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전 어스름한 시각에 사진기를 둘러 메고 관사를 나설 때면 항상 설레는 마음이었다. 정읍시에 위치한 전문대학의 총장으로 일했던 몇 년 동안, 매일 아침 정읍천변을 걸었다. 길을 걸으면서 호흡하고, 명상하며, 사진기를 통한 피사체와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건강과 마음수련을 겸한 매일매일의 출사가 횟수를 거듭해 해를 넘기면서, 풍경뿐 아니라 계절의 변화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품고 있는 천변의 풍경은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푸르름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오늘 네 앞에 펼쳐진 서리 내린 척박한 겨울 논밭이 다음 계절에는 풍성한 결실을 품은 땅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엄중한 자연법칙을 알려주었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천변풍경을 보면서, 당시에 처해있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의 메시지를 대학의 교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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