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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하와이안항공 한국지사장 

‘알로하 스피릿’이 고성장의 비결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하와이안항공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올해의 항공사’에 선정됐다. 취임 1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유수진 한국지사장에게 수상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유수진 지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하와이어는 ‘라우리마(laulima)’다. ‘ 여러 개의 손이 힘을 합쳐 함께 일한다’는 의미로, 개개인 모두를 소중히 여기고 각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 지사장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미국 하와이의 대표 항공사인 하와이안항공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주관한 ‘2016 인천 에어포트 어워즈’에서 ‘올해의 항공사’에 선정됐다. 2015년 우수항공사 수상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하와이안항공은 주기장(비행기를 세워 두는 곳) 정시성, 결항률, 체크인 신속성, 전반적 만족도, 안전문화 정착 등 12개 항목으로 이뤄진 종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여객 5만 이상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4월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하와이안항공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유수진(50) 지사장을 만났다. 유 지사장은 “그간 정시운항과 안전운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모든 직원들의 노력이 인정받게 돼 기쁘다”며 “올해로 한국 진출 6주년을 맞은 하와이안항공은 앞으로도 알로하 정신이 깃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안항공은 어떤 기업인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88년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항공사다. 초기에는 주로 본토와 이웃 섬만 왔다 갔다 하다가 2010년부터 국제선을 시작했다. 한국에는 2011년에 들어왔다. 국제선 역사가 길지 않고 회사도 크지 않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 하와이 인사법인 ‘알로하 정신’이 대표적이다. 알로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사랑·존경·환대·배려 이런 것이 모두 알로하로 표현된다. 우리 비행기에는 이런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내 인테리어, 음식이나 음악, 승무원 태도, 유니폼 등에서 하와이를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손님을 진심으로 대접하는 환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

우리는 하와이가 거점이다 보니 많은 목적지를 커버해야 하는 다른 항공사에선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늘 위의 하와이를 추구한다. 하와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비행기에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비행기가 하와이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 것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고객들이 우리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와이에 가는 항공사는 여럿 있다. 하지만 하와이안항공을 택하는 사람들은 하와이 문화를 출발 단계부터 느낄 수 있다. 탑승하는 순간부터 하와이를 느끼는 것. 우리는 그것을 실현해주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하늘 위의 하와이를 추구하는 항공사

무사고 기간이 무려 88년이라던데.

전세계 항공사 중 우리와 콴타스항공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그런데 이 부분도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알로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업문화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CEO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철저하게 관리도 잘 돼야 하고, 수시로 교육도 잘 시켜야 한다. 전체가 다 같이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사고와 함께 정시운항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4년부터 13년째 미국 항공사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지만 뭔가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칼 같이 해내는 것. 이것 역시 우리만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1988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유 지사장은 1995년 에어프랑스-KLM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2011년 르노삼성자동차 중국 지역 매니저를 지내고 지난해 1월 하와이안항공에 합류했다. 취임 이후 업계 최초로 패밀리 프로모션을 도입하고 스타 셰프와 협업해 기내식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유 지사장은 “하와이를 찾는 여행객이 2008년 8만 명에서 지난해 24만 명으로 6년 새 3배 늘었다”며 “향후 획기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하와이 하면 하와이안항공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한국지사의 초대 지사장이자 여성 지사장이라고 들었다.

5년간 업계를 떠나 있다 돌아온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직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다행히 하와이안항공이 추구하는 기업문화나 경영철학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비슷한 면이 많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항공업계에도 여성들이 중요한 위치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보는 눈들도 많아지고 기대도 커지고 있다. 거기에 부응해야 하고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는?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한번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당연히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가 없다. 최근 도전한 만큼 결과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직원들 사기도 높아진 것 같다. 다 같이 한번 ‘으쌰으싸’ 해보자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 같다.

독특한 서비스로 업계에서 화제다.

최근 가족 여행객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부모가 가면 자녀는 무료로 갈 수 있는 ‘2+1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처음엔 예약이나 발권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았다.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이게 됐고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여행사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시즌제로 운영했는데 또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시즌2도 진행했다. 덕분에 지난해 대비 30% 정도 가족 고객이 늘어났다. 판매도 중요하지만 하와이안항공이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는 항공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거 같아 더 뿌듯하다. 타 항공사에서 어떻게 한 거냐고 비결을 물어올 정도로 이슈가 됐다. 얼마 전부터는 유명 셰프 정창욱과 함께 기내식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 반응이 좋아 다음 메뉴도 준비 중이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하와이가 지금보다 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일본은 ‘하와이에 가봤냐’가 아니라 ‘하와이에 몇 번 가봤냐’가 화두라고 하더라. 1년에 150만 명이 다녀올 정도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난해 24만 명이 하와이에 다녀왔다. 2010년에 8만 명이었으니 6년 새 3배로 성장했다. 하와이 시장이 엄청 컸지만 그만큼 잠재력도 크다고 본다. 신혼여행으로 가고, 5주년·10주년·20주년에 가고, 아이들 데리고 가고, 나중에 은퇴해서 가는 곳이 되면 좋겠다. 최근 하와이에 콘도를 구입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고, 서머스쿨이나 기업 인센티브, 서핑이나 트레킹도 많이 하는 추세다. 다양한 수요를 발굴해 하와이 하면 하와이안항공이 되는 게 목표다.

항공업계 전망을 듣고 싶다.

지난해 우리 비행기의 연간 탑승률이 85% 이상이었다. 비행기를 일주일에 5번 띄우는데 연간 85%가 넘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숫자다. 또 얼마 전엔 11번가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해외 여행지로 어디를 많이 가나 조사해 봤더니 하와이가 1등을 했다고 하더라. 항공권 예매율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전체 마켓에서 1등을 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하와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경기 불황에도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추세는 이어질 거라 전망한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알려나갈 예정이다. 타 업계에서 경험했던 것을 접목시키는 시도도 계속할 계획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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