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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POWER LEADER 30 | IT & Startup] 박재욱 VCNC 대표 

승차공유 서비스 성공 모델 선보여 

최영진 기자
박재욱 VCNC 대표가 2019년 IT & Startup 분야 최고 유망주로 선정됐다. 커플 메신저 앱인 ‘비트윈’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혀 다른 분야인 모빌리티 시장에서 ‘타다’라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분야를 넘나들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그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VCNC의 데이터 및 기술 기반 역량은 쏘카의 혁신을 한 발 앞당길 것이라 생각한다. 또 IT업계에서 촉망받는 기업이 모빌리티 산업으로 힘을 더하게 되어 더욱 기대가 크다.” - 이재웅 쏘카 대표

“모빌리티 시장은 스마트폰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혁신이 이루어질 곳으로 향후 VCNC의 가치를 이곳에서 전달하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 생각한다.” - 박재욱 VCNC 대표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열린 ‘VCNC 인수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카셰어링 1위 기업 쏘카가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을 서비스하고 있는 VCNC를 인수한다는 발표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보다 “왜?”라고 되묻는 사람이 많았다.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33)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쏘카의 VCNC 인수, 스타트업계 이슈로 떠올라


▎지난해 7월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박재욱 VCNC 대표가 쏘카의 VCNC 인수합병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3개월 후 두 기업가는 또 다른 이슈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8일 VCNC가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를 론칭한다는 것이다. VCNC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트윈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날 박재욱 대표는 “커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사진, 추억을 저장하기 위한 서비스인 비트윈을 운영하며 큰 트래픽과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역량을 쌓았다”면서 “여기에 쏘카의 모빌리티 서비스 경험을 결합해 타다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박 대표의 행보는 낯설어 보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박 대표는 요즘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IT와 스타트업 전문가 심사위원 10명도 2차에 걸친 유망주 선정 과정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박 대표를 올해 최고의 유망주로 꼽았다. 현재 박 대표는 쏘카의 최고전략책임자(CSO)까지 맡고 있다. 쏘카를 통해 박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박 대표가 정말 바쁘다.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정을 조율한 후 지난 1월 16일 박 대표와 마주 앉았다. “2019년 IT & Startup 부문 심사위원의 추천이 많았다”는 기자의 말에 “타다 서비스 초기라서 주목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쏘카의 VCNC 인수 이유와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기회가 됐다.

지난 1월 15일 현재 타다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가 25만 명을 넘는다. 타다 재탑승률도 80%에 이른다. 300대로 시작한 타다 차량은 1월 현재 서울 시내에 400대 정도가 다닌다고 한다. 타다 서비스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타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VCNC의 모태가 된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에 대한 관심도는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비트윈은 1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3300만 건을 기록했다. 하루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지금까지 메시지 1000억 개 이상, 사진 26억 건 이상이 커플 사이에 오갔다.

박 대표는 2010년 2월 VCNC를 창업했고, 비트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요즘 박 대표는 비트윈보다 타다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쏘카가 VCNC를 합병하면서 비트윈은 한국 시장에 포커스를 두기 시작했다”면서 “VCNC 임직원 50여 명 중 12명 정도가 비트윈 서비스를 담당하는데 서비스 기틀이 잘 잡혀 있어 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비트윈의 비즈니스 모델은 스티커 판매, 캐릭터 커머스, 커플 기념일을 겨냥하는 주얼리 커머스 등이다. 매출액을 묻는 질문에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업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쏘카가 VCNC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봤는지 여부다. 박 대표는 “그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그는 “쏘카는 오프라인에서 강하고, VCNC는 온라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강점이 있다”며 “쏘카가 언제 어디에서 수요가 많은지, 차종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등은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해야 하는 일이다. VCNC가 쌓은 노하우가 쏘카의 서비스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타다를 론칭할 때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 비트윈이었다”면서 “쏘카와 타다는 비트윈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쏘카가 비트윈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다른 사례와 비교하면 무척 빠른 진행이었다. 박 대표는 이 대표에게 인수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1+1=3’이 될 수 있는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그럴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는 일. 박 대표는 “구성원과 일일이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그럴만했다. VCNC 구성원들도 모빌리티 기업이 왜 VCNC를 인수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구성원들이 황당해했다”며 웃었다. 그는 “구성원들에게 모빌리티 산업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고, 커리어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구성원 대부분이 나중에는 인수합병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쏘카의 VCNC 인수 금액은 수백억원 규모 정도로만 추산된다. 그는 “언론에 나온 금액도 제각각이다”라며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인수합병을 하는 데 중요한 게 아니었다”며 웃었다.

타다…기존 서비스에 ICT 기술 접목해 불편 해소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이 대표와 함께 인수합병을 발표하고 3개월 만에 타다를 론칭했다. 기자는 “타다 론칭이 그렇게 빠른 이유가 궁금하다. 인수합병 전부터 두 대표가 공유했던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 대표나 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쏘카가 성장하기 위한 다음 과정에 대해 많은 회의를 했고, 카셰어링이 있으니 이제는 승차 공유라는 한 축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다는 마치 우버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서비스에 IC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다. 타다는 한마디로 ‘운전사가 있는 밴을 렌트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도 이런 서비스는 존재했다. 기존 서비스와 다른 점은 타다는 짧은 시간 동안 렌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혹은 날짜 단위로 렌트해야만 하는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다. 마치 쏘카가 분 단위로 렌트를 할 수 있게 해서 인기를 끈 것과 마찬가지다. 타다의 또 다른 장점은 ICT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밴의 이동 경로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이용자의 위치를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앱으로 바로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여성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여기에 카드나 현금을 꺼내 결제할 필요 없이 등록된 카드로 바로 계산되는 결제 방식, 거리에 따라 비용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접목해 기존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택시 이용료보다 타다가 10~20%가량 비싸지만 타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용자가 계속 타다를 이용하는 이유다.

박 대표는 “우리는 법에 규정되어 있는 테두리 안에서 택시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서 “승차 공유 차량이 세단인지 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타다의 ‘사회적 가치’에도 집중했다. 곧 선보일 ‘타다 어시스트’가 이를 대변한다.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나 노약자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는 “학교 다닐 때 휠체어 타고 다니는 후배가 이동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창업 이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재웅 대표를 찾아 상의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박 대표의 멘토였다. 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이고, 다음 창업자인 이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출신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가 창업 후 내놓은 서비스 2개가 모두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을 때 이 대표는 그를 제주도로 불러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했을 정도다. 이 대표는 2007년 9월 다음 대표를 사임한 지 10년 반 만에 침묵을 깨고 지난해 4월 쏘카 대표로 취임했다. 쏘카 대표에 취임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 대표를 만나 VCNC 인수를 제안한 셈이다.

“이 대표가 박 대표에 대한 신뢰가 큰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연히 창업가 모임에서 만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함께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재웅 대표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박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문제’였다. 그는 창업을 할 때나, 서비스를 론칭할 때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를 가장 고민한다고 전했다. 커플이 둘만의 메신저를 원하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내놓은 서비스가 비트윈이다. 세계적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대세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지, 법의 규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던 결과물이 타다다. 박 대표는 “창업가가 시장의 문제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면서 “타다와 비트윈은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식한 이후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가의 역할은 시장의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사명인 VCNC는 ‘Value Creators & Company’ 즉 ‘세상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VCNC라는 사명에서도 그의 기업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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