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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의 회복탄력성 

 

김선화
장수기업이라도 위기를 피해 갈 순 없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와 기술, 문화까지 빠르게 변하는 탓이지만, 장수기업일수록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회복탄력성’이 강하다고 표현하는데 이들이 가진 특징이 뭔지 살펴봤다.

기업이 100년 이상 생존하기 원한다면 변화에 대응하고 큰 시련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 장수기업을 연구한 염동호 박사는 100년 이상 지속하는 장수기업이 되려면 기업은 3가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시대 변화다. 한 세기 동안 일어나는 산업구조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화를 극복하는 능력이다. 둘째, 사업 변화다. 고객 니즈와 가치의 변화, 치열한 시장 상황 및 경쟁의 심화, 글로벌화 등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는 능력이다. 셋째, 세대 변화다. 세대가 바뀌어도 각 세대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하고,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하며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상 3가지 변화에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장기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업의 회복탄력성과 맥을 같이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시련이 닥쳤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이며 일어선 후에는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Resilience(리질리언스)라고 하는데 이는 개인의 회복탄력성 개념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직의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이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과 도전과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능력과 조직의 효율성을 발휘해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해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기업의 장기적 경영성과 및 장기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면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경영성과에 대한 장기적 관점


카차너 외 연구진은 2012년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가족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가족기업의 회복탄력성에 관해 소개했다. 그들은 “가족기업은 비가족기업에 비해 회복탄력성과 장기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보다 앞서 가족기업은 비가족기업에 비해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들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업 주기 동안 미국,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멕시코 등지의 상장기업 147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그들이 조사한 모든 국가에서 가족기업은 비가족기업보다 장기적 재무실적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가족기업은 경제가 호황일 때 비가족기업에 약간 뒤처지지만, 경기가 불황일 때는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결국 기간을 끊어서 볼 때는 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족기업의 성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이들이 도달한 결론은 가족기업 경영자들은 성과보다 회복탄력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는 불황기에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호황기에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을 포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은 종종 10년 내지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투자를 하고 다음 세대에게까지 이익을 주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또 뛰어난 실적으로 자신들의 명성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대부분의 전문경영인과 달리, 자신들의 부정적인 면을 더 잘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 관리 위한 7가지 접근법

가족기업은 회복탄력성을 관리하는 접근방식에서 7가지 특징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호황기나 불황기 모두 검소하다. 많은 다국적 기업과 달리, 대부분의 가족기업은 호화로운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글로벌 가족기업의 전문경영인은 “가장 쉽게 번 돈은 우리가 쓰지 않았던 돈이다”고 했다. 수많은 기업이 대리인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 보조금과 옵션을 사용하는 반면, 가족기업은 회사의 돈이 곧 가족의 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통제한다.

둘째, 자본지출에 기대치가 높다. 가족기업은 자본투자에 관해서 특히 신중하다. 한 가족기업의 CEO는 “우리는 우리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한 상식처럼 들리지만, 소유주가 아닌 기업 임원들에게서는 이런 말을 듣기 어렵다. 대부분의 가족기업은 자본투자를 할 때 2가지에 중점을 둔다. 하나는 투자가 현재의 사업에 좋은 수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적 사업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기업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스로 정한 한도 내에서 자본투자를 하며, 지출할 때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위험을 피하게 된다.

셋째,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한다. 가족기업은 부채를 경영의 취약성, 위험성과 연관시킨다. 그들에게 부채란 불황기가 되면 행동할 공간이 더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가족기업의 평균부채비율은 자본 대비 37%였던 반면, 비가족기업에서는 47%를 차지했다. 그 결과, 가족기업은 불경기 동안 자금 수요로 인한 큰 희생을 치를 필요가 없었다. 가족기업이 불경기에 더 높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넷째, 소수의 소규모 기업을 인수한다. 혁신적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성공적인 경우 큰 보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그러한 거래를 회피하는 대신, 기존 사업이나 거래의 핵심과 밀접한 소규모 기업의 인수를 선호한다. 단, 회사의 전통적 부문이 구조적 변화나 붕괴에 직면했다고 확신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회사의 장기적 생존이 위태롭다고 생각할 때는 자신의 사업과 연관 없는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유기적인 성장을 선호하며 인수 대신 종종 협력이나 합작투자를 추구한다. 대규모 인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시기를 잘못 잡고 경기 하강 직전에 투자할 경우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거래가 회사의 문화와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대체로 가족기업은 핵심 사업에 초점을 맞춘 관련다각화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새로운 사업분야로 확장하고 또 어떤 기업들은 새로운 분야의 소규모 기업들을 인수해 그 위에 기업을 건설하기도 한다. 가족기업 경영자들은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빈번해짐에 따라, 다각화는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장수기업은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핵심사업 중심의 전문화와 관련다각화 전략을 구사한다.

여섯째, 해외 진출에 더 힘쓴다. 많은 가족기업이 해외 확장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한다. 평균적으로 연구 대상 가족기업은 수입 중 49%를 해외에서 창출했지만, 비가족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45%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가족기업은 큰 현금 지출 없이 유기적으로 혹은 소규모 국내기업을 인수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일단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 인내심이 매우 강하다. 글로벌 소비자 제품 회사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미국에서 20년 동안 돈을 잃을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이러한 끈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날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일곱째, 능력 있는 직원들을 유지한다. 조사 대상 가족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은 9%로 나타났다. 직원 중 9%만 매년 바뀐다는 것으로 이는 비가족기업보다 낮은 수치다. 대부분의 가족기업 리더들은 장기고용이 기업에 더 큰 혜택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낮은 이직률은 조직 내 높은 신뢰, 동료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한 익숙함, 더 강한 문화 등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적인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참여와 일의 목적에 중점을 둔 기업문화를 만들고, 경기침체 동안 해고를 피하며, 직원에게 투자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실제 가족기업의 연평균 교육투자비율이 비가족기업보다 더 높으며, 낮은 부채율은 불황기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낮추어 직원들의 직업 안전성에 기여한다.

이상으로 카차너 외 연구진이 조사한 ‘가족기업의 회복탄력성을 관리하는 접근방법’을 살펴보았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가족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내고 위기에 강한 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는 염동호 박사가 연구한 일본의 장수기업 특성과 유사하다. 그는 일본 장수기업의 특징을 ‘분수경영’이라고 했다. 이는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의미하는데, 실제로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1)경영독립성 확보를 위한 안정된 자본구조를 갖추고, 2)자기자본비율을 경쟁 동종 타사보다 높게 유지하며, 3)거래처가 편중되지 않게 일정률을 정해 관리한다. 그리고 조직력을 키워 자사의 핵심 능력을 ‘고객가치 재창출’에 투자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점들이 시대 변화와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대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기업의 존재 가치를 이해하고 기업의 가치관을 계승할 후계자를 양성한다.

요약해보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시대 변화와 사업 변화, 세대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가족기업 경영자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더욱더 중점을 둬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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