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초짜 두 명이 AI와 선행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수백 년간 지속된 화재보험을 신선하게 바꿨다.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보험 앱으로 자리 잡은 레모네이드를 알아보자.
2017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20대 중반 남성이 보험금 청구 동영상을 보내왔다. 금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목걸이를 한 이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에서 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도난 당한 경위를 설명했다. 세입자 보험에 가입한 이 남성의 동영상을 받은 보험사 레모네이드(Lemonade)는 이틀 후 보험금 677달러를 지급했다. 3개월 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달랐지만 실은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5000달러짜리 카메라를 도난 당했다며 다시 보험금을 청구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레모네이드 보험처리 자동화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알고리즘이 그의 보험금 청구를 ‘의심사례’로 분류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끈질긴 보험 사기꾼은 1년이 지난 2018년 다시 동영상을 보냈다. 이번에는 핑크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시도는 가상했지만, 레모네이드 AI가 보험 사기를 잡아내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레모네이드 공동창업자 다니엘 슈레이버(Daniel Schreiber)와 샤이 위닝거(Shai Wininger)는 AI와 모바일앱 등 기술기반 방식을 바탕으로 수백 년간 변하지 않았던 화재보험의 사업구조를 밀레니엄 세대에 친숙한 소비재로 변모시키고 있다. 세입자보험과 주택보험 판매를 시작하고 2년째인 2018년에 레모네이드는 가입자 42만5000명을 확보하고 5700만 달러의 보험료를 수입으로 거두어들였다. 가입자 중 75%는 35세 미만이고, 90%는 이전에 한 번도 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22개 주에서 영업 중인 레모네이드는 직원 170명이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보험 수입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50개 주와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성장자금 확보를 위해서 회사는 지난 4월 3억 달러 모집에 성공했다. 정보원에 따르면,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0억 달러가 넘는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20% 지분을 가진 두 공동창업자의 재산 가치는 4억 달러보다 많아진다. 2015년까지만 해도 보험에 대해 쥐뿔도 몰랐던 중년 사내 두 명이 거둔 성적치고는 제법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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