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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보니어그룹의 200년 장수 비결 

 

김선화
스웨덴에는 존경받는 장수기업 가문이 두 곳 있다. 발렌베리와 보니어다. 이번 호에선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보니어그룹을 살펴보려고 한다. 비상장 회사로 20여 개국에서 200여 개 사업을 펼치며 200년 이상 살아남는 보니어 가문의 비결은 뭘까.

스위스 국제경영원(IMD)에서는 매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장수 가족기업을 선정해 ‘가족기업상’을 수여한다. 기업을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족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에 중점을 둔다. 가족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가족, 오너십, 기업이라는 3차원 관점에서 체계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장기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기 때문이다. 이 상을 받은 적이 있는 스웨덴의 200년 기업 보니어그룹(Bonnier Group)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아주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기업의 성공 비결이기도 한 지배구조 체계를 살펴보자.

보니어그룹은 발렌베리와 함께 스웨덴에서 존경받는 가족기업이다. 이 기업은 1804년 코펜하겐에서 게르하르트 보니어(Gerhard Bonnier)가 서점을 개업하며 시작되었고, 8세대에 이른 지금은 다각화된 미디어 재벌로 성장했다. 보니어그룹은 현재 북유럽을 중심으로 20여 개국에서 200개 이상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매출은 약 3조원, 매출의 47%는 스웨덴 밖에서 발생된다. 그룹 산하에 책, 방송, 비즈니스 프레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잡지, 신문 등 7개 운영회사(Operation Company)가 있다. 현재는 6대, 7대들이 경영의 중심에 있으며 비상장기업으로 전체 주식은 가족 76명에게 분산되어 있다. 본사는 스톡홀름에 있고 직원은 1만1000명이다. 어떻게 한 가족에서 200년 넘게 가족 간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두가지 요소를 꼽는다. 하나는 200년을 지켜온 가족의 핵심 가치에 있다. 보니어 가족의 핵심 가치는 1) 언론의 자유 2) 개인의 힘 3) 출판에 대한 열정 4) 가족회사에 대한 헌신이다. 다른 하나는 보니어그룹의 지배구조다. 보니어그룹은 스위스와 미국의 가족기업센터로부터 우수한 가족기업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오너십·가족·기업 차원의 지배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다른 가족기업들과 공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창업자인 게르하르트 보니어는 독일에서 살다가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출판사업을 시직했는데, 그에게는 자녀가 11명 있었다. 그중 3명이 스웨덴으로 갔고, 열 번째 아들 알베르트(albert)은 17살에 부친을 도와 일을 시작해 마침내 후계자가 되었다. 이후 3세대까지는 한 사람이 단독 경영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루어졌으나 4대째 이르러 형제들이 함께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5대에 이르러서는 사촌들이 함께 기업에 참여하는 사촌경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행히 전체 가족 중 최고 경영자 및 이사회 의장은 맡은 장남 알베르트가 회사나 가족 양쪽에서 훌륭한 리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형제나 사촌들 간 단합도 잘되고 화목하게 지냈다. 그러나 1989년 82세로 그가 사망한 후 6세대에 이르며 주식은 76명 가족에게 분산됐다. 이들 중 18세 이상 된 주주가 약 60%고 11명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의 사망 후 가족들은 회사의 지배구조 문제와 소유권 문제로 서로 부딪치게 되었다. 가족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가족들은 엄청난 숫자로 늘어난 가족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족들이 협의하여 가족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가족들의 기업에 대한 헌신과 감정적인 유대를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제 보니어그룹은 6, 7세대 가족들이 주축이 되어 가족기업으로서의 미래를 확고히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현재 보니어그룹의 주식은 100% 가족이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가족들이 주식을 외부에 팔지 않기로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의 결속과 헌신을 바탕으로 가문 내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보니어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는 가족총회가 있다. 가족총회는 주식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전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가족총회의 주요 목적은 가족 및 세대 간 교류를 통한 가족 간 결속 강화와 정보 공유, 후세대 교육 등이며 총회는 1년에 한 번 개최되는데, 이때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 교류의 장이 된다. 가족총회의 중심에는 가족주주협의회가 있는데 연 2회 개최된다. 여기에서는 가족주주들에게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배당정책 및 주식매매에 관한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가족주주끼리 맺은 주주합의


이들은 가문 내에서 회사가 지속되기를 원하기에 76명 가족주주는 한 세대, 즉 향후 30년 동안은 외부에 주식을 팔지 않기로 주주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누구든 주식매도를 원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회사에 매도해야 한다. 그리고 주식가격은 공정가의 30%로 책정했다. 주식매매가격은 1999년 합의서를 갱신하면서 가족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아무도 주식매도를 원하지 않았고 모든 가족이 이러한 합의에 만족하고 있다. 현재의 주주합의서는 유효기간이 30년이다. 그러므로 2030년이 되면 다음 세대들은 다시 합의 내용을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각 세대는 자신들의 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모든 주주는 안정된 배당을 받고 있다. 배당률이 높지는 않지만 회사에서는 수익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회사에 적자가 발생해도 배당을 한다. 이는 배당정책에 관한 합의에 따른 것이다. 보니어그룹은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주주합의를 통해 배당률을 낮추고 수익의 충분한 부분을 유보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회사에 필요한 재정 충원과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해졌다. 가족총회 밑에는 가족 내에서 선출된 위원 4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있어 후계자 후보를 지명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총회 산하에는 기업지배를 위한 지주회사(Albert Bonnier AB)와 가족지배를 위한 보니어 가족 재단(Bonnier Family Foundation)을 두고 있다. 알베르트 보니어 AB는 그룹지주회사로 그 밑에 7개 운영회사가 있다. 지주회사의 이사회는 이사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모두 현재 회사에서 일하는 동일한 세대의 가족들이며, 이들 중 선출된 1명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지주회사에서는 가족문제와 운영회사의 전략계획 등을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각 운영회사에 대한 재정적 의사결정 권한은 없다. 기업운영 및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 권한은 각 운영회사에 있다.

지주회사 밑에 있는 7개 운영회사는 각각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다. 그리고 전체 운영회사를 감독하는 이사회가 있는데 총 12명 이사는 가족 4명과 사외이사 5명, 직원대표 3명으로 구성된다. 이사회에서는 각 운영사의 CEO 채용 및 해고를 결정한다. 가족들도 자격을 갖추면 운영회사의 CEO가 될 수 있다. 현재 지주회사의 회장도 이전에 CEO를 맡았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가족이 회장직을 맡고, 각 운영회사에서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다. 현재 각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가족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가족을 보고 라인으로 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모든 가족은 각자 다른 상사를 두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은 회사에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한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오너로서 주주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다.

보니어가의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배기구는 보니어 가족재단(Bonnier Family Foundation)이다. 가족재단의 목적은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가족의 화합과 결속에 있다. 가족재단의 이사회는 가족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2명은 지주회사의 이사회에서 지명한다. 그리고 6명은 가족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재단이사의 임기는 6년으로 2년마다 2명씩 교체된다. 재단에는 따로 고용된 직원은 없고 가족 19명이 무료로 봉사하며, 가족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과를 선택하여 활동하고 있다. 재단의 활동은 최고경영자의 재가를 받아 지주회사가 비용을 지불하며, 재단 내에는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있다.

가족맨션위원회: 보니어가에는 가족맨션으로 불리는 저택이 있다. 여기에있는 책 등 수집품 관리를 위한 규정이나 맨션의 개조 등에 관해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족기록위원회: 창업 초기부터 출간된 책들의 저자와 주고받은 모든 편지 등 자료를 관리하고 감독한다.

교육위원회: 자녀들에게 가족의 철학을 계승하고, 가족기업 이외 다른 분야의 교육을 원하는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금하고 재정적인 후원을 한다.

패밀리오피스: 패밀리오피스는 가족 개개인의 재정적 조언이나 상담을 해주고, 가문의 법률, 세무 등 자산관리 및 유지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차세대위원회: 차세대위원회는 7~9세대 자녀들 중 16~32세 자녀 약 3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자녀들이 서로를 잘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처럼 보니어그룹이 9대에 걸쳐 20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가족에 있다. 가족기업으로 대를 이어 유지하고자 하는 가족 공동의 꿈, 이를 위한 가족들의 협력과 헌신 없이 기업이 한 가족 내에서 수세기를 생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어가의 사례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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