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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 

“한국 기업 독일 진출의 도우미 되겠다” 

박지현 기자
독일 산업의 중추는 내수가 아닌 수출이다. 이제 한국의 건실한 중소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노리는 만큼 독일 현지 ‘틈새’시장의 정보와 네트워크가 절실해졌다.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김소연 한국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독일 진출을 독려한다.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김소연 대표는 한국과 독일 사이의 기술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
한국 기업이 독일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하지만 정보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취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한정돼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

제조업의 나라 독일에서도 히든챔피언(강소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곳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다. 독일 주요 50개 기업 중 16개 기업 본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76만5000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5%를 차지한다.

독일 중소기업들의 주요 마켓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독일 NRW연방주는 독일 내 수출 1위 지역으로 세계 최대 무역박람회를 연다. 자연스레 한국 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대독 수출 비중은 2000년 7억 유로에서 21억 유로(2013년)로 약 세 배 성장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POSCO, 한진택배, LG 등 80여 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들에 독일 진출 경로를 터주는 교두보 역할은 막중해졌다.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이하 NRW 경제개발공사)는 한국으로 치면 코트라(KOR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주정부 투자기관이다. 김소연(48) 대표는 9년째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양국가 간 기술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 30여 년간 전문 동시통역사로 쌓아 올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한독 비즈니스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김 대표는 꾸준히 학업을 이어왔다.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독어학, 경제학, 일본학을 전공한 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했다. 통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중앙대 독일 유럽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소연 대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74)의 아내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화촉을 밝힌 그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삶에서 달라진 점은 한국과 독일 사이를 더 바삐 오가는 것뿐이라고 했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해 12월 말, 김소연 대표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치인의 아내가 돼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무려 8300㎞다. 하노버에 있는 집무실과 베를린에 있는 남편의 사무실, 그리고 한국 사무실을 오간다. 카메라 플래시가 나에게 많이 터진다는 점에선 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웃음) 하지만 업무적으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마흔 살이 될 무렵, 난 인생의 갈림길에 접어들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당시 가장 잘하는 이 일을 미래에도 계속할 것인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 공석이 된 NRW대표부 대표직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통역사 일과 병행할 수 있었다.

NRW 경제개발공사의 역할과 성과는?

먼저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르트라스-베스트팔렌주는 독일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아 구매력 22%를 자랑하는 경제 중심지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6000억 유로로 독일 내 1위다. 스위스, 아르헨티나, 스웨덴보다도 높다. 세계 15개 대표부 중 한국대표부는 한국의 숨은 강자 기업의 NRW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대표부는 상반기 투자 성과 TOP 5위 안에 들었다. 절대평가로 실시되는 실적 평가에서 한국은 규모 면에서 턱없이 불리한 조건이었음에도 거둔 쾌거였다.

NRW경제개발공사의 협력 사례를 말해달라.

한국의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센트랄은 2017년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돼 있는 아헨지역에 유럽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해 한·독 기술협력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기술 마케팅을 펴고 있다. 또 산학연협력 사례가 있다. 아헨공대 산하 연구소인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성균관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과 협력해 한·독 공동연구소인 ‘스마트 텍스트로닉 센터’를 구축했다. 양국 센터는 한·독 간 미래 산업 제품 및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독일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온다고 보나?

독일은 우주항공, 자동차, 화학, 정보통신, 기계장비, 의료기술, 재생에너지 등 글로벌 경쟁력이 최상위권이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데, 특히 중소기업이 제조업 경쟁력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이른바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높은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들이다. ▶혁신 집약도다. 2014년 기준 독일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88%(839억 유로)로 사상 최대치다. 히든챔피언의 R&D 투자 비중은 평균 5% 이상이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작은 임금체계(중소기업은 대기업의 85~90% 수준)나 현장 중심의 전문인력양성 시스템으로 우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젊은 전문 인력들의 중소기업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유연하고 안정된 노사관계도 꼽는다. 1990년대 독일은 장기간 이어진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사문화 개선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해 유연한 노사관계를 정립했다.

통역사 경력이 현재의 일에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통역사로 일하며 산업체를 방문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은 것이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할 때 도움이 됐다.

통역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통역을 잘하려면 외국어뿐 아니라, 세련된 모국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또 여러 분야에 전문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독일의 정치 시스템과 배경에 충분한 상식을 갖추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통역할 수가 없다. 정상회담 통역이 어려운 것은, 각국 정상은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논의하기 때문이다.

장점 다른 한·독 협력 기회 많아


▎전문통역사이기도 한 김소연 대표는 남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자서전을 번역감수하기도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통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가 정상 통역이다. 하르트무트 코쉬크 독일 하원의원이 방한했을 때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자택으로 찾아가 통역했던 일은 지금도 인상 깊다.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2007년 한국 국빈 방문 시 통역을 했는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반가운 재회를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독일, 양국 기업문화를 비교한다면?

완벽하게 규정할 수는 없어도, 구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한국은 나이나 직위, 독일은 책임이나 전문성을 중요시한다. ▶한국은 브랜드나 회사 규모(대기업)를, 독일은 품질과 경험을 중요시한다. ▶융통성을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시스템(규칙에 의한 체계)을 강조한다. ▶한국은 업무 속도가 중요하고, 독일은 느리더라도 정확도를 중시한다. 한국이 전화를 먼저 해서 빠르게 해결한다면, 독일은 주로 이메일로 먼저 연락하고 난후 상대방 답변이 있어야 전화하는 순서로 일한다.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화법을 사용하고, 독일은 사실을 객관적·비판적으로 토론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한국과 독일은 어떤 식으로 협력하는 게 좋을까?

서로 장점을 접목, 기술을 공동 개발해 공동 수출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 전기자동차에 LG 배터리를 장착하는 식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연구개발 인프라가 훌륭한 독일과 협력하면 시장에서 높은 품질을 지닌 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NRW대표부 업무 외에도 한독 간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양국 정상에게 양 국가의 주요 현안을 전달하는 한독포럼의 독일 측 멤버로 활동한다. 아데코(ADeKo,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의 주니어보드 이사를 맡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국을 알리는 일들에 참여하고 있다. 미래에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함께 한독 간 더 많은 협력과 교류를 위한 일들을 해나갈 계획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어떤 남편인가?

남편은 낙관론자로 난 그를 ‘시제푸스’로 표현한다. 실패로부터 힘을 얻고 떨어질 돌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사람이다.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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