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정직하게 분석해 고객사들이 원하는 마케팅을 해 매출을 늘려주는 기업. 바로 에코마케팅(ECHO MARKETING)이다. 10년 연속 성장 가도를 달린 끝에 상장을 앞둔 이 회사는 업계에서 ‘괴짜’로 통한다.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는 올해 상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기업공개와 함께 그동안 사업 내용도 적극 공개할 계획이다. 기존 광고대행업의 본질과 인식도 변하길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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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서 답을 찾습니다. 소비자의 구매성향, 연령구성, 소득특성 등 모두 0과 1로 나눌 수 있죠. 수십·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시간 데이터를 마케팅에 고스란히 연결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비결입니다.”‘에코마케팅이 광고대행사인가?’라는 물음에 김철웅(49) 대표가 손사래 치며 한 말이다. 지난 2월 2일 서울 강남구 학동에 있는 에코마케팅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세계적인 인터넷 상거래 기업의 중국 진출 얘기를 꺼냈다. “세계 굴지의 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유독 과거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게 뭔 줄 아나?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르다. 베이징, 상하이 등 지역마다 다른 특성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파악한 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2003년 설립된 에코마케팅은 국내 최대 광고마케팅사다. 2005년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광고 취급고는 지난해 1500억원을 넘어섰다. 10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에는 중국 파트까지 따로 만들어 글로벌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는 마케팅에서 곧 인격이다’라는 김 대표의 철학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통하게 된 셈이다.김 대표에게 ‘숫자’는 에코마케팅 출발의 첫 단추다. 김 대표가 회사를 차리고 먼저 주목한 것이 바로 ‘검색광고’ 시장이었다. 네티즌이 직접 검색해 찾아내는 광고다. 매일 검색 횟수와 검색어 등 실시간 데이터가 쏟아졌다. 김 대표는 ‘무의미’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고, 결국 그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영업비밀로 하지 않고 공개해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광고를 맡긴 광고주에게 광고비 대비 매출 효과를 ‘숫자’로 설명했다. ‘효과’를 광고단가로까지 환산해 보여주자 다들 반신반의했다. 효과를 어떻게 수치로 보여주느냐며 웃던 광고주들도 나중에 성과를 보자 충격을 받았다. 그때 광고주들의 표정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친환경’ 경영이 보여준 울림(ECHO)이후 에코마케팅은 모든 광고 관련 데이터를 모아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매출로 실현되는지를 보여줬다. 그가 그렇게 USB 하나를 들고 업체들의 문턱이 닳도록 다니던 어느 날, “그래, 한 번 해보자.” 부도 위기에 처한 한 저축은행 회장이 김 대표에게 던진 말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저축은행은 2년 만에 빚을 모두 갚았고, 순이익 140억원 대 회사로 탈바꿈했다. 입소문은 금세 퍼지며 사무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그는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자 다른 고객을 끌어오더라”며 “광고주가 직접 매출 효과를 경험할 수 있게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김 대표의 ‘물고기론(論)’은 한발 더 나아갔다. 잡은 물고기에 더 좋은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는 “양식업이나 목축업을 보자.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업이다. 이들을 잘 관리하고 더 좋은 먹이를 주면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광고효과에 만족하던 광고주에게 더 좋은 제안을 하면 기존에 10억원이었던 마케팅비가 20억 원으로 확대돼 에코마케팅의 매출도 함께 늘어난다는 식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마케팅 방식의 운용보다는 기업이 원하는 성장 목표에 더 주목했다. 그는 “우리는 아이디어나 매체를 파는 게 아니다. 기업의 성장 의지에 우리의 생존 능력을 대입시킨다. 고객과 계약하는 순간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고 ‘매출 증대, 이윤 극대화’에 모든 것을 건다”고 했다.철저히 기업과 목표를 함께 한 탓에 에코마케팅은 사업 출발부터 광고영업사원을 두지 않았다. 기존 업계에 뿌리 박혀 있던 리베이트나 접대도 일절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를 “실력 없는 회사가 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제일 큰 거래처라도 지난 1년간 외부에서 미팅을 해 본 적이 없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물론 에코마케팅이 ‘정도 경영’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줘도 기존 마케팅 부서를 유지하는 기업들 가운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기업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스포츠센터의 트레이너나 병원의 의사에 비유될 수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추진력과 노하우는 베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오히려 당당했고, 그 덕분에 실제로 계약을 끊었다가 다시 돌아온 회귀율이 80%가 넘었다. 이는 김 대표가 ‘사람은 베낄 수 없다’는 것을 신조로 삼은 덕분이기도 했다. 실제 회사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실장급 직원에 외제차 지급, 고액 연봉, 해외여행 등에 지원하는 등 직원 복지에 쓴다고 해서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누구도 베낄 수 없는 노하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시장도 소리 없이 달려가는 에코마케팅을 눈여겨보고 있다. 에코마케팅이 상장요건을 위해 시장에 내놓은 주식 매입에 경쟁이 붙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벤처캐피털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증권사인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대우증권, SK투자증권, 키움투자증권까지 에코마케팅에 투자했던 것. 이들은 최대주주인 김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공성아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6%가량을 총 120억 원에 인수했다. 물론 에코마케팅의 ‘상장’을 단순한 몸집 불리기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가 망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데이터를 가지고 바른 경영, 실력으로 경쟁해도 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상장을 결정했다.”김 대표는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에코마케팅 같은 회사는 아직 우리 시장에 없습니다. ‘롤모델’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사업을 상장을 통해 공개할 생각입니다. 우리를 제대로 알고 나면 많은 스타트업이 따를 겁니다. 처음에 파이가 줄겠죠. 하지만 기존 광고대행업의 본질과 인식도 바뀌는 울림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명이 울림이란 뜻을 가진 에코(ECHO)인 거 아시죠?”-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