요.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이다 보니 채권 운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채권에 붙은 이자가 적어지니까요.”


지난 4월 7일 여의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집무실에서 만난 박천웅 대표가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아졌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올해만 벌써 1조4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국내 채권형 펀드 시장에 몰렸다. ‘이스트스프링 중장기’ 채권형 펀드에도 1991억원이나 몰려 자금유입 순 펀드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도 높다. 2014년 2월에 설정한 이후로 지금까지 11.12%(4월 12일 기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전체펀드 설정액은 12조5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전체 운용펀드 평균 수익률 8%를 달성해 중소형 운용사의 저력을 보여줬다. 고집스럽게 지켜온 ‘장기·가치투자’ 원칙을 지켜가는 박 대표를 만나 채권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 얘기를 나눠봤다.

최근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채권 자체의 이자율이 아주 낮은 상황이다.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저성장·저인플레 상황이 이어지는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국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많은 투자자가 안전자산이라 여기는 채권형 펀드에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저금리 상황 덕분에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 쉬워졌겠다.

그렇지는 않다. 금리가 왜 낮은지가 일단 중요하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구조 탓이다. 다르게 말하면 형편이 괜찮은 기업들이 자금 수요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진짜 자금이 궁한 작은 기업들이다. 경기가 어렵고 불안하면 우량 기업에만 투자하려는 ‘플라이 투 퀄러티’(fly to quality) 현상이 심화된다. 채권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위험도가 높은 크레딧 시장보다는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물건으로만 쏠리고 있다. 실제 중위험 상품군에 속하는 트리플 B(BBB), 싱글 A 등급 채권 거래량이 말라붙은 상황이다.

‘이스트스프링중장기’ 펀드에도 2000억원 가까이 몰렸다.

수년간 우리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운용에서도 모델 포트폴리오(MP)에 기반을 둔 투자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다. 채권 자체가 주식보다 매매가 쉽지 않지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위험 관리에 능한 데다 실전에서 충분하게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듀레이션 전략(채권의 원리금회수 기간만큼만 채권을 보유해 이자율 위험을 회피하는 것)과 커브(장단기 채권의 금리차를 이용하는 전략), 크레딧(개별 회사채 투자전략) 등도 병행하며, 채권 운용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세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단기보다 장기 이슈에 무게를 둔다. 단기 투자를 하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스캔들까지 투자 전략의 방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델 포트폴리오 전략에 중심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권 자체의 펀더멘탈(기초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분석 대상 기간을 1년 이상 늘려 경기 사이클을 점검한다.

‘장기’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인가?

5년 정도다. 이 정도 기간은 돼야 경기 사이클이 한번 돌았다고 봐야 한다. 최근 상황을 보면 주식이든 채권이든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단기에 수익 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5~10년으로 잡았을 때 성과도 더 좋았다.

채권시장에서 가장 이슈는 무엇인가?

미국 기준금리 이슈와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기간은 아직 미지수다. 사실상 연기한 것인데, 미국 내 상황보다는 미국 외 경기 불안을 고려한 조치로 봐야 한다. 한국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령화·저출산 등 사회 문제가 인구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저성장의 거대한 사이클에 접어든 셈이다. 당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이들과 같은 방향에 설 수 있다.

주식·채권형 펀드 상관없이 해외 분산투자 노려야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한국 기업이 우선 변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검약적 혁신’(Frugal Innovation)을 강조하고 싶다. 파괴적 혁신이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편의성을 제공, 값싼 제품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검약적 혁신은 단순화로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주로 중국 샤요미가 대표 사례다. 한국도 규모를 키워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보다 혁신을 꾀할 때다.

채권형 펀드, 투자 팁이 있다면?

채권형 펀드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과거에 큰 수익을 줬던 부동산·주식·채권 등에 너무 치중해 있다. 한 국가에 지나치게 치중(컨트리 바이어스)돼 있어 실물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자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금융자산이 다시 실물자산에 악영향을 기치는 악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주식·채권형 펀드 상관없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채권형 펀드로 시작한 얘기는 어느덧 베이비붐 문제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그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앞으로 투자 환경도 이를 토대로 바뀔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박천웅 대표는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중위험·중수익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주식과 채권을 혼합하는 형태의 상품까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채권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채권시장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자본으로의 역할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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