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8)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는 유통사업을 하는 첨단 IT 회사”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유통의 ‘유’ 자도 몰랐지만 ‘신선한 음식만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뛰어든 사업은 5년여 만에 2030세대 직장인들의 장보기 문화를 바꿔놓았다. 2015년 9만여 건이었던 마켓컬리 ‘샛별배송’ 건수는 2018년 하루 평균 1만여 건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회사 매출도 30억원에서 156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예상 매출 3배를 바라보고 있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만났다.

▎강남구 논현동 마켓컬리 본사 주차장에서 만난 김슬아 대표. 마켓컬리의 상징인 보라색 냉탑차 앞에서 스티로폼 포장재를 대신할 종이 박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9월부터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 박스로 포장재를 교체하는 ‘All Paper Challenge’를 시작한다.
지난 8월 28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마켓컬리 본사에서 만난 김슬아 대표(36)는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 탐스 슬립온 차림으로 촬영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2015년 ‘샛별배송’이라는 콘셉트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식품·유통가를 뒤흔든 스타트업 마켓컬리의 리더다. 샛별배송이란 밤 11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이튿날 오전 7시 전에 현관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샛별배송 덕에 소비자들은 새벽에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수산물로 아침상을 차릴 수 있게 됐다. 창업 초기부터 CS업무를 직접 해왔다는 김 대표는 클레임이 들어오면 여전히 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불만을 접수하고 있다. “우리에겐 ‘좋아요’ 100개 중에 하나의 클레임일 뿐이지만, 그 고객 입장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쇼핑 경험이에요. 그래서 한 가지 불만이라도 접수되면 100으로 보고 덤비죠. 고객에게 굉장히 집착하는 스타일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철저한 사업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 베인앤컴퍼니 등 IB업계에 계시다가 전혀 관련 없는 식품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집안에 사업하시는 분이 아무도 안 계셨지만, 어릴 때부터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경북 안동 출신인 외할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 아침부터 소위 12첩 반상으로 차려 먹는 집이었다. 김치나 생선, 고기, 과일도 항상 종류별로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말은 우리 집안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웃음) 친가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가까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산지 근처에 살아서 가능했던 생활이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집을 떠나보니 잘 먹는 게 너무 힘들었다. 6년 정도 외지 생활을 하고 나니 몸까지 안 좋아져 음식 전반에 관심이 많아졌다. 졸업 후 서울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유기농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는 게 너무 어려웠다. ‘다른 일로 돈을 벌어도 평생 이 문제로 고통스럽겠구나’ 하는 생각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

공동창업자인 박길남 이사와 창업 전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나.

전 직장 다닐 때 맛 동호회에서 만났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우리가 다 먹자는 생각이었다.(웃음) 창업 전 국내 3대 유기농 사과 재배 농장에서 직송으로 사과를 받아먹었는데, 그곳이 결국 농사를 그만두는 걸 보면서 생산자들과 함께 제대로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한국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먹는 게 너무 힘든데 이렇게 우리가 계속 소비할 수밖에 없는 식품, 농업, 유통 분야를 지금 바꾸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힘들 것 같았다.

신혼 초에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남편과 싸운 것도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들었다.(웃음)

LA갈비를 사러 마트에 갔을 때다. 평소 채소, 고기, 과일 등 품목별로 품질이 좋은 곳만 찾아다니며 장을 보는데 남편이 어떻게 매번 이렇게 할 거냐고해서 크게 다퉜다. 처음부터 좋은 것들만 모아놓고 팔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졌다. 한국의 유통 행태는 고객에게 더 좋은 물건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모든 물건을 다 갖다놓고 파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당시엔 큐레이션이라는 말도 몰랐지만 이 생각이 현재 마켓컬리의 사업 모델인 큐레이션이 됐다. 우리가 꼼꼼히 테스트해보고 가장 좋은 것만 판매하는 것이다.

새벽배송 시장, 이제 시작이다


▎김슬아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두 사람은 이날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골드만삭스 근무 경험과 마켓컬리 창업은 어떻게 달랐나.

농업과 식품업은 정직한 사업이다. 농작물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써도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1년이 걸린다. 금융업계에서는 오늘 일하면 내일 결과가 나왔지만 농업은 장기투자다. 그러다 보니 일단 결과를 고민하기보다 빨리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뭐가 되겠다는 기대는 안 하는 편이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서비스의 원조다. 이젠 신세계와 쿠팡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시장의 규모를 함께 키울 수 있어 오히려 반갑다. 우리는 신선식품은 생산한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상식을 사업화했을 뿐이다. 신선도를 지키려면 유통과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경우 평균적으로 수확된 지 48시간 이후에 진열한다. 그때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우리는 생산 직후 골든타임을 24시간으로 봤다. 그리고 이 시간을 맞추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새벽배송은 어려움이 많지만, 상품 퀄리티를 우선시했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고객들의 수요를 철저히 분석한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폐기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갔다고 들었다. 폐기율 1%는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폐기율(2~3%)보다 낮은 수준인데 비결이 뭔가.

우리는 신선식품을 선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오늘 밤에 오징어가 20마리 정도 잡힐 것 같으니 밤 11시부터 주문을 받는 거다. 이렇게 하면 새벽에 잡아 올린 오징어를 8시간 안에 고객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단점은 주문을 받은 만큼 안 잡히면 못 보내드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거다. 이런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터분석 시스템 구축에 집중 투자해왔다.

데이터분석 기술로 샛별배송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마켓컬리의 매출 및 물류 예측 시스템을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라고 부른다. 직원들은 줄여서 ‘데멍이’라고 한다. 데멍이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으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한다. 일반 직원들도 데이터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름을 친근하게 지었다.

전공자도 아닌데 수요예측과 재고관리에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나.

우리는 다른 유통사들과 달리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100% 매입한다. 수요예측을 잘못하면 다 재고로 남아 폐기율이 높아지고, 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비용이 아닌 자산이라 생각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가장 많이 투자해 왔다. 데이터분석 결과가 정확할수록 실패 확률이 줄고, 그만큼 업무 효율성은 높아진다. 아울러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상품 가격도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볼 수 있다. 데이터분석 기술을 고도화할수록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구매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다.

직원들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7명가량이 소속된 ‘데이터 농장팀’이 있다. 이 팀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더욱 정교하게 만든다. 지역별로 주문량을 파악해서 ‘오늘은 어느 지역에 배송 캐파가 남을 것 같다’고 예측한다. 일반 기업에서는 개발자들이 현업 조직과 따로 노는 경우가 많은데, 마켓컬리에서는 데이터로 예측한 고객 수요가 실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피드백이 즉각 발생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다른 팀에도 코딩이 가능한 인력들이 있다.

코딩이 가능한 인력 위주로 채용하나.

처음에 입사하면 엑셀 교육부터 받는다. 항상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데이터화한다. 데이터는 쌓일수록 더 강력한 효과를 낸다. 임직원 400여 명 중에 70여 명 정도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각 팀 데이터 담당자들이 매일 신규고객 데이터와 매출, 재고회전율, 구매전환율, 상품폐기율 등을 관리한다. 개인적으로 마켓컬리는 유통사업을 하는 첨단 IT회사라고 생각한다. 유통을 깊이 경험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처음에는 핸디캡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큰 장점이 됐다.

어떻게 사업 초기부터 100% 직매입을 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나.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직매입 방식이 고객에게도 생산자에게도 우리한테도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리스크가 커서 이렇게 하는 곳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가 리스크관리를 한번 잘해보자고 생각했다. 리크스관리를 잘하려면 데이터를 열심히 쌓아서 분석해야 되니까 자연스레 그쪽으로 투자를 많이 하게 된 거다. 창업 자본금이 5억원이었는데 처음에는 17개 상품으로 시작했다. 과일과 고기는 비싸서 처음엔 엄두를 못 냈다.(웃음)

금요일마다 상품리뷰위원회를 열고 70여 개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고객에게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기존 유통회사와 다른 상품을 발굴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MD들이 철저하게 검증한다. 우리는 무조건 산지에 자주 간다. 직접 만나지 않고 물건을 받는 회사는 하나도 없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도 가보면 아닌 경우도 많다. 특히 고기류는 불시에 몇 번씩 방문해서 어떤 방식으로 기르는지 전 과정을 이해한다. 이렇게 리서치를 하다 보면 한 가지 상품을 출시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유제품은 1년 내내 지켜보다가 론칭한 적도 있다. 회사는 MD들이 최고의 상품을 찾아낼 수 있도록 데이터로 지원한다. MD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리서치하도록 상품전략팀에서 트렌드를 수집하면서 가이드를 준다. 또 콘텐트제작팀이나 마케팅팀도 MD만큼이나 타사 상품이나 트렌드에 밝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상품리뷰위원회(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진행)를 통과해야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유통 일을 하면서 이런 MD들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

마켓컬리 전용 상품과 일반 상품은 어떻게 다른가.

현재 마켓컬리 전용 상품 비율은 40% 정도다. 과일이나 채소는 같은 밭에서 재배해도 강수량이나 일조량에 따라 크기와 맛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자분들과 상의해서 같은 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이 나오는 ‘컬리존’을 설정한다. 이렇게 해도 매일 검수팀이 확인해서 당도나 품위가 떨어지면 상품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 생산자분들이 우리 기준을 맞추는 데까지 시행착오를 겪으시는 편이다. 단, 기준만 통과하면 우리가 100% 매입하기 때문에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시는 분들은 장기적으로 오래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품질에 까다로운 생산자들은 판매시간 제한이나 보관 컨디션 등 배송 측면에서 요구사항이 많다. 서로 신뢰하기 때문에 믿고 거래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마켓컬리에서 사면 품질은 항상 보장받을 수 있다’고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5년 1월 창업 이후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동시에 동종업계인 쿠팡처럼 적자폭도 계속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투자자분들께는 적자의 퀄리티를 봐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적자로 잡히는 부분이 대체로 투자성이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확보, 인력 채용, 데이터분석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등 계속해서 사업 효율을 높이는 데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일평균 주문량이 2015년 250건에서 2018년에는 1만여 건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폐기율은 여전히 1%대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지표 효율성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나면 어떤 부분이 개선될까.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 첫해부터 판매하고 있는 유기농 블루베리는 500g에 2만8000원(2015년)에서 올해 1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마진을 높이지 않고 운영 시스템을 계속 향상해나가면서 이룬 성과다. 고객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수요예측에 실패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렇게 사업 효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들의 쇼핑 비용도 장기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묵묵히, 정직하게 간다


상품 폐기율이 1% 미만이려면 직원 간, 팀 간 공조체제가 굉장히 잘돼야 할 것 같다.

맞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가 손 들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힘들다. 지금은 알고리즘으로 운영하는 부분도 처음에는 사람이 다 했기 때문에 ‘어디 재고가 좀 많이 남았는데 시스템을 확인해보자’, ‘시스템에 문제가 없으면 마케팅에 더 노출시켜보자’라며 자기 일처럼 나서서 대응하는 분위기라서 가능했다.

고객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마켓컬리 충성고객들은 2~3일에 한 번씩은 쇼핑을 한다. 개별고객들의 구매확률을 관리하다가 주기적으로 구매하던 제품을 사지 않는 등 변화가 생기면 직접 전화를 하거나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의 이름도 많이 알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좀 피곤하다고 할 정도로 고객에게 집착하는 스타일이다.(웃음) 우리에겐 하나의 클레임일 뿐이지만, 그 고객 입장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쇼핑 경험이기 때문이다.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 관리 전담 조직뿐 아니라 모든 부서가 매일 VOC를 체크한다.

직원 수도 창업 초기 40명에서 5년 만에 400명으로 늘었다. 어떤 사람을 뽑나.

첫째로 정말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뽑는다.(웃음) 맛집 투어가 취미인 정도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고기를 좋아하면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니면서 최고의 고기 맛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이 있어야 된다. 우리 MD 중 한 명은 어렸을 때부터 고향에서 먹고 자란 수산물의 품질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소명을 안고 마켓컬리에 왔다. 둘째, 근면성실한 ‘농부형 인간’을 뽑으려 한다. 긴 호흡으로 매일 성실하게 일하면서 맡은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사람. 30년간 사과 농사를 지으시면서 딸 졸업식과 결혼식 날만 쉬어봤다는 거래처 대표님이 “우리 나무는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하신 말씀이 참 와닿았다. 또 자기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늘 사실만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신선하게 배송하는 과정에서 과잉 포장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이달부터 스티로폼에서 종이 포장재로 교체한다고 들었는데.

포장재를 아예 안 쓰는 게 가장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전부 다 재활용하자고 결론을 냈다. 그동안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1년 이상 온갖 소재와 두께로 실험해왔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몇만 번씩 테스트해서 가장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소재, 크기, 두께를 찾았다. 그 결과 스티로폼 대신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포장재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샛별배송으로 품질 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는데,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유통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싶다. 유통이 잘하면 제조가 바뀔 수밖에 없는데 국내 유통 행태는 30년 전 방식대로 하고 있다.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 생산자들에게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제대로 전달하면 맛부터 제조공정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그게 잘 안 되니까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 같은 사고가 터지는 거다. 마켓컬리는 기술과 데이터가 있고, 생산자들보다 시장 트렌드를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농가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형자산보다 트래픽, 기술,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의 파워가 훨씬 세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제조부터 물류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게 다음 과제다.

마지막으로 왜 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섭외하셨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다.

전지현씨가 마켓컬리를 자주 이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제안했다. 우리의 주요 고객층인 30대 주부 중에 육아를 하면서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연예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촬영 현장에서 만나고 보니 전지현씨가 오히려 “스티로폼을 회수해 가는 게 참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라. 홍보를 좀 더 해라”라며 조언도 해주셨다.(웃음)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10호 (2019.09.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