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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 

금고업계 퍼스트 펭귄 

조득진 기자 cho.deukjin@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는 업계에서 퍼스트 펭귄으로 꼽힌다. 디자인을 앞세운 인테리어 금고에 이어 최근엔 IoT를 접목한 스마트 금고를 선보이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그는 “금고는 서비스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위치한 선일금고제작 본사 1층은 다양한 금고가 전시된 쇼룸이다. 김영숙 대표는 “가정용 금고로 시장을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문을 보던 김영숙(61) 선일금고제작 대표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SK텔레콤의 스마트홈서비스 기사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자사의 대표 모델인 루셀에 블랙박스를 장착해 고객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금고 주변 환경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투자 규모 탓에 고심하던 차였다. 김 대표는 당장 직원을 SK텔레콤 측에 보내 의사를 타진했다. 다양한 가전제품과 협업을 진행하던 SK텔레콤도 금고는 생각지 못한 아이템이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홈 기능이 필요한 곳이 금고”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렇게 5월 출시되어 전국 30여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 ‘스마트 루셀’이다. 스마트 루셀은 금고문이 강제로 열리거나 파손되는 등 충격을 감지했을 때, 고객이 설정한 시간 이상 금고가 열려있을 때, 비밀번호 입력 오류가 5회 이상 발생 시 고객의 스마트폰에 팝업으로 위험 경보를 알려 준다. 고객은 SK텔레콤의 보안 자회사 NSOK(네오에스네트웍스)와 연계한 출동 보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선일금고 제작 본사에서 만난 김영숙 대표는 “지난 40년 동안 우리 회사의 확고한 전략은 ‘차별화’였다”며 “스마트 루셀이 첨단 IT에 익숙하고 디자인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1층 로비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키스’가 그려진 금고, 금을 소재로 한 전통 문양의 금고, 자개 장식이 돋보이는 금고 등 20여 가지의 다양하고 화려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 루셀 모델이다. ‘회색빛 철제 박스’라는 금고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깨지는 장소다.

1972년 서울 동대문 휘경동에서 설립된 선일금고제작은 금고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선진금고 기술을 들여온 금고업계 1세대로 불린다. 국내 최초로 내화금고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고, 최초의 외문형 금고를 제작했다. 아시아 최초로 고기능성 방도 금고 품질의 상징인 유로(EURO) GRADE 1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업계를 주도해 왔다. 현재 80여 개 나라에 수출하는 등 지난해 매출 300억원 중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2005년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고, 2009년엔 금고업계 최초로 백화점에 입점했다.

IoT·인테리어 접목… 금고의 틀을 깨다

선일금고제작의 경쟁력은 디자인과 IT(정보기술) 접목이다. 지난 2008년 금고에 클림트나 고흐의 명화를 접목시켜 출시한 ‘루셀’이 대표적이다. 금고의 상징인 핸들 키를 없애고 세계 최초로 터치버튼을 장착 했다. 또 금고 모서리에 박힌 경첩을 안으로 설치하고, 금고 전면에는 강화유리를 넣어 그 안에 다양한 디자인을 넣을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사무용 금고 시장은 정체 상태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가정용 금고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회색빛 철제 금고 이미지를 넘어 퍼니처(가구) 개념으로 디자인했죠. 구석에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집 안 어디에 두어도 폼이 나는 인테리어 소품 기능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만큼 소재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사용해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고, 24K 금으로 만들어진 별자리 금박 공예 작품을 넣기도 했다. 타일공예나 돌 공예, 사진작가의 작품도 소재가 됐다. 백화점에 입점하자 루셀은 ‘인테리어 금고’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미술작가와 협업을 하거나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세계 명화를 디자인하고 있다.

IoT 기술과 연계한 스마트 루셀 또한 업계 리더다운 시도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협력을 체결한 후 공동 개발한 첫 번째 스마트 금고로, 기존 모델 대비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루셀의 디자인에 반해 구입한 고객들 사이에서 ‘내 금고를 누가 들고 가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가장 많았다”며 “자체적으로 센서 기능을 갖춘 제품이 있을지 몰라도 통신사와 협업으로 IoT를 이용한 스마트 금고는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IoT 기술을 접목한 소형 금고도 내놓을 계획이예요. 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가정용 금고 고객층을 50~60대에서 30~40대까지 확대하고자 합니다.”

선일금고제작은 업계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금고의 핵심인 내화성과 내구성이 좋아 일본 공업규격(JIS)에 방도(防盜)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방도 인증은 몸집이 커다란 장정 2명이 연장으로 쉬지 않고 충격을 가해 15분 동안 문이 열리지 않아야 통과할 수 있다. 더욱이 높은 내구성에도 불구하고 두께 6㎝ 경량으로 만들어 가정용으로 적합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2005년 4월 강원도 낙산사에 화재가 나절 안에 있던 커다란 동종(銅鐘)까지 녹아내렸지만 선일금고제작의 금고는 녹지 않고 내용물을 안전하게 지켜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선도적 기술개발은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2004년 겨울, 선일금고제작 창업자인 남편 김용호 전 회장이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김 대표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평생 금고 개발에 땀 흘렸던 남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선 멈출 수 없다’는 각오였다. 일찌감치 회사에 들어와 밑바닥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두 딸은 큰 도움이 됐다. 대학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한 큰딸 김은영(39) 전무는 기술개발·제작과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고, 경영학을 전공한 둘째 딸 김태은(37) 상무는 해외영업·관리 파트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경영자로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추진력과 기획력이 강한 큰딸과 꼼꼼함과 책임감을 갖춘 작은 딸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낙산사 화재 때도 녹지 않았던 금고

최근 금고 시장에선 가정용 금고 판매가 늘고 있다. 아기 돌반지, 배냇저고리, 계약서, 통장 등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물품들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금고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추세”라며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김 대표가 선보일 금고가 궁금했다. 그는 “내화와 방도를 겸비하면서도 고객이 선호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일 신제품이 있다”고 말했다. IT 접목도 더욱 강화한다. 스마트폰으로 금고 주변을 실시간 영상으로 체크하고, 영화 ‘007 시리즈’에서처럼 블루투스로 숨겨져 있던 금고를 불러내는 식의 콘셉트도 구상 중이다. 그는 “금고 시장 역시 고객의 니즈에 맞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앞서가거나 뒤처지면 고객에게 외면 받는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eukjin@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박스기사] 선일금고제작의 럭셔리 금고


▎루셀은 ‘럭셔리 셀(Luxury Cell)’의 준말이다. 루셀은 154만원부터 560만원까지 크기별, 기능별로 다양하다.
금고는 용도별로는 가정용·사무용, 기능별로는 내화(耐火)금고·방도(防盜) 금고·내화방도겸용금고가 있다. 선일금고제작의 제품 종류는 1600가지가 넘고, 주력으로 삼는 제품은 가정용 내화방도겸용금고인 루셀이다. 내화성과 다양한 디자인이 강점인 루셀은 최근 IT와 만나 방도성을 보완했다.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금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 루셀은 ‘럭셔리 셀(Luxury Cell)’의 준말이다.

루셀은 154만원부터 560만원까지 크기별, 기능별로 다양하다. 대형 냉장고 제품은 ‘루셀2000 골드’다. 순금 공예로 12개 별자리를 표현해 금고 전면 장식으로 사용했다. 560만원의 고가이지만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인기가 높다. 루셀의 고객의 90%가 여성이다.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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