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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BS) 디지털 담당 이제원 전무 

“대기업도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혁신할 수 있다” 

우버, 아마존, 에어비엔비와 같은 IT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으면서 기존 전통 기업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IBM은 이 같은 니즈에 맞춰 기업에 스타트업 DNA를 이식하는 새로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인 폴크스바겐은 2017년 IBM의 GARAGE(개라지) 서비스를 활용한 ‘WE’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중 대표급인 ‘We Experience’ 서비스는 자동차 대시보드에서 고객의 위치를 기반으로 한 수요를 파악한 뒤 커피숍, 레스토랑, 주유소, 숙박업체 등을 추천한다. 폴크스바겐은 아이디어 수립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IBM과 5년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스타트업의 속도로 새로운 매출원을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IBM 개라지 서비스는 무엇인가?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새로운 컨설팅 서비스다. 일반적인 컨설팅 서비스가 고객이 의뢰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라면, IBM 개라지는 고객과 함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객이 문제해결 능력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한다.

왜 개라지 서비스라는 이름이 붙었나?

스티브 잡스의 애플 등 많은 스타트업이 개라지(창고)에서 출발한 데서 착안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speed like a start-up, scale like an enterprise) 돕겠다는 뜻이다. 전통 대기업들은 사업을 키우는 역량은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IBM 개라지는 이 부분을 보완해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처럼 빠른 속도로 혁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실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 도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역량, 새롭게 일하는 방식, 나아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IBM이 각자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다.

IBM 개라지가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IBM 개라지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고객사와 IBM 전문가가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과 니즈를 ‘problem statement’로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해결 방안을 쏟아낸다. 현시대에서 불가능한 기술은 없다는 전제하에 기술적인 제약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100여 개 정도 아이디어가 도출되면 최종 3~4개 정도로 압축해 얼마나 쉽게 구현될 수 있는지, 구현됐을 때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를 판단해 최종안을 선정한다.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위 과정을 거쳐 솔루션을 찾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시장에 테스트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2주 정도다. 시장에 빨리 내놓고 피드백이 안 좋으면 다시 아이디어 수립부터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3개월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시장에서 테스트한다는 것은 보통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다.

IBM 개라지를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달라.

다들 출발점은 비슷하다.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컨설팅으로는 ‘이런 사업을 해보라’고 제안은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까지 도와주진 못한다. IBM 개라지는 이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IBM 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IBM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첫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인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둘째, 분야별 전문가들을 전 세계에서 소싱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다. IBM 개라지를 도입한 국내 한 제조회사의 경우, 타깃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에 IBM 본사의 인력과 인사이트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셋째, 신사업을 출시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IBM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WE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산업에서 파트너들을 끌어들여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IBM의 도움을 받았다.

IBM 개라지를 도입해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화두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제조, 금융, 소비재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서 매출원을 확보했다면, 글로벌 식품기업인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는 공급망 관리 최적화에 IBM 개라지를 활용,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국내 유수의 제조회사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IBM 개라지를 도입해 실험하고 있다.

디지털 프랜스포메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하나의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달성되는 게 아니라 기업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다. 일단 작게 시작해서 효과를 실험해보고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구조나 예산 운영 방식 등 기업 거버넌스를 먼저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대다수 기업이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IBM 개라지의 핵심은 빨리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고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joins.com·사진 신인섭 기자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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