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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 리 중국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한국에게는 기회”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한국을 방문한 중국 M&A시장 전문가 저우 리(Zhou Li)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은 글로벌 경기하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내수는 확대될 것이고, 중국 기업들은 이 시장에 집중해 중국인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해외의 많은 기업을 계속 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M&A 전문가 저우 리 중국장강대학원 부총장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서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상주 기자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에도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은 확장일로다. 중국의 M&A방식 해외 투자액은 2013년 648억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225억7000만 달러로 급증해 사상 최대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이중 한국기업을 사들이는 규모도 2013년 6억1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억3000만 달러로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 트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변화했다. 2009년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 경제의 공장이었다. 국영기업이 중심이었던 중국 공업은 석탄이나 금속 등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해외투자를 지속했다. 해외 주요 원자재 업체를 사들여 자국에 원자재를 공급한 뒤 이를 가공해 전 세계에 수출하는 방식을 써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뒤부턴 중국 민영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커져가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다방면에 걸쳐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섰다. 중국은 이제 글로벌 M&A 시장에 추월을 불허하는 큰 손으로 등장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M&A시장 전문가 저우 리(Zhou Li)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장도 이러한 분석에 동의한다. 글로벌 경기하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내수는 확대될 것이고, 이 시장에 집중해 중국인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해외의 많은 기업을 계속 사들일 거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 기업의 글로벌 M&A 전략은?

해외 기업을 사서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포선그룹이 프랑스 리조트 기업 클럽메드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중국기업은 헬스케어나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한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활수준이 나아진 중국인은 과거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보다 고급한 레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전략은 수출 규모 확대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젠 내수시장 선점이 주 목표다. 중국 내수 소비는확실히 회복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데 굳이 해외 기업을 사들일 이유가 있나?

선진 기술 획득을 위해서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 그룹이 독일 로봇기업 쿠카를 인수한 것이나 벤통전기가 일본 골프 브랜드 혼마골프를 인수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생산력을 키우는 시기를 지나 이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국면으로 넘어갔다.

내수 시장 선점 위해 해외 기업 사들여


▎중국에도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가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중앙포토
중국 내 해외 M&A 큰 손의 투자 성향은 어떠한가?

국영기업으론 켐차이나, 북경홀딩스가 있는데, 대부분 자원획득을 위한 M&A에 집중하고 있다. 민영기업은 국영기업만큼 빅딜을 성사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많은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총액으론 국영기업을 넘어선다. 민영기업은 기술 취득을 목적으로 독일 등 유럽기업 인수에 주력하는 동시에, 중산층의 소비 패턴과 관계가 깊은 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소비재 그리고 서비스업 관련 업종에 관심이 많다. 지난 2014년 랑시그룹의 아가방 인수처럼 한국 기업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의 기업 M&A와 다른 점은?

M&A의 목적에 큰 차이점이 있다. 보통 다른 나라 기업들은 해외진출 및 글로벌 사업확장을 위해 해외 M&A에 나서는 반면, 중국 기업은 해외 진출엔 큰 관심이 없다. 이들 기업은 오랜 세월 축적된 해외 기업들의 노하우와 자원을 이용해 내수시장에서 성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이 내수시장에 ‘올인’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 내 구매력의 주체로 떠오른 중산층의 확대와 큰 관련이 있다. 연 가계소득 30만~32만 위안(약 4990만~5322만원)인 상위 중산층과 하위 중산층이 모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상승을 이끌고 있다. 총 인구의 2% 남짓을 차지하는 부유층의 구매력은 이미 포화상태다. 반면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삶의 질 향상과 즐길 거리를 추구할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바로 내수시장의 금맥이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소비 욕구를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던 포선그룹이 리조트 기업인 클럽메드를 인수한 데 이어 서커스 엔터테인먼트회사인 ‘태양의 서커스’ 등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거의 헬스케어나 엔터테인먼트에 치중되어 있다. 글로벌 M&A는 피 인수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클럽메드의 경우, 인수기업인 포선그룹이 가진 기본 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중국 내수 시장 접근에 드는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면에서 클럽메드 M&A 딜은 중국 내에서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로 평가 받고 있다.

인수 이후 겪는 문제점은 없는가?

글로벌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은 이 거대한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된 새로운 플레이어다.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매입했다가 후에 되판 사례처럼, 실패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글로벌시장을 이해하는 인재가 부족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해외기업 경영에는 서투르다. 내수시장에서 선전하던 기업들도 해외 M&A에는 고전을 겪는 경우도 많다. 피인수 기업의 현지 임직원 관리와 현지 조세 지식이 부족해 문제를 겪기도 한다. 현지 기업문화가 중국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임직원이 밤낮 휴일 없이 일하는 반면, 서구 국가에선 정해진 업무 시간 이외 추가 근무를 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과 서구 기업의 중간지대로 볼 수 있는 일본·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베트남 같은 유교문화권 국가 기업이 중국 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M&A 고려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 영입 역시 중국 기업의 주된 과제 중 하나다.

반면, 아예 다른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 포선그룹은 기업의 경영을 기존임원진에 맡기고 있다. 여전히 그들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그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같은 방법은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사이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글로벌 매물에 크게 베팅해서 실패한 기업은 없는가?

최근 중국발 해외 M&A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민영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비즈니스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중국경제가 워낙 빨리 성장하다 보니 자금 조달이 쉬워 이들 기업들은 다소 과감한 투자 성향을 보였다. 심지어 자사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분야의 기업까지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망설이지 않고 투자했다. 이중 많은 기업들은 능숙하게 이런 자원을 자사 사업에 활용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이미 오랜 경쟁을 통해 성숙해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다 보니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도 이제는 실패를 거울삼아 발전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투자 규모가 커져 글로벌 M&A 시장에서 매물 기업 가격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기업 자산의 가치는 중국의 해외 M&A에 영향을 받는 요소가 아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전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확장적 통화정책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돌고 있기 때문에 좋은 매물은 값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M&A 시장은 거대하고,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일 뿐이다. 중국 기업들이 그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구 기업의 중국 진출 돕는 가교 역할 맡아야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에 ‘올인’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 내 구매력의 주체로 떠오른 중산층의 확대와 큰 관련이 있다. 사진은 중국에 개장한 롯데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중국의 중산층 소비자들. / 중앙포토
앞으로 중국발 해외 M&A에 대한 전망은?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 공략을 목표로 중국 기업들은 해외 M&A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M&A를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서서히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같은 이유로 장강경영대학원 동문기업들 중 일부는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미국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우회상장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 기업활동과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의 글로벌 M&A 시장 판도 흔들기가 한국 기업이나 한국 투자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지속이 한국에게는 기회다. 한국기업들은 서구 시장과 아시아 시장 모두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강점이다. 오랜 시간 서구 기업들과 일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어 다른 아시아 기업들보다 서구 시장을 잘 알고, 전통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어느 서구 기업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내수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 비즈니스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 경제와 내수시장은 그 규모에서 한계가 있다. 전세계를 타깃 시장으로 생각하면 기회가 많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서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박스기사] 왕서방의 전방위 콜렉션, 지금이 최고조


▎최근 중국 민간기업들은 전통적인 기술분야 외에도 소비재·문화콘텐트·제약·농업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텐센트는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일본의 슈퍼셀을 86억 달러에 샀다.
중국 정부는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부터 수 차례에 걸쳐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대출을 늘려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실물경기 둔화로 실적 악화와 내수 투자처 찾기에 실패한 중국 기업들에게 해외 자산 매입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인수·합병 방식을 통한 중국의 해외직접 투자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1225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9월 22일 중국 상무부·국가통계국·국가외환관리센터가 공동 발표한 ‘2015 중국 대외 직접투자 통계 공보’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기업 M&A 총액 중 민간기업이 담당한 비중은75.6%로 처음으로 국유기업을 앞질렀다.

중국의 해외 M&A 식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중국 대형 국영기업 중 하나인 시노펙의 푸쳉유 회장이2005년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미국 유노칼(Unocal) 인수를 185억 달러에 제시했으나 미국 의회가 국익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되면서 중국의 해외 기업 사들이기가 국가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액(OFDI)은 2013년 크게 늘어나, 2014년 기준 691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10% 미만 규모였다. 당시 GDP의 40-50% 가량을 해외투자에 쏟았던 독일과 미국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규모였다. 하지만 단 한 해 만에 규모는 드라마틱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은 전년보다 18.3% 증가한 145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의 신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이는 세계 1위인 미국에 이은 2위 규모대외 투자액이다.

소비재·문화콘텐트·제약·농업 분야에 관심

최근 중국 민간기업들은 전통적인 기술분야 외에도 소비재·문화콘텐트·제약·농업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중국의 부동산 대기업 완다그룹은 미국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지분과 경영권을 35억 달러에 사들였다. 6월 텐센트는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일본의 슈퍼 셀을 86억 달러에 샀다. 중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표방하는 포선그룹은 현재 인도의 제약회사인 글랜드파머 인수전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기업을 사들이는 규모 또한 2013년 6억1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억3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주로 국내 패션·화장품·금융사 인수에 매진하고 있다.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올해 4월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해 국내에 이름을 알린 중국 민영 금융대기업 안방그룹은 현재 진행중인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랜드가 지난 9월 초 패션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기업 브이그래스에 1조원에 매각하기로 한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거침없는 M&A 식탐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중국국가전력망공사와 홍콩의 청쿵인프라그룹은 민관합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산하 배전망 업체인 오스그리드의 지분 50.4% 매각에 대한 인수전에 높은 입찰가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국익침해를 이유로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 호주 오스그리드 인수 실패 이후 한 때 중국의 해외 M&A 광폭 행보가 멈출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월 피플스데일리(인민망)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4분기는 해외투자 M&A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라며 “올해 중국이 해외 M&A 실적 사상 최고치를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왕성한 M&A성향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기업이 유일하게 눈치를 보는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 중국의 해외 M&A 열풍이 한 순간에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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