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용 대표는 ‘90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 ‘라바(LAVA)’ 제작자다. 짧은 동영상에 재미난 스토리가 담긴 라바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20억원을 들여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지하철, 버스, 유튜브 등에 무료로 배포해 단기간에 팬층을 확보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라바’의 두 주인공 옐로와 레드 중 옐로를 빼닮은 김광용 대표를 만났다.

▎‘라바’의 두 주인공 옐로와 레드 중 옐로를 빼닮은 김광용 대표.

송길영(이하 송 ): 라바를 중심으로 제주도에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톰앤제리처럼 폭력성이 더해 카타르시스를 강화할 생각은 없나? 연령층을 좀더 높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김광용(이하 김 ): 투바앤에는 현재 7개의 콘텐트가 있다. 대표적인 ‘라바’는 서정적이고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는데 ‘로터리파크’는 좀 더 나이대가 높은 연령층을 위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송: 꽤 오래 전 스낵컬쳐와 관련한 리포트를 낸 경험이 있다. 아이들은 15분 이상 집중해서 보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라바는 상당히 일찍 짧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제작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슈가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

김: 라바는 2009년 기획해서 2011년 선보였다. 러닝타임이 짧은 이유 중 하나가 제작비이긴 하다. 국내 애니메이션 환경은 캐릭터를 개발하더라도 수익은커녕 제작비도 감당할 수 없다. 제작비를 투자 받으면 소유권이 넘어사제작 이후 사업을 전개하는데 어려움도 크다. 채널 중에는 방영권료 대신 제작비 투자하고 지분까지 챙겨가는 경우도 있다. 여러 고민을 하다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시대에 대비해 짧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모바일 시대에 맞게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송: 한국에선 디즈니와 같은 방식 디즈니와 같은 성공은 어렵나?

김: 기획부터 제작, 채널, 머천다이징까지 모두 한번에 이어져 있는 디즈니 방식은 오직 디즈니만 가능하다. 그래서 애초에 라바도 메이저를 피해가며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버스, 지하철, 병원, 미용실, 편의점 등 데이터 전송만 되면 방영할 수 있는 곳이라면 무료로 콘텐트를 공급했다. 마케팅비라고 생각했다. 3개월 정도 지나니 시장에서 반응이 오더라.

송: 검색시장에서 야후는 분류의 영역을 주도했다. 그 다음은 서치해주는 일, 다음은 전문 검색, 그리고 지금은 마이닝의 영역까지 왔다. 마이닝의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난 이런 흐름이 이렇게 빨리 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라바 역시 마찬가지 경우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시대는 두번째고 방향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방향을 설정하게 됐는지, 대표의 이력이 궁금하다.

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컴퓨터 그래픽 1.5세대 정도된다. 대학 졸업 후 CG회사에 입사해 3년 정도 다니다 퇴사하고 광고 특수영상일을 했다.

송: 쉬리 이후 영화 쪽 수요도 있었을 텐데?

김: 쉬리가 특수영상 부문에서 주목은 받았지만 영화에 특수영상 기술이 접목된 건 한참 지나서다. 당시 특수영상은 광고 부문에 수요가 많았다.

송: 특수영상 제작이라 하더라도 구조적으론 재하청 아니었나?

김: 수익률은 좋았다. 다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고 인력수급도 쉽지 않아 매출에 한계가 있었다. 사업에서 큰 비전을 찾지 못해 고민했다. ‘이 기술로 뭘하지? 게임을 할까?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까?’하고 고민했다.

송: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 게임은 스토리와 CG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때문에 스토리에 CG기술을 얹으면 되겠단 생각을 했다.

아직도 애니메이션으로 돈 벌긴 쉽지 않아

송: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은 게임에 비해 정교함에 대한 압박이 적고 설령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캐릭터나 스토리가 좋으면 된다. 제작비 부담도 게임에 비해 적고.

김: 애니메이션을 해 보니 단순하지만은 않더라. 초당 24~30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고.(웃음)

송: 애니메이션은 24프레임 아닌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그렇던데.

김: 과거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장면의 특성에 따라 프레임으로 효과를 달리한다. 또 PC작업이라 할지라고 하루에 제작할 수 있는 프레임 수에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제작비는 20억원 정도 필요하더라. 이건 사실 중소기업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엔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손대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아직 애니메이션으로 돈 벌긴 쉽지 않은 구조다.

송: 아티스트의 영역인가?

김: 이 일이 좋아서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까진 잘한다. 영상의 퀄리티나 기획력도 좋다.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선 경험도 지식도 얕은 것 같다. 해외에서 펀딩받으면 좋을거라 생각하지만 독이 될 거란 생각에 못하는 것 같고.

송: 최근 인형뽑기가 사회적 이슈다. 사행성 조장한다는 이유로 5000원 이하로 하라는 게 정부 입장인 것 같은데 머천다이징의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단가 대비 퀄리티가 떨어진다. 라바가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던데 인형이나 머천다이징의 저작권 보호는 어떻게 하나?

김: 중국은 중국만의 리그가 있더라. 그래서 라바 시즌3까지 사업권을 팔았다. 현찰로 250억원. 이제까지 10~20억원 정도에 넘겼지 이 정도 금액에 사업권을 넘긴 사례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추가로 제작하는 라바에 대한 사업권은 별도로 판매할 예정이다.

송: 디자인 전공인데 굉장히 전략적인 경영을 하고 있단 느낌이다.

김: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고 회사에서 매니저와 PD역할을 했다. 때문에 전공과는 무관하게 전략적이고 폭넓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회사 다니면서 본 상사들의 모습에서 내 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송: 우스갯소리로 요즘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가서 부장님이 “열심히 해서 나처럼 되라”고 하면 곧바로 퇴사한다고 하더라.(웃음) 자, 테마파크 이야기를 좀 해보자.

김: 15만 평 규모의 동경 디즈니랜드의 5배인 76만 평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중 17만5000평 규모에 투바앤의 7개 콘텐트가 놀이공원 형태로 들어간다.

송: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작사라기 보단기획사로 변신하고 있단 느낌이 든다.

김: 우리는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송: 테마파크나 쇼핑몰과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게다가 가상의 기획과 실상의 추진 과정은 상당히 다르지 않은가. 보안상의 이슈도 많고.

김: 특히 지금 진행하고 있는 테마파크의 경우 코워킹 노하우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기존의 놀이시설은 단순히 그냥 놀이시설이다. 스토리나 통일성이 없다. 제주도는 일관된 형태의 콘셉트와 철학이 있다. 이번에 놀이시설을 만들면서 실무자와의 미팅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중국에서도 우리 테마파크에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여기에 테마파크 내 상품화 사업권을 10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확보됐다. 상장도 준비한다.

송: 상장하는 이유는 뭔가?

김: 콘텐트 하나로 많은 사업을 해야하는데 시간과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문화 콘텐트가 수십년 아니 그이상 지속하려면 혁신적인 기술이 계속해서 추가해 콘텐트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지금은 AR, VR이 최신 기술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콘텐트 업계는 덩치 키우지 않으면 사멸

송: 콘텐트 업계는 덩치 키우지 않으면 사멸하나?

김: 100%다. 해마다 10편 이상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출시되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정부나 기관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콘텐트의 가치를 계속 만들어 주려면 다양한 사업과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는 어느정도 담보돼야 한다.

송: 셔츠에 ‘행복한 사람’을 새기셨다.

김: 점점 행복의 가치에 목말라하는 것 같다. 스스로의 행복감을 찾고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경영이나 내가 하는 업에 있어서도 ‘행복’이 기준이다.

송: 그 정신을 공유하고 명문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트에 기술을 결합하는 일인 만큼 내가 행복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돈을 보고 뛰어들테니까. 그 부분을 잘 견제하며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돈이 아닌 철학을 가진 사람인지도 중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김: 격려해 주어 감사하다.

-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정리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