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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동여지도(1) 창업 1번지를 꿈꾸는 대구광역시 

창업육성 공간과 정책은 풍성, 투자 환경 부족은 아쉬워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대구광역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 중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꼽힌다. 창업보육센터와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창업지원 공간 뿐만 아니라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벤처캐피탈이 설치된 몇 안되는 지자체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경기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정보와 소식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나온다. 수도권 외에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슈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과 홍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의 창업이 지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창업 가들도 세상의 혁신을 위해 밤늦도록 일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명하는 ‘스타트업 대동여지도’의 연재를 3월호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지역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구광역시다.<편집자 주>


▎지난 1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뤄진 CCEI 캠프 5기의 모습. CCEI 캠프는 전문가 특강과 실습 등으로 구성된 1주일 간의 집중 학습 창업 캠프다.
서울에서 KTX로 1시간 50분을 타고 가면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곳이 대구광역시다. 공단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구가 변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8일 대구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 ‘동대구 벤처 밸리’로 불리는 신천동 일대부터 찾았다. 동대구역에서 거리는 약 1km, 빠른 걸음으로 10~15분 거리이고, 차를 타고 가면 2~3분이면 도착한다. 대구무역회관을 시작으로 대구상공회의소까지 이르는 거리에 ICT 관련 스타트업 육성센터가 모여 있다.

대구모바일게임센터, 대구지식서비스센터, 대구 테크노파크, 벤처기업연합회, 스마트벤처창업학교, 크리에이티브팩토리, 대구콘텐츠코리아랩, 대구경북디자인센터 같은 센터들이 늘어서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대구무역회관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입주해 있었다. 이곳은 대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다.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 이채영 과장은 “대구에는 동대구 벤처 밸리를 포함해 창업보육센터, 10곳의 창업선도대학, 산자부가 운영하는 테크노파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의 스타트업계 대표하는 동대구 벤처 밸리


▎대구무역회관을 시작으로 대구상공회의소까지 ICT 관련 스타트업 육성센터가 모여 있는 동대구 벤처 밸리.
대구 지역 스타트업 창업가와 보육센터 매니저 등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구는 스타트업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스타트업이 입주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계명대, 영남이공대 같은 대학과 센터에 마련된 10곳의 창업보육센터에서는 271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서 활동 중이다.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는 74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의 상황은 어떤지 직접 찾아가봤다.


대구 남구에는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된 계명대학교가 있다. 예전에는 본교로 사용되던 캠퍼스였는데, 지금은 캠퍼스 전체가 창업보육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계명대 창업지원단 총괄매니저 최대우 씨는 “스타트업 열기와 젊은 대학생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캠퍼스 전체에 기운이 넘친다”며 웃었다.

계명대에는 44개의 스타트업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고, 26개 스타트업이 창업선도대학 지원 기업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최대우 매니저는 “대구의 대표적인 대학인 경북대와 계명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맞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면서 “계명대는 문화콘텐트 분야가 강한 곳이고, 경북대는 ICT로 특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정책과 보육공간이 있기 때문에 기술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사업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곳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다. 지난해 12월 대구무역회관에서 대구삼성크리에이티브단지(옛 제일모직 공장터)로 옮기면서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 새로 지은 5층짜리 건물을 센터가 모두 사용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거나 네트워킹 파티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건물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자랑으로 꼽히는 C-Lab은 3층과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대구무역 회관에 있을 때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져서 모두 만족한다”며 “현재 C-Lab 4기와 5기가 이곳에 입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마련했다. C-Lab 입주기업에게는 법률 관련 지원과 제품 인증 및 검증 지원 등 센터가 직접 지원을 하는 사업이 생겼다. 이외에도 예비창업자 육성을 위한 C-Academy, 단기간에 창업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C-창업캠프, IR 피칭 프로그램인 C-Star Pitching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보육공간과 보육정책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이 있다. 투자 환경은 열악하다. 그나마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벤처캐피탈(VC)가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대구에는 2015년 4월 문을 연 송현인베스트먼트 대구사무소가 있다. ‘송현 청년창업 제1호 투자조합’ 등 500억원 가량의 펀드 3개를 운용 중이다. 황보충 대구사무소 소장은 “250만 대구 인구 중 투자 심사역은 나 혼자”라며 “창투사(창업투자회사)와 액셀러레이터가 많이 있어야 대구의 창업 생태계가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으니 지역의 스타트업이 수도권으로 가버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업체 간 경쟁률 약하고, 저렴한 인건비는 강점


이런 어려움 때문에 중소기업청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보육 기관들은 투자자들을 직접 초대하는 행사들을 많이 열고 있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는 대경엔젤투자포럼을 열고 엔젤투자자와 VC 심사역 등 100여 명을 초청한 바 있다. 황보 소장은 “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열어도 기대감이 적어서 그런지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점”이라며 “대구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투자 환경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황보 소장은 “희망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구에서 활동해보니 지역에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서울·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인건비가 싸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그것을 잘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이채영 과장 역시 “대구에서 스타 스타트업이 나오면 스타트업 생태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청은 스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올해 100개의 스타 스타트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광역시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갖는 곳으로 꼽힌다. 대구시는 얼마 전 창업 진흥과를 만들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보기 힘든 직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무역회관에서 대구삼성크리에이티브단지로 자리를 옮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가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게 장점이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인터뷰 | 김의영 이스트컨트롤 대표 - 모바일 클래식 반주 앱 ‘포케스트라’로 주목받아


▎김의영 이스트컨트롤 대표
만일 당신이 기악이나 성악을 하는 클래식 음악가라면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아야 한다. 연습이나 레슨에는 ‘오케스트라’ 반주단이 필요하다. 개인이 80명의 반주단을 연습할 때마다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루에 2000만원의 비용이 들고 대규모 방음시설이 갖춰져 있는 공간까지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 반주자 1명을 고용해 연습한다. 클래식 음악가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대구 계명대학교 작곡과를 나온 김의영(28) 이스트컨트롤 대표도 이런 불편함을 겪었다. “기술로 해결하면 저렴하게 연주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2013년 창업에 도전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난 1월 연주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포케스트라’를 론칭했다. 김 대표는 “포케스트라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형 모바일 반주 솔루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스트컨트롤은 7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지방 소재 스타트업 최초로 중소기업청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참가 업체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기술개발에만 매달려 포케스트라를 출시했다”면서 “올해 8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이 오케스트라 반주를 대신할 수 있나?

물론이다. 흔히 반주 음악으로 불리는 MR로 클래식 음악 연주 연습을 하는 데 제약이 많다. 자신의 악기 연주음을 뺀 MR을 구하기 어렵고, 직접 제작을 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든다. 인터넷에서 간혹 MR을 구한다고 해도 템포 조절도 불가능하고 악보도 없어서 연주하는 게 어렵다. 보통 연주가들은 자신들이 해석한 곡을 반주가 따라오기를 바라는데, MR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포케스트라는 MR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연주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포케스트라는 ‘주머니 속의 인공지능 오케스트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포케스트라에 어떤 기술이 사용된 것인가.

포케스트라에는 현재 2200여 개의 클래식 콘텐트가 있다. 전공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과 차이점을 크게 못 느낄 정도로 음질이 좋다. 오디오 타입의 파일을 재생할 때 속도를 연주자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도와준다.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해 연주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우리의 자랑이다. 포케스트라는 연주자의 특성에 맞게 음악의 속도 같은 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포케스트라의 플레이어는 음원의 템포와 키를 조절할 수 있고, 악보의 자동 싱크 시스템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오케스트라의 녹음 음원에는 저작인접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작인접권을 해결하는 게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했나.

맞다, 저작인접권이 상당히 복잡하다. 우리가 보유한 곡들은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가 직접 곡을 만들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직접 개별악기의 소스 음원을 녹음했고, 이후 엔지니어가 음원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엔지니어의 후보정 작업이 있기 때문에 음악을 음반으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음원을 만들기 때문에 저작인접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포케스트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올 여름에 정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인데, 1주일·1개월·1년 무제한 이용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1개월 전곡 무제한 이용인데, 4.99달러(약 5700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음악교육기관이나 디지털악기제조사 같은 곳을 대상으로 하는 B2B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초보 이상의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자신한다.”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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