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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인공지능으로 맞춤형 스타일 제안하고 증강현실로 가상 피팅 체험까지 

ICT로 진화하는 스마트 패션 매장들 

오승일 기자
최근 패션 업계가 최첨단 기술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로 고객들의 스타일과 취향을 분석하고 적합한 제품을 추천한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 패션 매장들을 살펴봤다.

▎1. 가상 피팅 체험이 가능한 네파의 AR 피팅존. / 2. 롯데백화점 인공지능 챗봇 로사에게 상품을 추천받는 모습. / 3.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혁신적인 3D 디지털 캠페인.
# 봄을 맞아 가벼운 외투가 필요해진 회사원 박영선(32·여)씨는 출근길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롯데백화점 앱에 접속해 인공지능 챗봇 ‘로사’와 음성 대화를 시도했다. 박씨는 로사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컬러의 재킷을 추천받고 구매했다. 퇴근길에는 롯데백화점 매장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트렌치 코트를 발견했다. 박씨는 로사의 ‘이미지 인식(VR)’ 기능을 사용해 제품을 촬영하고, 해당 제품에 관한 정보와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까지 추천받았다. 박씨는 “평소 쇼핑할 시간이 별로 없어 로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주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인 프리랜서 조정수(35·남)씨는 최근 캐리어를 구입하려고 쌤소나이트 롯데백화점 잠실 매장을 방문했다가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빅테이터 기술을 활용한 ‘트래블 플래너’에 여행 인원과 기간, 목적, 예산 등을 입력하고 최적의 여행지와 여행 팁, 맛집 리스트, 관광 명소를 추천받았다. 또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로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해당 여행지의 날씨와 액티비티 등 관련 정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조씨는 “다양한 여행 상품을 둘러보고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여행 전문가들을 초청해 클래스도 연다고 하니 자주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패션 매장들이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매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쇼핑 시 직원과의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자 유입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이사는 “최근 패션 업계가 첨단 기술을 도입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유통 채널이 패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개념 쇼핑 공간 ‘스마트 스토어’


▎현대백화점에서 선보인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VR 매장.
스마트 스토어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공간이다. 시간을 단축하고 편의성을 늘려 합리적인 쇼핑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일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착장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 피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직원 없이도 재질이나 색상, 가격 같은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강릉 직영점을 ‘지능형 쇼핑몰’로 리모델링한 것이 좋은 사례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맞춰 한시적으로 운영된 이 매장은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스마트 행거’, 영상 촬영으로 360도 피팅이 가능한 ‘스마트 미러’, 얼굴인식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브로셔’, 가상으로 피팅 체험이 가능한 ‘AR 피팅존’ 등이 대표적이다. 정동혁 네파 마케팅본부 상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해지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고객들에게 스마트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ICT와 손잡고 고객 유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로사’는 모바일로 고객과 음성 대화 및 채팅이 가능하다. 또 ‘AI 딥러닝 추천 엔진’을 사용해 고객 특징을 분석하고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한다. 특히 ‘이미지 인식’ 기능으로 실제 상품을 촬영하면 해당 상품에 관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쇼핑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온·오프 넘나드는 ‘체험형 스토어


▎언더아머 매장에 마련된 스크린 골프장.
이보다 앞선 2016년 현대백화점은 자사 온라인몰에 VR기술을 적용한 ‘VR스토어’를 오픈했다. 이곳에 접속하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캐나다구스, 파라점퍼스, 나이키 매장을 모바일 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최근엔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VR매장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고객들은 VR기기로 화면에 접속하면 실제 매장에 들른 것처럼 3차원 쇼핑이 가능하다. 이희준 현대백화점 상무는 “오프라인 유통과 IT를 결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오는 2019년엔 백화점을 통째로 옮기는 ‘VR백화점’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쇼핑에서 체험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린 체험형 매장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대로에 있는 언더아머의 브랜드 하우스는 실제 제품을 착용하고 시연해볼 수 있는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시즌별로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조던 스피스를 테마로 한 스크린 골프장에는 ‘드라이브 더 게임(drive the game)’이라는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고객들이 개인의 체형과 자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아디다스가 지난해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아디다스 강남 브랜드 센터’는 온·오프 체험을 강화한 디지털 매장이다. 제품을 거울에 비추면 한눈에 정보를 볼 수 있는 ‘슈미러’, 축구화를 신고 인터랙티브 게임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액티비티 체험 공간’, 자신의 신발을 직접 디자인해 주문할 수 있는 ‘마이아디다스’ 서비스 등 다양한 경험과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강형근 아디다스코리아 전무는 “아디다스 강남 브랜드 센터는 단순한 스포츠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라며 “디지털을 이용한 전문 프로그램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명품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이번 시즌 혁신적인 디지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2018 S/S 컬렉션을 위해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이 작업한 광고 캠페인을 3D 형태로 선보인 것이다. 구찌 앱을 실행해 전 세계 구찌 매장의 쇼윈도에 부착된 스티커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디지털 캠페인을 위한 마이크로사이트에 연결된다. 또 한국을 비롯한 일부 매장에서는 VR기어를 이용해 몬레알의 일러스트를 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다.

고객 취향 저격 ‘맞춤형 스토어’


▎빅데이터 기술로 여행지를 추천하는 쌤소나이트 트래블 플래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도 있다. 글로벌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가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본점에 선보인 ‘라이프 이즈 저니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 매장에서는 캐리어부터 의류, 화장품 키트, IT기기 같은 여행 관련 상품을 만날 수 있고, 트래블 어드바이저로부터 여행 상담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스마트 사이니지(smart signage) 기술을 활용한 ‘트래블 플래너’가 설치돼 있어 고객들이 화면에 여행 인원과 기간, 예산을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행지를 추천해준다. 또 추천 여행지에 관한 팁이나 맛집 리스트, 관광 명소 같은 상세 정보도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축구화를 신고 인터랙티브 게임을 할 수 있는 아디다스 스포츠 액티비티 체험 공간.
아웃도어 브랜드 룰루레몬 청담 매장에는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는 디지털 보드가 마련돼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요가 클래스 정보, 룰루레몬 직원들이 추천하는 운동 스튜디오와 음식점 정보, 매장 주변의 러닝 루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최근 룰루레몬 R&D센터에서 개발한 VR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recoVR experience’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의 깊고 고요한 숲속을 거닐며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상현실 체험이다. 고객들은 손목에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장치를 착용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의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룰루레몬 R&D센터에서 개발한 VR 명상 프로그램.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지털과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과 패션 서비스의 적극적인 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지은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올해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브랜드 등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며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결합한 뉴 리얼(new real) 시대를 맞아 각 브랜드들은 소비자 경험을 제고하는 온·오프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통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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