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가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30에 키즈 크리에이터 ‘헤이지니’를 선정했다. 영유아와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막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유튜브를 넘어 TV와 뮤지컬까지 장악한 그의 성공 비결은 바로 ‘재미’와 ‘진정성’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키즈 크리에이터 강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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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수 207만 명, 업로드 동영상 723개, 누적 조회수 9억3000만 뷰를 자랑하는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강이와 젤리음식 실제음식 복불복 뽑기 게임’은 6100만 뷰를 넘어섰고, 1000만 뷰가 넘는 동영상만 6개에 달한다. 그의 이름 앞엔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장난감 요정’, ‘어린이들의 우상’, ‘키즈 콘텐트계의 아이돌’ 같은 영광스러운 수식어들이 언제나 함께한다. 덕분에 지난해 3월에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 아시아의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30 under 30)’에 선정됐으며, 9월에는 한국마케팅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브랜드대상 개인 부문인 ‘앙트러프러너십(Prize of Entrepreneurship)’을 수상했다.유튜브에서 ‘헤이지니’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키즈 전문 크리에이터 강혜진(31)의 이야기다. 2017년 5월부터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헤이지니 채널을 운영하며 1년 2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모았다. 키즈 전문 크리에이터 중 최단 기간에 이뤄낸 대기록이다. 동영상 속에서 그는 장난감 놀이, 복불복 음식 게임부터 직업 체험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만들면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수영장에서 대변 모양의 장난감을 건지면서 망가지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지난 8월 16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포브스 9월호 표지 촬영 후 시작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비결로 ‘재미’와 ‘진정성’을 꼽았다. 자신이 진심으로 재미를 느껴야 아이들도 재미있어한다는 생각에서다.“언제나 제 스스로가 즐거운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를 골라서 촬영해야 진솔하고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그 덕분인지 주변에서 연기를 하지 않고 즐기는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웃음) 가끔 장난감 협찬을 받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제조사에서 ‘이런 장난감이 나왔는데 한번 봐달라’며 보내주시기도 해요. 그런데 결국은 제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으로, 제가 원하는 콘텐트를 만들어야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더군요. 제가 재미없으면 티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작해놓고도 유튜브에 올리지 않은 영상이 꽤 많아요. 반면 30분 만에 녹화를 끝낼 때도 있고요.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탄생한 결과 물들을 보고 아이들이 좋아할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영상에 나오는 공주풍 의상과 아기자기한 소품도 모두 그가 동대문 새벽시장을 돌며 직접 구입한 것들이다. 평소에도 공주 의상을 좋아한 덕분에 의상과 소품 준비는 그에게 일이 아닌 취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장난감 매장이나 소품 가게를 돌아다니며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다.“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이 제가 좋아하는 핑크색 의상이나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원 없이 입을 수 있다는 거예요.(웃음) 영상 속에서 저는 언제나 ‘지니 언니’로 통하기 때문에 공주처럼 마음껏 입고 다닐 수 있어 행복해요. 주변에서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할머니가 돼서도 공주 옷을 입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웃음) 영상 촬영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조금이라도 목소리 톤이 낮거나 얼굴이 창백하면 아이들이 ‘어디 아프냐?’며 걱정하는 댓글을 많이 달거든요. 아이들에게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잠도 충분히 자려고 해요. 무엇보다 잠을 푹 자야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더라고요.”
배우 지망생에서 유튜브 스타로 화려한 변신
▎패밀리 뮤지컬 [헤이지니&럭키강이] 공연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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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그는 예체능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성격이 워낙 활달한 데다 호기심이 많아 댄스 동아리를 시작으로 합창단과 무용단은 물론 판소리까지 섭렵할 정도였다. 고교 시절부터 키워온 배우의 꿈을 안고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배우의 길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경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그는 “그때 경험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며 “그 모든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심정으로 각종 행사 도우미부터 피팅 모델, MC, 리포터까지 다양한 일을 해봤다”고 덧붙였다.“대학 졸업 후에 들어간 캐리소프트라는 콘텐트 회사에서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어요. 그때만 해도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워낙 생소했고 해외에 비해 국내에선 키즈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려서부터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오랫동안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장난감 리뷰 콘텐트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저만의 밝은 표정과 경쾌한 목소리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주더라고요.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캐리 언니’로 제법 유명해질 수 있었죠.”2014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KBS2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TV유치원]에 출연하면서 ‘초통령’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인기는 이제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명 연예인에 버금간다. 키즈 콘텐트계의 아이돌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소속사였던 캐리소프트를 떠나 2017년 ‘키즈웍스’를 설립하고 ‘헤이지니’라는 이름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헤이지니 채널로 이전보다 더욱 막강한 팬덤을 형성한 그는 지난해부터 패밀리 뮤지컬 [헤이지니&럭키강이] 무대에 오르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뮤지컬은 물론 동영상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럭키강이는 그의 친오빠다. 키즈웍스 대표이자 동료 크리에이터로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은 서울에서 뮤지컬 공연을 진행 중이며 대구, 안산, 고양, 창원, 수원, 인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예정이다. 그는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서 진행되다 보니 ‘지방에도 팬이 많은데 왜 안 오냐’며 서운해하는 아이가 많았다”며 “최대한 많은 아이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뮤지컬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헤이지니를 향한 어린이 팬들의 애정은 실로 대단하다. 2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답게 팬심이 가득 담긴 선물도 끊이지 않는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비롯해 사탕, 젤리, 마시멜로 같은 달콤한 선물로 가득하다. 그는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는 모두 보관하고 있다”며 “가끔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정성이 가득 담긴 손편지를 꺼내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영원한 지니 언니로 남고파”“ 아이들은 영상에서 제가 한 말을 절대 까먹지 않아요. 언젠가 한번은 ‘지니는 망고를 좋아하니까 망고만 먹어야지’라고 했더니 선물이 죄다 망고더라고요. 한동안 엄청난 망고 세례를 받아야 했죠.(웃음) 가끔 아이들이 절반쯤 먹던 사탕이나 아끼던 색연필도 보내는데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기꺼이 보내는 마음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그런 선물을 받으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순수함 덕분에 제대로 힐링을 하고 있는 셈이죠.(웃음)”그의 채널에선 그 흔한 악플 하나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영상 채널과 달리 ‘언니 정말 예뻐요’, ‘언니 정말 사랑해요’ 같은 선플이 대부분이다. 동료 크리에이터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그도 팬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특히 암 투병 중인 아이를 위해 집으로 직접 찾아가 생일 파티를 해준다거나 7년 동안 뇌종양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병문안을 가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애쓰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의 말 한마디가 아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사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이루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들과 장난감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아픈 친구들을 만나면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껴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겠어요. 건강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으니까요. 어린 친구들이 건강하게 자신이 꿈꾸던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축복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받은 큰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생각입니다.”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지 올해로 6년째인 그는 앞으로 키즈카페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아이들과 접점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내실을 더욱 튼튼하게 다진 후에는 중국을 필두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홈스쿨링 같은 교육 영상 채널도 준비하고 있다는 그에게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한 지니 언니’로 남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최근에 종이접기로 유명하신 김영만 선생님과 함께 촬영을 했어요. 어린 시절 저의 우상이었던 분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과거 세대들이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그분을 기억하듯이 지금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헤이지니를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무척이나 뿌듯할 것 같아요. 세상에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스스로 대견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