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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운 ‘공부선배’ 대표 

사교육 시장에도 떴다. O2O 플랫폼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학원과 수강생을 잇는 O2O 플랫폼 ‘공부선배’는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 이용운 대표는 공부선배가 학생과 학원의 연결을 넘어 교육 시장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는 사교육 시장의 공급자인 학원과 소비자인 수강생 모두의 이익을 추구한다. 플랫폼에 쌓인 빅데이터는 맞춤형 교육 서비스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차량 수리, 숙박시설 예약, 방 구하기, 병원 예약 등 O2O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사교육 시장에서도 O2O 플랫폼이 등장했다. 수강생에겐 맞춤형 강사와 수업을 선택하게 해주고 학원엔 학원생을 유치해주는 교육 미디어 플랫폼 ‘공부선배’다. 2017년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5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낯설지 않다. 공급자와 소비자 쌍방의 니즈를 채워주는 중개 사이트다. 우선 학생과 학부모에게 관심지역 주변에 있는 학원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에게 맞는 학원을 고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부선배의 파트너 학원은 학원 소개 영상, 현장 수업 영상, 강사 인터뷰 영상 등을 플랫폼에 업로드해 수강생이 손쉽게 정보를 얻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텍스트 정보를 넘어 현장 강의 영상을 먼저 들어보고 학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부선배의 특징이다.

4월 초 서울 강남 공부선배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운 대표는 “입소문이나 지면 광고, 방문 상담 등의 정보로 학원을 선택해야 했던 학생과 학부모가 플랫폼에 올라 있는 생생한 동영상으로 자신에게 맞는 학원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며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마케팅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학원은 교육 콘텐트의 질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창업 당시 이 대표의 머릿속엔 3개 키워드가 맴돌았다고 한다. 바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온라인 사업 영역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세력을 펼치기 시작할 무렵이다. 그는 이 키워드를 바탕으로 혁신 속도가 느린 시장을 찾았다. 보수 성향이 강해 여전히 아날로그 상황에 놓여 있는 동네 학원가가 눈에 들어왔다. 교육 시장에서 학원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매우 크지만 시장의 혁신 속도는 여타 산업에 비해 더딘 것이 사실이다.

공부선배의 타깃은 마케팅에 힘쓸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동네 보습학원이다. 이 대표는 “초중고 사교육 시장은 18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중 12조원가량이 오프라인의 학원 시장”이라며 “시장조사 결과 학생들은 보통 학원 2~3곳을 다니고 인터넷 강의로 보충하는 식이었다. 동네 학원을 빼고 교육사업을 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변화 느린 학원가에 디지털 혁신 적용


▎이용운 대표와 전석주 부사장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건축설비자재 기업 경영 경험과 학원 운영 경험을 모아 사교육 O2O 플랫폼 비즈니스를 개발했다.
그러나 학원 상대의 영업은 만만치 않았다. 콘텐트를 학원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학원장들은 콘텐트 영상 제공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인강(인터넷 강의) 판매 회사가 아니다. 학원생 모집의 마케팅 요소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학원당 대표 강좌 하나씩을 우리가 직접 촬영해 플랫폼에 올리고 이 효과가 나타나자 동네 학원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파트너 학원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플랫폼에 올리고 있다. 공부선배는 현재 서울 지역 파트너 학원 1000개, 오픈 강좌 1800개를 확보하고 월 수강생 1000명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의 한 학원은 지난해 공부선배를 통해 수강생 80명을 유치했다. 마케팅 비용을 기존의 30%까지 줄였고, 강사를 더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수익모델은? 일단 학원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플랫폼에 올리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사업 초기엔 공급자 유입과 콘텐트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이 학원을 선택한 후 공부선배 플랫폼에서 결제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첫달 학원비가 공부선배의 몫이다. 학원 입장에선 수강생이 오면 1년 이상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게다가 강의실이 모두 차지 않기 때문에 좌석 재고를 가진 원장으로서도 큰 무리가 없는 조건이다. 수강생은 학원비를 결제하면 1년 후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한 달 수강료) 혜택을 받는다. 결제 이탈을 막는 방법으로 모두 초기 정착을 위한 전략이다.

공부선배 플랫폼은 아직 공급자 위주의 사이트다. 이 대표는 “우선 학원의 보수성을 뚫는 게 중요했다. 아날로그 영역을 디지털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공급자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이라며 “1차 투자를 바탕으로 동영상 제작에 주력하면서 파트너 학원, 즉 공급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강생 유입을 위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선배는 TS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등에서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용운 대표는 고교 동기인 노석 석플란트치과병원장과 함께 공부선배를 창업했다. 대학 졸업 후 이 대표는 건축설비자재 제조기업 ECL, 노 병원장은 임플란트전문병원을 세우며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이 대표가 2012년 회사를 매각하고 다른 사업을 준비하던 중 노 원장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서울권 선순환 후 베트남 진출 계획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세 가지 요건을 중요하게 여겼다. 선결제일 것, AS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을 것, 재고가 없을 것이다. 사교육 시장이 딱 그랬다”며 “온라인만으로 전국의 환자를 유치해 국내 최대 임플란트 식립 건수를 보유한 노 병원장이 성공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노 병원장은 2007년 개원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임플란트 누적 식립 13만 건을 기록했다. 석플란트치과병원을 성공으로 이끈 시스템을 사교육 시장에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10년간 학원 운영과 교육 사업에 경험이 많은 전석주 부사장(COO)이 2016년 3월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전 부사장은 “1차 목표는 서울 지역의 완전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1년 안에 파트너 학원 3000개, 오픈 강좌 1만5000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오픈 강좌 1만5000개 정도면 월 6000~7000명 정도의 수강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부사장은 “그 수준에 이르면 서울권 학원 1만4000개 중에 8000개 이상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오픈 강좌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면 지방 도시 진출은 속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권 선순환 구조가 안착되면 교재 유통, 강사 채용 서비스 등 플랫폼에서 확장되는 비즈니스도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대표는 “참고서 유통시장이 2조원 규모인데 그중 1조500억원 정도가 학원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점업이나 출판업 등록을 하지 않은 중소학원은 참고서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이 부문도 우리의 새로운 시장”이라며 “현재 강사 채용이 서류 심사 위주인데 우리 플랫폼을 통해 동영상 시범 수업을 매개로 한 강사 채용 비즈니스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부사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도 우리의 타깃”이라며 “베트남을 겨냥하는 이유는 동남아 국가 중 교육열이 가장 높고, 대입 제도가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고교 졸업시험 성적으로 졸업 여부는 물론이고 희망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 사실상 우리의 수능과 비슷한 대입제도다. 베트남 교육훈련부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가정의 70~80%가 사교육을 시키고 있고 이는 가계 지출의 47%에 달한다. 이 대표는 “2019년에도 급성장을 이뤄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태국 등 한국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나라에 진출해 아시아의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05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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