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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학 

다이소가 인정한 품질, 미국서도 통했다 

김민수 기자
에어캡(일명 뽁뽁이)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용품 중 하나다. 물건을 안전하게 배송하려면 부피가 크든 작든 뽁뽁이를 사용해야 한다. 다이소에서 1000~2000원이면 살 수 있는 뽁뽁이를 생산해 연 매출 160억원을 올리는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있다. 국내 뽁뽁이 생산 1위 업체인 현대화학은 다이소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촬영 도중 “문풍지와 한평생 씨름하셨겠어요”라고 말을 건네자 “지긋지긋하죠”라고 답한 이봉균(64) 현대화학 대표. 이 대표는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묵묵히 촬영에 임했다.
현대화학은 다이소의 가장 오래된 협력업체 중 하나다. 한국에서 다이소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전부터 다이소의 모기업인 한일맨파워를 통해 일본 다이소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다이소 매장이 확대되면서 납품 수량이 크게 늘자 낮은 단가에 지속적으로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현대화학의 매출 80%가 다이소에서 나온다.

이봉균 현대화학 대표는 “다이소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 든든한 조력자”라며 “다이소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쉽게 찾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한파가 닥치는 11월과 12월이 문풍지 성수기이다 보니 현대화학을 방문한 날 창고동에서는 수십 명이 분주하게 제품을 포장하고 실어 날랐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은 대부분 이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기계에 길이를 입력하고 발로 스위치를 누르면 입력한 길이만큼 문풍지가 원으로 동그랗게 말린 뒤 포장할 수 있는 상태로 멈췄다.

이 대표는 1984년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서 회사를 만든 뒤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테크노파크를 거점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경기도 광주로 터전을 옮겨 주식회사 현대화학으로 법인전환을 한 것은 4년 전이다. 현대화학의 매출은 2018년 160억원을 돌파했다. 문풍지 자체가 한철 상품인 데다 틈새막이, 외풍차단비닐, 보호시트 등 용도별 제품들을 개발하다 보니 매년 30~4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중소업체가 상품을 개발해 생산할 때 가장 부담이 큰 부분은 투자 및 판매 비용이다.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 다이소는 협력사 상생자금을 마련해 신상품 개발을 장려하고 중소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상품은 전국 1200개가 넘는 매장에 공급된다. 중소업체들은 생산량을 보장받아 저렴한 가격에 품질 높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2016년 12월 다이소에서 지원받은 동반성장자금 2억원은 원활한 물량 확보와 신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 상품인 문풍지(단열시트)와 에어캡뿐 아니라 방충망, 스마트 용품까지 자체 개발하면서 다이소 ‘베스트셀러’ 상품들도 만들었다. 현대화학이 제작해 다이소에 납품하는 아이폰 케이블은 35만 개 이상 판매되며 2015년 신상품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애플 정품 케이블에 비해 13배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 대표와 함께 현대화학을 이끌고 있는 아들 이윤성씨는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연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3M이 국내 단열시트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도 현대화학은 가성비와 품질로 승부하며 자리를 지켰다. 3M은 마트 3사를 중심으로, 현대화학은 다이소 위주로 제품을 공급했고 마트의 역성장과 다이소의 성장이 두 회사의 명운을 갈랐다. 다이소 시장이 커져서 워낙 저렴한 단가로 판매되다 보니 3M은 국내 문풍지 시장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다. 그 사이 현대화학은 문풍지 국내 생산량 및 판매량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기술력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화학은 2018년부터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OEM 방식으로 외풍차단 시트를 공급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공급물량은 연 100만장이다. 이 대표는 “테스트 샘플 제작부터 1년간 안정적인 공급까지 납기, 품질, 가격 면에서 중국 업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으로 바이어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월마트와 맺은 제품 공급 계약을 토대로 향후 코스트코 등 글로벌 업체들과 스킨십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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