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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 이끄는 임지현 부건FNC 상무 

SPA보다 빠르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임블리는 남성 쇼핑몰 ‘멋남’을 운영하는 부건FNC가 2013년 만든 여성 온라인 쇼핑몰이다. “2030대 여성이라면 옷장에 임블리 아이템 하나쯤은 있다”는 그 브랜드다. 부건FNC를 이끄는 박준성 대표의 아내 임지현 상무가 총괄 운영하고 있다. 박준성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1세대로 온라인몰 업계에선 ‘조상’으로 불린다. 부건FNC의 시초가 된 남성 쇼핑몰 ‘멋남’은 현재 매출 100억원 대지만 ‘임블리’는 창업 3년만인 2015년 600억원을 돌파했고 2016년 매출은 대략 800억원이다. 임블리를 이끌고 있는 임지현 상무를 만났다. 인터뷰엔 남편인 부건FNC 박준성 대표도 동석했다.

▎‘임블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임지현 상무는 자신의 SNS에 달린 수 많은 댓글을 살피며 제품 반응과 소비 트렌드 변화를 감지해 낸다.
포털 사이트에서 ‘임블리’를 검색하면 몇 가지 독특한 연관어가 함께 검색된다. ‘나이키 우먼스에어볼텍스’, ‘광채베이스’, ‘임블리 머리’, ‘소니 알파NEX-3N’등이 대표적이다. 나이키 에어볼텍스는 임지현 상무가 제품 촬영 때 주로 신는 제품이다. 임 상무의 화장법을 일컫는 광채 베이스, 단발 머리 스타일링법이 관심을 끌면서 올해 초엔 유튜브에 ‘임블리TV’를 론칭해 임지현 상무의 스타일 연출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소니 카메라는 임블리가 셀카를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 제품으로 리코 팬탁스와 함께 ‘임블리 카메라’로 유명세를 탔다. 2014년 겨울 끝 무렵 준비한 큰 털 야상(시베리아블리)은 8분 만에 준비물량이 완판돼 중고 사이트에서 리셀러 열풍을 일으키며 ‘야상대첩’이란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임블리 브랜드는 박준성 부건FNC 대표가 기존에 운영하던 여성 쇼핑몰의 피팅 모델이 갑자기 여행을 가는 바람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임지현 상무가 피팅 모델을 대신한 게 인연이 돼 2013년 생겨났다. 임지현 상무의 성인 ‘임’과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를 합해 만들었다. 처음 사이트를 열고 3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고 요즘은 하루 매출이 10억 원을 넘는다. 1만 개가 넘는 국내 여성 쇼핑몰 중 네이버 기준으로 검색량이 1위다.

여성 쇼핑몰 1만개 중 네이버 기준 검색량 1위


▎청바지 원단에 이태리산 코팅제를 발라 인기를 끈 ‘미친 바지’에 이어 출시한 ‘임블리진’ / 임블리 제공
임블리는 2014년 명동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울산, 대구, 부산 롯데백화점에 직영매장 5곳이 입점돼 있다. 내년엔 서울 홍대 상권에 5층 규모의 첫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 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박 대표는 “2017년엔 오프라인 매장을 10곳 정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5월 중국 보스덩그룹과 협약 맺고 중국에 진출했다. 임블리는 보스덩 그룹을 통해 티몰 국내관에 입점해 있다. 지방에서도 인기다.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매장은 글로벌 SPA브랜드 자라 매장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오픈 당일 매출은 유니클로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임블리엔 매주 평균 100여벌의 신상품이 올라온다. 독특한 점은 박준성 대표가 주말에 직접 촬영한다는 점이다. 3년 동안 신상 6770여벌을 대부분 박 대표가 직접 촬영했다. 임지현 상무는“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정확히 안다”며 배시시 웃었다.

임 상무는 사진 공유 어플 ‘인스타그램’에서도 유명인이다. 팔로워수만 53만명이다. 그가 올린 일상 이미지나 제품 컷엔 순식간에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모든 댓글엔 직접 답글을 달고 댓글을 통해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도 살핀다. 심지어 인터뷰 중에도 중간중간에 댓글을 살피고 때론 답장을 달았다.

댓글을 잘 살핀 덕분에 임블리엔 새로운 제품 형태도 생겨났다. 임블리가 선보인 미니 원피스 사진을 보고 한 고객이 ‘난 키가 커서 기장이 맞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임 상무는 곧바로 디자인실에 연락했다. “같은 사이즈라도 제품 기장은 달리해서 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동일한 사이즈 중 원래 기장은 ‘아담블리’, 기장이 좀더 긴 제품은 ‘롱블리’라고 이름 붙였다.

제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질문에도 반응한다. 임지현 상무는 “해외 촬영 가는 길에 공항에서 올린 사진을 보고 팔로워 한 분이 ‘공항 버스 어디서 타요?’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상세히 알려드렸죠.” 온종일 그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제품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임 상무는“제품에 대한 의견이 올라오면 실시간 반영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준성 대표는 “트렌드 주기는 더 빨라졌다. 자라 등 글로벌 SPA는 2주 마다 새 상품이 출시되지만 임블리는 일주일이면 트렌드나 고객 의견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동대문 쇼핑몰 내 매장에서 반응이 좋은 옷을 사입하거나 공장에서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임블리는 OEM·ODM을 통한 단독 상품만을 판매한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임지현 상무가 미리 제품을 입고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한 이미지를 여러 컷 올려 소비자 반응을 단기간에 살핀다. 참고로 임블리가 운영하는 SNS팔로워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 출시할 상품에 대한 반응을 미리 살핀 후 트렌드에 맞춰 출시하기 때문에 SPA보다 제품 출시가 빠르다. 게다가 반응이 좋은 제품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출시까지 기다리게 만드는 이른바 ‘줄 세우는’현상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의류로 시작해 화장품으로 확대… 리빙 제품 출시 예정


▎(왼쪽부터) 임블리와 캐릭터 핑크팬더가 협업해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 / 지난 해 말 출시 후 8분만에 완판돼 리셀러 열풍을 일으킨 ‘시베리아 블리’에 이어 올해 출시 된 ‘쓰리웨이 패딩’ / 임블리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의 ‘아우라 광채 쿠션’은 출시 5일 만에 모든 컬러가 전량 품절됐다. / 임블리 제공
박준성 대표는 “케어라벨도 임블리가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케어라벨은 세탁뿐 아니라 어떻게 보관해야 할 지를 가늠하는데 온라인쇼핑몰 제품은 굳이 케어라벨을 부착하진 않았다. 처음엔 거래처에서조차 귀찮아 했지만 케어라벨 필요성을 직접 다니며 설득해 임블리 전 제품엔 케어라벨이 부착돼 있다.

임블리보다 먼저 화장품을 출시한 스타일난다처럼 임블리 역시 고객들이 임지현 상무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화장법에 관심을 보이면서 추진됐다. 하지만 예정보다 화장품 출시는 늦었다. “저는 직접 사용해 보고 내가 사용할 것 같은 제품만 내놓아요. 지금도 화장품, 가방 등 수십가지를 미리 사용해 보고 있어요.”

‘블리블리’는 임지현 상무가 1년 넘게 직접 사용하면서 보완한 립스틱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브랜드이다. 오드리피치와 바비멘탈 등 4가지 컬러로 준비한 물량 2만 개는 3일 만에 매진됐다. 최근엔 향수도 출시했다. 임지현 상무는“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앞치마, 그릇 등 라이프스타일로 영역 확장해 갈 거예요. 처음엔 저를 드러내 브랜드 호응을 이끌었지만 이젠 제가 사용하는 제품에 신뢰를 가지도록 할 겁니다. YG처럼 브랜드 아닌 온라인몰 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예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김춘식 기자

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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