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스포츠카의 고성능과 SUV의 융합을 F-페이스에서 완벽히 구현했다. 여기에 몸집을 줄여 실용성을 더한 것이 바로 E-페이스다.
▎스포츠카 ‘F-타입’의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반영된 E-페이스의 외관은 역동적이다. 높은 전고와 지상고만 아니면 영락없는 스포츠카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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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유전자는 누가 뭐라 해도 ‘모터스포츠’다. 그래서 재규어가 선보인 SUV에서도 그 유전자는 특성을 나타낸다. 첫 차 F-페이스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등장한 것이 바로 E-페이스로, 역시 짜릿한 주행감이 특징이다. 재규어는 ‘베이비 재규어’를 표방하는 E-페이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SU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우선 J 모양의 주간주행등, 허니콤 매시그릴 등 디자인부터가 스포츠카 속성을 표방한다. 최대한 SUV 색깔을 빼고 스포츠카의 느낌을 주기 위해 범퍼 하단을 여느 SUV처럼 처리하지 않았다. 커다란 공기흡입구, 보닛의 볼륨도 눈에 띈다. 물결치는 모습의 측면은 스포츠 쿠페나 컨버터블을 연상시킨다. 크기는 길이 4395㎜, 너비 1900㎜, 높이 1638㎜, 휠베이스 2681㎜로, 폭이 넓어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다. 수입차 중에선 BMW X2, 아우디 Q3, 벤츠 GLA 등이 경쟁차로 꼽힌다.운전석에 앉으니 예상외로 높은 시트 포지션은 트럭, 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을 내려다보는 시야각을 제공했다. E-페이스에는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m의 2.0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시동을 거니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사운드제너레이터가 아닌 실제 엔진음이 거칠게 들려온다. 스포츠카의 울음소리다.작은 차체 덕분인지 이전의 2.0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차들보다 몸놀림이 날래고 경쾌하다. 출발 가속에서의 폭발력은 기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니 가속에는 무리가 없었다. 제법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곡선주로를 지나는 동안 코너링이 짜릿하다. SUV임에도 흔들림이 적고, 제동력도 충분하다. 속도를 높일수록 낮게 깔리는 느낌도 재미있다.
제로백 7초의 짜릿한 속도감E-페이스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7.0초로 동급 SUV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보크,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갈고닦은 전륜구동 방식의 모노코크 플랫폼은 4륜구동 AWD시스템과 어울려 상당히 믿음직한 드라이빙 감성을 보여줬다. 주행모드는 윈터,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중에서 고를 수 있다.실내도 스포츠카의 본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능에 충실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다. 공조기 버튼과 다이얼은 사용이 쉽고 조작감이 우수하다. 계기판은 디지털로 다양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각종 주행모드에 따라 색이 변한다. 스티어링 휠은 F-타입과 동일한 핸들이 적용됐다. “스포츠카 운전 느낌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재규어 측 설명이다. 세미버킷 시트는 고속운전에서는 몸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고, 열선과 14방향 조절 기능도 탑재됐다.최신 운전 보조 시스템도 대거 탑재됐다. 특히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은 앞차와 충돌이 예상될 때 경고음과 주의표시를 계기반에 보여준다. 차선 유지 어시스트 기능 등 시스템 개입이 상당히 적극적이다. E-페이스는 국내에서 2.0L 가솔린 터보 모델만 판매하고 있으며 P250 S가 5530만원, P250 SE는 6070만원, P250 R-다이내믹 SE 6470만원, P250 퍼스트에디션은 6960만원이다.아쉬운 점은 다소 좁은 2열 공간과 연비다. E-페이스의 실내공간은 동급 모델 중 다소 좁은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484L로, 2열을 완전히 접으면 1141L까지 늘어난다. 서울 도심과 자유로 등 약 200㎞를 달린 결과 연비는 7㎞/L로 공인 복합기준 9.0㎞/L에 많이 못 미친다. 저속에서는 운전대가 너무 가볍게 도는 반면 고속에서는 뻣뻣하고 무거운 운전대의 조타·조향감도 단점으로 꼽힌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