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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유니베브 대표 

프리미엄 맥주의 진수 알린다 

글 오승일 기자·사진 임현동 기자
460년 전통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엄 맥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김성현 유니베브 대표를 만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맥주 시장 전망과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자무쪼에서 만난 김성현 대표. 스코틀랜드 넘버원 맥주 테넌츠로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프리미엄 맥주 전도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17만919톤, 수입액은 1억4186만 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수입량(11만9500톤)은 43%, 수입액(1억1168만 달러)은 27%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수입맥주 열풍에 대해 업계에선 저도주 트렌드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수입맥주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내려 맥주 수입이 쉬워진데다 맛과 향이 풍부한 에일 맥주로 소비자 선호가 이동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처럼 다양한 수입맥주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스코틀랜드 프리미엄 맥주 테넌츠의 등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1556년 탄생한 테넌츠는 스코틀랜드에서 판매량 1위,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다.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지역의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테넌츠 맥주는 풍부한 맛과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테넌츠 맥주를 국내에 론칭한 김성현(44) 유니베브 대표는 “테넌츠는 460년 전통의 양조 비법과 장인 정신이 녹아 있는 제품”이라며 “최상급 몰트와 깨끗한 물,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넌츠를 국내에 소개하게 된 계기는?

주류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에 스코틀랜드에 출장 갈 기회가 많았다. 그때 현지에서 즐겨 마시던 맥주가 테넌츠였다. 테넌츠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즐기는 ‘국민 맥주’다. 대기업들의 독과점으로 획일화된 국내 맥주 시장에 좀 더 다양한 제품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들여오게 됐다. 브랜드의 오랜 역사나 명성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사실 테넌츠는 수출에 주력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은 맥주 브랜드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런 흐름과 잘 맞아 떨어졌다. 국내 소비자들 반응도 아주 긍정적이다. 맥주 애호가들의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개최된 맥주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주문량도 많이 늘고 있다.

타사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테넌츠의 경쟁력이라면.

스코틀랜드산 맥주란 점이다. 메이드 인 스코틀랜드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 같다.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원재료인데, 100% 스코틀랜드산만 고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동일한 제품의 패키지를 다양화해서 종류를 늘려가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테넌츠는 라거(lager), 위스키 오크 숙성(beer aged with whisky oak), 스카치 에일(scotch ale), 스타우트(stout),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등 제조법이 각기 다른 다양한 종류의 맥주들을 자체 브랜드로 갖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독특하고 특색 있는 맥주를 찾는 마니아들을 위한 브랜드가 바로 테넌츠다.

다양한 제조법 중 위스키 오크 숙성이 특히 눈에 띈다.

싱글몰트 위스키 원액에 담가 두었던 오크 칩들을 맥주 양조 과정에 추가해 장기간 숙성시킴으로써 싱글몰트 위스키 원액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도록 제조한 것이 바로 테넌츠 위스키 오크 숙성 맥주다. 라거 방식으로 하면 발효(bottom fermenting)하면서도 온도를 올려 에일 타입으로 마무리하는 하이브리드 양조 방식으로 생산한다. 덕분에 냉장 상태에서 라거 타입으로 즐길 수도 있고, 상온에서 에일 타입으로 마시면서 깊고 풍부한 위스키의 풍미를 함께 느낄 수도 있다.

제조법이 독특한 만큼 위스키나 와인처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쌉싸래한 맛과 특유의 청량감이 살아 있는 테넌츠 라거 맥주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또 깊은 향과 다소 높은 도수가 특징인 위스키 오크 숙성 맥주나 스카치 에일 맥주는 스테이크 같이 기름진 음식과 함께 즐기면 좋다.

마니아 위한 개성 강한 맥주 선보여

동국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 대표는 지난 14년간 롯데칠성음료·롯데아사히, 수석무역, 엠즈베버리지(매일유업과 일본삿포로맥주의 합작회사), 하이네켄코리아 등을 거치며 제품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주류 전문가다. 지난해 세계적인 주류·음료 전문기업인 C&C그룹과 제휴를 맺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주류들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주류 시장을 전망한다면?

최근 주류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저도주 트렌드다. 이는 사회현상이나 문화와 연계해서 살펴봐야 한다. 한국도 이제 개인주의가 만연돼 있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또 예전처럼 취하기 위해 마시기보다는 적절하게 음미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경제 불황으로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저도 위스키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유흥 시장에서는 앞으로 프리미엄 주류들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맥주나 와인이 많이 팔리는 가정용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맥주 시장은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인가?

전 세계적으로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40%다. 하지만 한국은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시장성이 높다. 테넌츠의 위스키 오크 숙성 맥주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들은 워낙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라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판매 채널 중 70~80%가 대형마트다. 주요 지역의 업장들을 통해 판매되는 부분은 아직 미약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고 신중히 판단해 접근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향후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안에 스카치 에일, 스타우트, 인디아 페일 에일 등 3개 제품을 추가로 론칭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들을 차례대로 소개해 나갈 계획이다. 그 다음에는 우리만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유니베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에 좋은 술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신뢰할 만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기업명 유니베브(UNIBEV : Universal, Unique, United Beverage)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일본의 ‘산토리’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맥주 제조법을 배웠음에도 지금은 자체 생산한 맥주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산토리 같이 자체 브랜드도 내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 글 오승일 기자·사진 임현동 기자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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