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 

돼지고기는 산업이자 문화다 

글 조득진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도드람은 종돈부터 양돈·생산·도축·가공·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형 협동조합이다. 이영규 조합장은 “수익뿐 아니라 돼지고기 문화까지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규 조합장이 주도하는 ‘도드람한돈’은 브랜드별 돼지고기 시장점유율 1등을 기록 중이다.
영동고속도로 이천IC를 빠져나와 도드람삼거리에 이르자 한눈에 도드람양돈농협(이하 도드람)이 들어온다. 넓은 대지에 본사 건물과 하나로마트, 도드람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도드람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성공한 자생조합이다. 1990년 이천·여주 일대 13개 농장이 모여 돼지사육 정보를 나누는 친목단체였던 도드람은 지난해 2조953억원 매출을 올린 기업형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현재 612개 농장이 회원으로 있다. 지난해 기준 사육두수는 전국의 16.4%, 도축두수는 4%를 점유하고 있으며 양돈사료 생산은 글로벌기업인 카길퓨리나, 팜스코에 이어 3위 규모다.

이영규(59) 도드람양돈조합 조합장은 1990년 당시 13개 농장 중 한 농장의 영업부장이었다. 종돈전문가로 농장 방문이 잦았던 그는 조합원을 모으며 현재 도드람의 기반을 닦았다. 2009년 4월 조합장에 취임해 8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만난 그는 “도드람은 생산에서 도축, 가공·판매와 소매까지 아우르는 기업형 협동조합형”이라며 “생산자 입장에선 원가경쟁력이 커지고, 소비자 입장에선 유통 단계가 줄어 저렴한 가격에 품질 보증된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드람은 올 초 농협중앙회 종합업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농·축협 부문 1위에 올랐다. ‘도드람한돈’은 브랜드별 돼지고기 시장점유율 1등을 기록 중이다.

도드람은 모기업인 도드람양돈농협을 중심으로 생산·도축·가공판매·소매 분야에서 7개의 자회사가 수직 계열화되어 있다.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은 2조 953억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에서 각각 1조2397억원, 85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총 2조2537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이 조합장은 “협동조합이지만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자회사를 만들었다”며 “전문성을 갖춘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어 다른 조합에 비해 의사 결정이 빠르고 그래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테마파크·한돈축제로 ‘돈육문화’ 선도


도드람은 축산업계에서 기술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우선 일찌감치 ‘사료의 독립’을 이뤄냈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들이 사료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시절. 도드람은 생산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사료 값을 낮추기 위해 공동구매에 나섰다. 또 일종의 사료 레시피를 만들어 중소 사료공장에서 납품받기도 했다.

‘양돈 생산의 전산화’와 ‘지도사 운영’은 도드람이 업계에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이 조합장은 “과학적인 양돈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며 “사료 값을 낮춰 생긴 이윤으로 지도사를 선발해 각 농가에 양돈 지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통회사를 만든 것도 주효했다. 가격 책정을 중간 상인이 아닌 농가 스스로 하게 된 것이다. ‘도드람포크’(현 도드람한돈)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든 것도 도드람이 최초다.

도드람은 지난해 브랜드를 ‘도드람포크’에서 ‘도드람한돈’으로 바꾸었다. 역사가 오랜 브랜드를 바꾸는데 고민이 많았지만 ‘한돈’이 주는 이미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 조합장은 “양돈기업들이 ‘○○포크’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왔지만 사실 소비자들에겐 차별화된 인지도가 없었다”며 “시장 주도 기업으로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올 초엔 경기도 분당에 ‘도드람 미트마켓’ 직영 1호점을 내기도 했다. 현 대리점 유통 체계를 벗어나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직영 정육점이다. 이 조합장은 “직영점으로 운영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그만큼 소비자가격을 낮춘 것이다. 올해 10여개 정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물가공사업의 일환인 순대전문점 ‘본래순대’도 현재 전국에서 50개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이 조합장은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처리를 가장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도드람은 테마파크 운영, 한돈돼지문화축제 진행으로 ‘돈육문화’ 전파에도 애쓰고 있다. 테마파크는 햄 만들기, 돼지목걸이 등 체험장과 돼지를 테마로 한 키즈랜드, 바비큐셀프식당 등으로 구성됐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즐기는 복합문화센터다. 이 조합장은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한돈의 우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돼지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체험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테마파크에는 연 20만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이날도 주차장엔 서너 대의 관광버스가 눈에 띄었다. 체험장에선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햄을 만들고 있었다.

이 조합장은 현재 전국의 7개 양돈조합이 10년 안에 5개 정도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후엔 최종적으로는 대형 양돈조합 서너 개 정도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결국 조합원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판매 유통망을 가진 조합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지난해 경제사업 매출이 1조2397억원인데 2020년 2조원을 목표로 생산과 유통망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드람은 현재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전북 김제지평선산업단지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제2의 축산물종합처리장을 건립 중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현재 도드람 조합원이 생산한 돼지 도축율은 25%에서 50%까지 높아진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국내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 글 조득진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201605호 (2016.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