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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용 ICB 대표 

한중 ‘쌍방향’ 직구(直購) 다리역할 맡을 기대주 

글 김영문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중국 광군제 때 알리바바 일일 매출이 한국 대기업 쇼핑몰 연 매출을 넘어섰다. 이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기업이 있었으니 창업 3년 차 기업 ICB다. 물류회사가 아니라 진정한 ‘크로스보더’ 회사라고 불러달라는 이한용 대표를 만났다.

장면 하나. 중국에서 인기인 이랜드의 ‘티니위니’는 후드티·점퍼·코트 등 1만 장이 2시간만에 ‘완판’됐다. 이마트는 한방샴푸를 명절용 ‘선물세트’ 형태로 만들어놨는데 4000세트가 모두 예약·품절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마몽드는 하루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닷컴은 기저귀·샴푸·여성 의류·캐릭터 제품·주방용품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현대H몰 글로벌관은 하루 매출이 이미 전달 전체 매출을 넘어선 상황.

장면 둘. “항공기 두 편 더 확보해야 해!” 김동철 ICB 부대표가 이한용(42) 대표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직원들 모두 전화통을 붙잡고 항공사에 연달아 전화를 돌렸다. “항공 화물로 보낼 건데 빈자리 있나요?” 이 대표는 항공사에 돈을 더 내서라도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의 화물칸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날 하루 항공사에 전화 돌린 것만 백여 통. 결국 아시아나 전용기 3대를 확보해 총 49만 건, 거래금액 270억원 규모의 주문을 처리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매년 11월 11일)’ 날이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자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하루 동안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날이기도 하다. 특히 해외 국가로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곳이 한국이었다. 국내 한 대기업 쇼핑몰 회사가 일 년 동안 거두는 매출과 맞먹었다. 특히 알리바바를 통해 한국에 있는 물품을 사려는 중국인들 대다수가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사인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

알리페이와 한국업체를 연결해주는 ICB를 이끄는 이한용 대표도 같은 날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배송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 만난 이 대표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한참이나 설명했다.

“결국 항공기 총 3대분 자리를 확보했다. 중국 본토까지 배송날짜를 지키려면 한국에서 최대한 빨리 보내야 했다. 전 직원이 진땀 뺀 날이다.” 하지만 ICB는 중국행 전문 물류업체가 아니다. 그는 “ICB는 ‘핀테크’가 주된 사업”이라고 답했다. “물류 업무를 하면서 관련 국내업체한테 어떤 수수료나 비용도 받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ICB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의 돈독한 관계 덕분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사인 알리페이(결제 서비스)와 차이니아오(물류 서비스)의 한국 공식 파트너다. 지금은 중국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국내 기업을 위해 결제·물류·마케팅·기술지원 등 대 중국 사업을 위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한국 대표 파트너가 대기업도 아닌 설립 3년 차인 스타트업이 맡게 된 것이다. 이제는 국내 대기업도 알리바바 역직구 결제나 물류 사업을 하려면 ICB와 협의를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엔 매출액 43억원, 올해는 2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 최대기업 알리바바와 돈독한 관계


알리바바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이한용 대표는 2000년부터 석유와 수산업 관련 B2B(기업간 거래) 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일했다. 싱가포르에서 항상 현물시장이 열렸는데 거래와 결제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거래는 초 단위로 했는데, 결제는 몇 달이 지나서였다”며 “기업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거래와 결제’를 묶는 법을 고민하던 그는 2007년 김동철 부사장과 함께 아이디어가 담긴 USB 하나를 들고 알리바바에 무작정 찾아갔다. “바로 사업화는 안 됐다. 하지만 알리페이 쪽 사람을 만나보라고 하더라.”

당시 알리페이도 B2B 사업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결제 앱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이게 기회다 싶어 이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ICB를 차렸다. “알리페이 쪽 마음 열기가 쉽지 않았다. 알리페이 주관 행사도 무작정 찾아가며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출했다. 정말 중국의 ‘관시(關系)’가 쉽지 않았다”며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코드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중국행 비행기 몸을 실었다. “처음에 알리페이 관계자들이 믿지 않았다. 그래서 알리페이 담당자를 직접 서울 명동에 데려와 스마트폰 화면에 바코드를 인식하는 시연을 수십 번 했다. 한번이라도 인식 못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웃었다.

이후 알리페이와의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국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하나은행과 카드결제승인대행(VAN) 기업인 한국정보통신(KICC) 등과 1년 넘게 고생한 끝에 2014년 알리페이에 바코드 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됐다. 이 대표는 “특히 하나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現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이 알리페이와 미팅을 같이 가면서 백팩 하나만 가지고 혼자 공항에 나타나 내 사업 얘기에 귀 기울여 주던 일도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이후 알리페이와 ‘핑퐁’하듯 사업이 풀려간다. 이번엔 알리페이가 역으로 제안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알리페이 고객에 한해 결제와 낮은 물류비, 신원 확인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알리페이 이패스’ 서비스를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어 했다. ICB는 이 또한 안정적으로 진행시켰다. 최근엔 국제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물류’도 ICB가 나서 해결했다. 이번 광군제 때 중국인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은 물류 사업이 나름 체계를 갖췄지만, 처음엔 물류업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 대표는 물류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을 취한다. “처음에 CJ대한통운을 찾아갔다가 견해차가 있었다. 다음에 만난 현대로지스틱스는 ICB ‘알리페이’ 파트너사라는 것을 놀라워하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고 했다. ICB는 이렇게 갖춰진 결제·물류·물품 등의 체계를 활용해 지난해 5월부터 현대로지스틱스·아시아나항공·티몰과 머리를 맞댔다. 광군제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미리 대비한 덕분이다.

ICB는 지금도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성장하는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이 대표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먼저 건넸던 명함을 다시금 보여줬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알리페이의 로고를 명함에 넣고 싶다고 요청했다. 지금은 알리페이가 전 세계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 중 ICB가 유일하게 알리페이 로고를 쓰고 있다.”

1100억원대 물류창고도 진행해

내친김에 그는 경기도 김포에 물류창고까지 짓고 있다. ICB·GS리테일·SC제일은행이 모여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60억원 자본금의 법인을 세워 진행하는 1100억 원짜리 프로젝트다.

이 대표는 “처음에 투자받아서 부지를 아예 사버릴까 하다가 본 사업목적이 흔들릴까봐 협력자를 구했다”고 했다. 이러다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 치며 “알리바바 철학과 배치된다. 시장을 독점하기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ICB의 정체(?)를 다시 한 번 물었다.

“ICB는 물류회사가 아니에요. 국경간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 회사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요? 한국 사람도 중국에서 물건을 손쉽게 살 수 있게 하는 대규모 ‘쌍방향’ 직구 시대가 곧 열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물건이었다면 앞으로 맞춤형 한류상품을 통해 콘텐트 상품까지 제공하는 진정한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글 김영문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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