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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 문영주 버거킹코리아 대표 &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 

“우정도 화초처럼 물 주고 가꿔야 싱그럽죠”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문영주 버거킹코리아 대표와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40년 지기 친구다.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대표는 전문경영인과 컨설턴트라는 서로 다른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 우정을 키웠다. 서로를 친구로서 존경한다는 두 대표에게 오랜 우정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어봤다.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왼쪽)와 문영주 BKR 대표.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의미다. 항상 통하는 말은 아니다. 문영주 버거킹코리아(BKR) 대표와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대표는 서로 다른 색깔로 40년간 우정을 이어왔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상호존중의 관계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대표는 서초구 상문고등학교 동창이다. 고교 때 같은 반이 되기도 하며 친분을 쌓았지만 졸업 후엔 각자의 꿈을 좇았다. 한 사람은 경영 일선에서 뛰는 전문 경영인, 또 한 사람은 경영계 밖에서 전체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컨설턴트의 길을 갔다.

2월 18일 오후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두 대표는 마치 스스로의 이력을 반영이라도 하듯 서로 다른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경영 현장을 발로 뛰며 여러 회사를 키워낸 문 대표는 빨간색, 냉철한 분석력으로 국내 굴지의 컨설턴트로 입지를 다진 이 대표는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문 대표는 중앙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1990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인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오리온 외식사업본부 본부장, MPK그룹 대표이사를 거치며 미국 레스토랑 체인 베니건스, 한식 레스토랑 체인 마켓오, 피자 전문점 미스터피자 등 손대는 외식업체마다 족족 성공시켜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베니건스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1994년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수십 차례 부딪힌 끝에 한국 사업에 회의적이던 베니건스 측을 설득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여러 회사를 거친 문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26년간 컨설턴트로 외길을 걸어온 ‘BCG 맨’이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시간대학에서 기업 전략과 국제 금융 분야 MBA를 취득했다. 현대종합금융, P&G 한국지사에서 수년간 근무한 뒤 1992년부터 BCG 서울사무소에서 컨설턴트 일을 시작했다. 아시아 전 지역에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파트너가 거의 없었던 1999년 이 대표는 BCG 최초의 한국인 파트너로 승진했다. 2005년 서울사무소 대표로 취임해 지금까지 13년간 대표직을 맡고 있다.

두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삶을 살던 중 동창회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차 가까워졌다. 사회에 나와서 오랜 기간 만나면서 고교 때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됐다. 대표로서 숨 가쁘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두 사람은 평균 한 달에 한두 번 약속을 잡고 저녁식사나 골프모임을 갖는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 약속은 최소 2, 3개월 전에 잡아야 성사되지만 문 대표와의 만남은 오늘 안 되면 최소한 일주일 안에는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함께 초청을 받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다녀왔다.

“더할 나위 없는 관계, 앞으로도 계속되길”


▎서초구 상문고 동창인 두 대표는 40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빨강과 파랑만큼 다른 두 대표의 이력은 이들이 40년간 우정을 유지해온 원동력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상대의 삶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극을 받았다. 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어려울 때 이해하고 지혜를 나누는” 사이였다. 이 대표는 “컨설턴트로선 알기 어려운 경영 내부의 현안이 있다. 대주주와의 관계라든지, 실제 조직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라든지, 이런 사항을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들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객이 항상 모든 걸 얘기해주는 건 아니다”라며 “문 대표가 그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내가 있는 컨설팅 업체뿐 아니라 병원, 로펌, 회계법인 등 전문가가 모인 집단은 개인 간에 어느 정도 벽이 존재해서 일반 기업에 비해 팀워크를 발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 문 대표는 팀워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 회사를 여러 번 옮겼는데 그때마다 적이 아니라 친구를 만들었다. 나이가 어리든, 경력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팀을 꾸린다.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룹을 두고 있다. 그런 능력을 보면서 늘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 대표의 분석 능력에서 도움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친구라고 해서 이 대표에게 내 회사에 대한 컨설팅을 부탁하진 않는다. 그런 건 사석에서 무료로 요청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이나 직업적인 부분에서 친구로서 고민을 얘기하면 이 대표는 늘 경청하고 조언을 해준다”며 “나는 감각적인 사람이지만 이 대표는 현명하고 체계적인 판단을 하고 분석력이 좋다. 이 대표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내 인생의 컨설턴트”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내가 이 대표를 존경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한 회사에서 26년간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왔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전문성과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력, 다른 성향을 지닌 두 대표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늘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이룬 경영인들이 빠지기 십상인 ‘오만의 함정’에 두 대표는 걸리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인터뷰 내내 “나는 부족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문 대표는 “나는 CEO를 오래 했지만, 오래 했다고 해서 실력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이 바뀌니 계속 공부하고 소비자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내가 CEO를 오래 했다고 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CEO라고 무게를 잡거나 직원을 강압적으로 대하려 하지 않고 직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요새 뭘 좋아하는지, 뭐가 맛있는지 물어보면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도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이 대표는 나보다 더 열심히 한다. 컨설팅을 해야 하니까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파악하고, 그래서 얘기가 잘 통한다.”

이 대표는 “직업 특성상 경영하는 분을 많이 만난다. 부장에만 머무르는 사람도 있고, 부장에서 부회장까지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경영인을 많이 만나다 보니 나름의 데이터베이스가 생겼는데, 잘되는 사람은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갖더라.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그게 쉽지 않은데 문 대표는 만나서 얘기할 때 항상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얘기한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어떤 실패를 겪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말해준다. 그런 부분이 문 대표의 훌륭한 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4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 대표는 본인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항상 먼저 나서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며 친구들과 친밀하고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며 “우정도 화초처럼 물을 주고 가꿔야 초록빛 싱그러움을 유지한다. 이 대표는 아마 나보다 100배는 더 바쁠 거다. 이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우정이라는 화초에 물 주는 것을 잊지 않는 믿음직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좋은 친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오랜 친구다.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됐다는 건 그동안 많은 일을 거쳤다는 의미다. 어려서부터 만난 친구 중엔 여전히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우리 둘이 함께 알고 지낸 사람 중에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친구도 많은데 그럴수록 오랜 친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앞으로 어떤 사이로 지속 발전하고 싶은지 묻자 이 대표는 말했다. “드라마 [미생]에 보면 ‘더할 나위 없었다’란 대사가 나오는데 정말 와닿더라고요. 나도 다른 사람에게 저런 평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니 문 대표를 보면서 이제까지 친구로서 더할 나위 없었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5년, 10년을 계속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까지처럼 오래 지속되는 친구 관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친구란 말이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란 뜻이잖아요. 오래 둔 벗은 많죠. 하지만 병남이는 오래 알고 지냈을 뿐 아니라 정말 가까운 친구예요.” 문 대표의 말이다.

-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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