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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맥퀸이여, 영원하라 

 

Michael SoloMon 포브스 기자
스티브 맥퀸이 차고 다녔던 롤렉스 서브마리너. 사라졌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수년이 지났다. 그 후 화마로 소실됐다는 말이 돌았지만, 결국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킹 오브 쿨(King of Cool)’로 불리던 맥퀸의 시계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10월에는 경매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시계의 성배’로 불리는 맥퀸의 시계에 감춰진 이야기를 파헤쳐보자.
반세기 넘게 스티브 맥퀸과 폴 뉴먼은 ‘남자 중의 남자’를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박스오피스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며 60년 대와 70년대를 풍미했던 두 남자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란히 출연할 뻔하기도 했지만, 누가 최고 몸값을 받느냐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출연이 불발됐다. 두 배우가 스크린 밖에서 즐겼던 레이싱카와 모터바이크, 시계도 수집가들이 탐내는 숭배의 대상이 됐다. 맥퀸은 1980년 50세에, 뉴먼은 2008년 83세에 사망했지만, 두 배우와 연결고리가 있는 소장품들은 아직도 최고가를 경신하며 누가 더 왕인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지난 10월, 폴 뉴먼의 1968 롤렉스 데이토나(폴 뉴먼이 차고 다녔다는 이유로 ‘폴 뉴먼 데이토나’로 알려진 레드 앤 화이트 ‘이그조틱(exotic)’ 다이얼 모델)는 뉴욕 필립스 경매하우스에서 1780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롤렉스 경매가뿐만 아니라 경매에 나온 모든 손목시계를 통틀어 역대 최고가다.

폴 뉴먼의 ‘폴 뉴먼 시계’가 경매에 올라 낙찰되기 1년도 더 전에, 비벌리힐스 부동산 중개 개발 사업가이자 스타 소장품 컬렉터로 유명한 마이클 아이젠버그는 데이토나 위탁자와 비밀리에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다. 협상에 성공했다면 뉴먼의 데이토나는 경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사고 싶었다”고 53세의 아이젠버그가 당시 협상에 대해 말했다. “돈은 충분히 있었지만, 낙찰가와는 큰 차이가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른 ‘성배’라 불리는 시계를 손에 넣기 위한 탐색에 나섰다. 바로 맥퀸의 시계였다. “두 시계를 하나로 잇고 싶었다. 그러면 ‘부치’와 ‘선댄스’를 가진 셈”이라고 루트비어 다이얼과 베젤로 디자인된 롤렉스 1675 GMT 마스터를 손목에 찬 아이젠버그가 말했다. “그럼 절대 팔지 않을 셈이었습니다. 순회 전시만 할 계획이었죠.”

맥퀸의 이름 새겨진 유일한 시계

아이젠버그가 손에 넣으려 했던 시계는 맥퀸의 시계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맥퀸의 시계는 호이어 모나코다. 맥퀸의 1971년 작 [르망]에서 소품으로 사용된 시계지만, 맥퀸이 풍기는 신비로운 매력 때문에 이후 수십 년간 클래식이 되어 수집가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2012년 그가 영화에서 차고 다녔던 모나코는 경매에서 80만 달러 가까운 가격에 낙찰됐다. 스크린 밖에서 찍혔던 파파라치 샷에서 맥퀸의 손목에 가장 자주 걸쳐 있던 시계는 바로 ref. 5513 롤렉스 서브마리너(circa 1964)다. 10월 25일 뉴욕 필립스에서 경매로 나올 시계이기도 하다.

뉴먼의 시계와 마찬가지로, 맥퀸의 서브마리너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대표작 [대탈주]와 [타워링], 스턴트맨과 관련이 있다. 맥퀸은 이 시계를 1960년대 중반에 250달러를 주고 구매했다. 당시 맥퀸이 소유하고 있던 다른 모델 ref. 5512 서브마리너는 1967년에 구매한 것으로 2009년 안티쿼룸 경매 하우스에서 23만4000달러에 낙찰됐다.

1970년대 말 즈음 맥퀸은 먼저 샀던 서브마리너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스턴트맨 로렌 제인스에게 선물했다. 둘은 TV 서부극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에 맥퀸이 출연하기 시작한 1958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이후 20년간 제인스는 [블리트], [겟어웨이], [토마스크라운어페어] 등 19편의 영화에서 맥퀸의 액션 장면을 소화했다. 1968년 개봉한 [블리트]에서 무스탱을 탄 맥퀸이 샌프란시스코 곳곳을 누비고 다닌 10분간의 자동차 추격 신을 기억하는지? 그 명장면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은 사실 스턴트맨 제인스였다.

제인스의 노고와 우정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맥퀸은 시계 케이스 뒷면에 ‘세계 최고의 스턴트맨 로렌에게. 스티브가’라는 글자를 새겼다. 덕분에 제인스의 시계는 맥퀸의 이름이 실제 새겨져 있는 유일한 시계가 됐다.

수십 년간 맥퀸의 시계는 사라진 걸로 추정됐다. 그런데 2016년 7월, 2주 가까이 로스앤젤레스를 불태우고 지나간 샌드파이어 대화재로 소실된 캐니언 컨트리 주택 18채 중 당시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제인스의 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0년 대부터 그 집에서 살고 있던 부부는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고 보도됐다(제인스는 2017년 6월에 사망). 그중에는 존 웨인의 머그컵, 실베스터 스탤론이 영화 [람보: 퍼스트 블러드 2탄]에서 사용했던 칼 등 제인스가 가장 아끼던 기념품이 있었는데, 맥퀸의 서브마리너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족에게 다시 집으로 가서 재 속을 뒤집어서라도 찾아보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아이젠버그가 제인스의 아내, 딸 에리카와 나눈 대화를 되짚으며 말했다. “몇 주가 지난 후 ‘찾았다’는 제인스 가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화재 현장의 잿더미에서 발견돼

아무리 롤렉스라도 그렇게 엄청난 대참사를 겪고 살아남았다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게다가 서브마리너는 화재가 아니라 심해 잠수용으로 설계된 모델이다. 그래서 아이젠버그는 유족에게 비벌리힐스의 럭셔리 부티크 기어리스로 시계를 보내 전문 수리를 받으라고 권했다. 시계를 살펴본 기어리스는 즉시 뉴욕 롤렉스 본사로 보냈고, 본사는 소중한 케이스를 바꾸지 않고 기적적으로 시계를 되살렸다. 지금도 시계의 팔찌 이음새 사이에는 그을음이 묻어 있다.

에리카 제인스에게 시계를 돌려주며 롤렉스는 그녀에게 시계의 비범한 스토리를 칭송하는 서한을 보냈다. “귀하가 영광스럽게도 저희 롤렉스 공식 취급점과 함께해준 이야기는 롤렉스 시계의 내구성을 증명하는 놀라운 사례입니다. 귀하의 아버지는 자신의 일과 동료 스턴트맨, 시계를 선물해준 친구 스티브 맥퀸을 비롯해 대담하게 액션 대역을 소화해준 상대 명배우들, 자신의 가족에게 헌신하며 진정한 탁월함(Excellence)을 몸소 실천한 분입니다. 아버님이 저희 롤렉스 서브라이너를 선택하신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시계가 무사히 복원된 후, 아이젠버그는 제인스 가족에게 후한 금액을 제시하며 매수 의사를 밝혔다(그는 금액 공개를 거절했다). 제인스 가족은 여러 군데서 감정가를 받아본 후 아이젠버그가 제안한 금액을 받아들였다. 경매가 끝난 후에는 맥퀸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자선재단 보이즈 리퍼블릭과 제인스 가족이 수입금의 일정 금액을 받아 간다.

스타의 소장품을 열심히 수집(제임스 본드 턱시도부터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가 입었던 드레스 소장)하는 아이젠버그는 때때로 가장 가치 있는 수집품을 경매에 내놓기도 한다. 더 귀중한 스타의 물건을 수집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014년 그가 경매에 내놓은 영화 [이지라이더]의 ‘캡틴 아메리카’ 오토바이는 135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러나 수집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누구도 스티브 맥퀸의 마성적 매력을 따라올 수 없다. 그가 현실에서도 영화 속 판타지 같은 삶을 살아간 ‘상남자’로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실제 소유했던 자동차나 오토바이, 옷 중에는 희귀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엘비스와 보가트, 제임스 딘… 누구의 소장품도 그만큼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았다. 맥퀸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가격이 10배, 100배로 뛴다”고 아이젠 버그는 말했다.

‘킹 오브 쿨’로 불린 맥퀸은 자동차 수집가 사이에서도 단연코 1등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맥퀸이 소유했던 자동차가 웃돈을 받고 수집가에 팔렸다는 소식이 정기적으로 들릴 정도다. [르망]에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던 1970년 형 포르셰 911S는 2011년 경매에서 138만 달러에 낙찰됐다(맥퀸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같은 모델의 통상적 낙찰 가격은 7만5000달러다). [르망]에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체커드 플래그를 받았던 1970년 형 포르셰 917K는 지난해 경매에서 무려 140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며, 포르셰 중에서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시계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우세를 점한 사람은 뉴먼이다. 이는 지난 10월 필립스 경매에 힘입은 바 크다. 필립스의 파트너사 백스앤루소를 키운 스타 경매사 오렐 백스와 필립스 시계사업부 미주 및 국제전략자문 총괄인 폴 부트로스가 이끌고 있는 필립스는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시계 경매의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연간 시계 경매 매출은 2016년 매출보다 500만 달러 이상 상승한 1억1200만 달러다. 지난해 폴 뉴먼의 데이트나 모델이 기록을 세운 후, 필립스는 5월 제네바에서 데이트나 빈티지 모델 32개를 경매에서 선보이며 몇 번 더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32개 시계 모두 매수자를 찾아갔으며, 이 중 5개는 각각 100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렸다. 같은 주말, 필립스는 엘비스가 가지고 있었던 오메가 시계를 180만 달러(오메가 모델 중 최고가)에 판매하며 이틀간 이어진 경매 판매금 총액은 4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뉴먼 시계 가격 넘어설까

시계 시장이 터보 엔진을 달고 달려가는 걸 본 아이젠버그는 맥퀸 서브마리너를 사자마자 경매에 내놓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뉴먼 시계를 손에 넣을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맥퀸의 롤렉스를 경매에 판매하려 한 전략을 말했다. “바로 필립스에 연락해 ‘다른 영웅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트로스도 이에 동의하며 “그는 우리가 뉴먼 시계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봤다”고 말했다. “필립스라면 시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은 것이죠.” 그러나 필립스는 뉴먼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서두르기보다 1년 더 기다렸다가 맥퀸의 시계를 선보이기로 했다. “맥퀸의 시계가 뉴먼의 시계만큼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맥퀸의 서브마리너 경매 전 추정가는 30만~60만 달러로 낮게 책정된다. 뉴먼의 롤렉스도 100만 달러를 조금 넘는다는 낮은 감정가를 받았다. “부동산 경험을 통해 아직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감이 온다”고 아이젠버그는 천문학적 낙찰 금액에 대해 말했다. “지금처럼 시중에 돈이 많을 때도 없었다. 판매가가 마치 전화번호처럼 길다”고 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드렉셀에서 일했던 만큼 천장과 바닥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오는 10월 맥퀸 시계가 얻게 될 최종 판매가를 묻자 아이젠버그는 맥퀸 시계가 뉴먼의 시계를 추월할 것 같진 않지만,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필립스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어요.”

- Michael SoloMo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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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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