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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2) 수퍼카 열전 | 멋에 죽고 멋에 산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는 역대 최대인 24만9000대를 팔았다. 그 중 2만2844대가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다. 전년 대비 52.5% 늘었다. 포르쉐·마세라티·벤틀리·페라리 같은 고급 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섭다.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로 유명한 애스톤 마틴의 뱅퀴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수입차는 총 24만9000대다. 전년 대비 28% 성장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유는 다양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디젤차 환경규제가 유로5에서 유로6로 바뀌었다. 수입차 업체에서는 새로운 규제에 맞춘 신차를 출시하기 전 유로5 기준 모델을 최대한 팔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다. 하반기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태가 발발하면서 시장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업체마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면서 판매는 반대로 늘었다. 연말에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진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를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다시 웃었다.

흥미로운 것은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다. 총 2만2844대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52.5% 늘어난 숫자다. 전체 수입차 시장 평균 성장률을 훌쩍 넘어선다. 포르쉐·마세라티·벤틀리 같은 이른바 ‘수퍼카’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포르쉐는 지난해 3856대의 차를 팔아 5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피니티·재규어·피아트·시트로엥보다도 절대 판매량이 많았다. 포르셰가 파는 차들의 평균가가 2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그 밖에 벤틀리·마세라티·롤스로이스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처럼 따로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브랜드의 차량 판매 역시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차를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수퍼카 브랜드들이 커지는 시장을 모른척할 리 없다. 수퍼카를 살만한 주머니 여유를 가진 사람은 한정적이고, 이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 자사 자동차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힘쓴다. 일반 자동차 브랜드들이 쓰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란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수퍼한 자동차를 탔을 때, 당신의 삶이 얼마만큼 놀라워 질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각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최고·최대·최초의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모델을 들여와 그럴 듯한 스토리로 포장한다.

지난해 1억원 넘는 고가차 2만2800여대 팔려


▎기블리는 1억원대에 출시돼 마세라티 브랜드의 진입장벽을 낮춘 모델이다
이탈리아의 명마 마세라티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1000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 2009년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주인공 류시원이 타는 수퍼카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 광인 ‘류시원의 애마’로 알려지며 매니어층을 형성했다(실제 배우 류시원씨는 마세라티를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터운 외관을 날렵한 선으로 가다듬어 마세라티만의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가 소비자들을 매혹했다. 하지만 대당 3~4억원의 가격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차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1억원대의 저가형(?) 차량을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마세라티의 엔트리 모델 ‘기블리’가 상륙하면서 최고의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블리는 수퍼카 업계에서는 드물게 3.0L의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275마력, 최대 61.2kg·m의 토크를 내뿜는다. 기블리는 모델에 따라서 1억~1억3000만원에 판매한다. 여전히 비싼 가격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부담이 크게 줄었다.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고객이 눈길을 줄만한 차가 됐다.

마세라티가 성장세에서 돋보인다면, 절대 판매에서 빛나는 브랜드는 포르쉐였다. 고성능차는 쿠페나 세단이라는 편견을 깨고 과감하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투입해 성공을 거뒀다. 기존 한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던 카이엔은 여전히 잘 팔렸고, 최근에는 카이엔보다 가격이 저렴한 네바퀴 굴림 SUV 마칸까지 투입해 성공을 거뒀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비하면 비싸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국내에서 1억원 이하에 포르셰 차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기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카이엔과 마칸이 포르쉐의 판매를 책임졌다면, 수퍼카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은 918 스파이더가 지켰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한 차로 평가된다. 1개의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발휘하는 최고 출력이 887마력에 이른다. 최대 토크는 무려 130kg·m이다. 제로백은 2.8초로, 자동차 업계에서 서킷용 타이어가 아닌 도로용 타이어를 달고 기록할 수 있는 한계 제로백으로 평가하는 2.6초에 거의 근접한 모델이다. 이름에 포함된 숫자만큼(918대)만 전세계에서 한정 판매했는데, 지금은 모든 차의 판매를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약 12억원의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말과 황소의 싸움은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말을 로고로 쓰는 페라리와 황소가 상징인 람보르기니간의 대결이다. 두 브랜드는 국내에서 공식적인 판매 대수를 밝히지 않는다. 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페라리가 람보르기니의 2배 이상을 팔고 있다. 이에 람보르기니는 새로운 딜러사와 손잡고 신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계획을 세워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페라리 VS 람보르기니 라이벌 전쟁


▎4억원이 넘는 고스트는 품격을 갖춘 럭셔리 세단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람보르기니의 창업자는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다. 이탈리아인인 그는 전쟁 때 버려진 탱크를 트랙터로 개조해 큰 돈을 번 사업가였다. 자동차 광이었던 페루치오는 페라리의 팬이기도 했다. 어느 날 페라리 자동차와 관련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 위해 페라리 본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하찮은 트랙터 사업가’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고, 1963년 홧김에 만든 수퍼카 브랜드가 ‘람보르기니’였다.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탄생한 브랜드인 셈이니 지금까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를 방문한 일을 두고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실제 페루치오는 페라리를 방문한 적이 없다’ ‘페라리는 방문했지만 문전 박대를 당하지는 않았다’ 등의 설이다. 이에 현재 람보르기니의 CEO 수테판 윙켈만은 “창업자(페루치오)가 페라리를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 맞다”며 람보르기니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타도 페라리’를 외치는 람보르기니와 달리, 페라리는 가능한 람보르기니를 외면하려 애쓴다. 두 개의 브랜드가 라이벌로 엮이는 것 자체를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페라리가 람보르기니를 라이벌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몇몇 사건들이 있었다. 람보르기니는 수퍼카 업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기존 업체들이 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서 세간을 놀라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많은 수퍼카에 장착하는 ‘미드 십, 리어 휠’ 드라이브를 상용차에 가장 먼저 시도한 게 람보르기니다. 엔진룸이 차량의 가운데(운전석의 바로 뒤) 위치하고, 뒷바퀴로 달리는 차를 말한다. 상용 수퍼카에 네 바퀴 굴림을 먼저 적용한 브랜드도 람보르기니였다. 이후 페라리는 람보르기니의 차를 인정하고 비슷한 형태의 차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의 관계자들은 여전히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비교하는 질문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의 싸움은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들의 사이마저 갈라 놓았다. 인터넷 사이트 혹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수퍼카 동호회 모임에서 람보르기니 유저와 페라리 유저들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한다. 이런 팬들 간의 다툼이 각 브랜드의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수퍼카 업계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풍부한 이야기를 끊임 없이 확대 재생산한다.

영국이 고향인 수퍼카 브랜드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판매에서 가장 앞서는 브랜드는 벤틀리다. 2013년 164대였던 벤틀리의 판매량은 2014년 322대, 지난해에는 385대까지 늘었다. 과거 레이싱에 심취했던 브랜드의 향수를 간직한 콘티넨탈과 고급스러움과 기품을 극대화한 플라잉 스퍼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에서는 호화 세단인 플라잉 스퍼가 조금 더 앞선다. 벤틀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고객만을 위한 한정판 ‘플라잉 스퍼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총 2대가 생산됐고, 3억원이 넘는 가격에도 출시 전에 사전예약으로 판매가 완료됐다.

영국산 수퍼카들도 줄지어 한국행

영국의 명차 롤스로이스도 한국에서의 선전을 이어갔다. 2014년 45대에서 지난해 63대까지 판매가 늘었다. 겨우 63대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모델은 고스트와 레이스다. 두 모델 모두 지난해 29대씩을 팔았는데, 이 차들의 가격은 기본 4억 원부터 시작한다. 상위 모델인 팬텀은 대당 가격이 7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63대에 ‘겨우’라는 표현을 쓰기는 쉽지 않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선전에 새로운 영국의 신사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한국에 공식 진출한 맥라렌과 애스톤 마틴이다. 맥라렌 공식 전시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잡았다. 운영은 기흥인터내셔널이 맡는다. 우선 650S ‘쿠페’와 650S ‘스파이더’를 출시해 3억3000만~3억6000만원에 판매 중이다. 영국의 첩보영화 <007> 시리즈에 출연해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로 유명한 애스톤 마틴도 지난해 국내에 공식 데뷔했다. 2억원 대의 DB9과 라피드 S, 3억원 대의 뱅퀴시 등을 판매한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박스기사] 수퍼카 시장을 수놓는 ‘거미전쟁’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맥라렌 650S 스파이더는 최고 650마력의 강력한 힘까지 갖췄다.
자동차 이름에서 ‘스파이더’라는 단어를 종종 목격한다. 자동차 이름에 ‘거미’가 쓰이면 이는 2인승 컨버터블 모델을 지칭한다. 날렵한 차체의 천장이 열리고 닫히는 모양이 마치 거미가 차 위에 앉은 것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 스파이더 자동차는 말 그대로 멋에 죽고 멋에 사는 차다. 천장이 열린다는 이유로 차 값이 훌쩍 뛰고,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고 싶은 차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온 맥라렌 650S 스파이더다. 3799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최대 650마력의 힘을 내는 스포츠카다. 최고속도는 329㎞/h, 제로백은 3초다. 잘 나가는 차가 멋스럽기까지 하다. 문이 열리는 모습이 나비 같다고 해서 ‘버터플라이 도어’라고도 불린다. 올해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는 페라리 488 스파이더도 주목해야 할 모델이다. 8기통 3902㏄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650마력의 힘을 내고, 최고 속도는 325km/h, 제로백은 3초다. 14초 만에 열리고 닫히는 하드톱을 적용했다. 날렵한 보닛과 바퀴를 감싸는 우람한 근육이 잘 조화됐다. 가격은 약 3억8000만원 정도다.

페라리가 가는 길에 람보르기니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람보르기니는 우라칸 LP 610-4 스파이더 모델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2월 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글로벌 출시를 선언한 따끈한 신상이다. 488 스파이더와 자주 비교되는 모델이다. 기본 배기량이 488보다 큰 5204cc, 풀타임 4륜구동을 적용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개폐되는 천장도 패브릭 재질의 소프트톱이다. 최고 출력, 최대 토크, 제로백 등 수치로 드러나는 성능은 우라칸 스파이더가 488과 비교해 약간 뒤진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성적 부분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람보르기니 측의 주장이다.

아우디의 대표 고성능차 R8의 신형 스파이더 모델의 출시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540마력의 힘을 내고, 최대 55.1㎏·m의 토크를 가진 5.2리터 V10 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8의 스파이더 모델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i8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콘셉트카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미래 지향적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에 많은 이들이 매료됐다.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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