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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3) 후안-카를로스 토레스 바쉐론 콘스탄틴 CEO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 

제네바(스위스)=오승일 기자
260년 전통의 바쉐론 콘스탄틴이 2016 SIHH에서 새로운 스포츠 컬렉션 ‘오버시즈’를 공개했다. 후안-카를로스 토레스 CEO를 스위스 현지에서 만나 신제품 출시 소감과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2016 SIHH 박람회장에서 만난 후안-카를로스 토레스 CEO. 지난 35년간 바쉐론 콘스탄틴과 동고동락해 온 고급시계 업계의 산증인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이 새로운 스포츠 컬렉션을 출시했다. 1755년 설립 이후 워치메이킹의 탁월한 기술력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온 바쉐론 콘스탄틴이 이번 박람회에서 새롭게 선보인 ‘오버시즈’는 전 세계 언론과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21일, 바쉐론 콘스탄틴 전시 부스에서 만난 후안-카를로스 토레스 CEO는 “오버시즈는 여행과 레저를 즐기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시계”라며 “캐주얼 엘레강스 콘셉트를 구현해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에브리데이 워치”라고 말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새 컬렉션이 오늘 처음 공개됐다. CEO로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매우 기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그 이유는 이번 박람회에서 공개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모든 제품이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인 ‘레퍼런스 57260’을 출시해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브랜드가 지닌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버시즈는 어떤 시계인가?

여행과 레저를 취미로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헌정하는 컬렉션이다. 스포츠 워치지만 드레시한 스타일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기품을 담아 캐주얼 엘레강스 콘셉트를 구현했다. 데이 타임의 캐주얼부터 이브닝 타임의 슈트에 이르기까지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우리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엔트리 컬렉션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모델이 있다면.

울트라씬 퍼페츄얼 캘린더다. 오버시즈 특유의 절제된 미학과 복잡한 기술력을 동시에 구현했다. 2100년까지 완벽하게 달력의 기능을 수행하는 고도로 복잡한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면서도 그 두께가 단지 4.05㎜에 불과하다. 우아하면서도 캐주얼하고 스포티브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을 지닌 시계다.

기존 시계들에 비해 이번 컬렉션은 디자인적으로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바쉐론 콘스탄틴 모던 스포츠 워치의 기원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비롯됐다. 1977년 선보인 ‘222 시리즈’는 물론 1996년 처음 등장한 오버시즈의 첫 번째 컬렉션에서부터 2004년의 두 번째 컬렉션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꾸준히 추구해온 디자인 코드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만약 다른 점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디자인이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포르쉐 자동차를 떠올려 보자. 포르쉐는 전형적인 클래식 디자인을 다양하게 진화시켜 여러 가지 버전으로 표현한다. 그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고가의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 의도적인 전략인가?

바쉐론 콘스탄틴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가격을 높거나 낮게 책정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제품의 퀄리티와 생산 비용, 이윤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해 가격을 결정한다. 오버시즈 컬렉션은 지나치게 비싸거나 저렴하지 않으며, 가장 알맞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워치의 새로운 기준 제시

고급시계 제작에 있어 최고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보유하고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현재 전 세계 80개 국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파리·런던·뉴욕·홍콩·베이징 등 대도시 부티크와 300여 군데 공식 판매처에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고객을 향한 존경, 최상의 기술과 미적 완성도로 제작된 제품, 장인정신의 계승, 최고 수준의 서비스 제공과 같은 브랜드의 궁극적인 가치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는 토레스 CEO는 1981년 메종에 처음 몸담은 이래 30년 넘게 브랜드의 역사와 함께하며 파인 워치메이킹과 고급시계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쌓았다. 2005년 CEO에 임명된 그는 예술과 문화의 세계를 다방면으로 후원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문학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에 흐르고 있는 DNA는 무엇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능케 한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DNA와 가치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고자 하는 열정과 책임감이다. 시계 자체만이 아니라 시계에 관련된 모든 노하우와 장인정신까지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퀄리티와 정직성이다. 절대로 고객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제품을 팔기 위해 억지로 갖은 노력을 하거나 애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우리 제품을 찾게 해야 하며,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남아야 한다.

오랜 명성과 품질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순간 배우는 것이다.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모든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수란 브랜드를 상처 입히는 모든 것, 바쉐론 콘스탄틴답지 못한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망치는 것은 ‘오만함’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중국에서 매우 강세다. 중국경제 악화가 고급시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최상위 수준의 부티크를 운영하며 최고급 A/S를 제공하고 훌륭한 결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 고객들이 자국이 아닌 다른 곳 어디에서 제품을 구매하느냐다. 한국도 중국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사실 한국 고객들 역시 아주 강력한 고급시계 소비자다. 제품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컬렉터 역시 많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고급시계 시장을 이끄는 선도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35년간 시계 업계에 몸담아 온 전문가로서 시계에 대한 철학을 묻고 싶다.

시계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의 철학이라면 ‘자금이 없을 때에는 자금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을 때 자금을 쉽게 융통해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시계에 대한 철학이라면 ‘가능한 한 더욱 잘해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이다. 브랜드 설립자 장 마크 바쉐론이 남긴 모토다.

- 제네바(스위스)=오승일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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