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를 조망할 수 있는 프레임 타워. 높이 15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프레임 모양 건축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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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짓 전, 타임지에서 본 사진 한 장이 내게 깊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지난봄 직접 그 장소를 찾았다. 두바이에 있는 ‘프레임’이다. 150m× 150m 규모로, 세계에서 제일 큰 프레임 모양 건축물인데, 건물 이름도 역시 프레임이다. 건물 안에 사무실이나 주거시설 같은 건 없다. 높은 곳에 올라 두바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프레임을 지은 목적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전망대에서 두바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닥 가운데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약간의 공포심과 스릴을 느끼면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인 버즈 칼리파. 지상 585m에 자리한 전망대 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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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서 출발한 방문이었지만, 막상 해당 건물에 들어서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필자는 1979년부터 중동 지역 출장을 셀 수 없이 다녔다. 지난 40년간 중동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온 셈이다. 프레임타워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보니 한쪽으로 옛 두바이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 두바이는 낙후된 어촌 같은 토호국에 불과했다. 중동 사막에 자리한 아주 작은 규모의 도시국가였다. 지금도 두바이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구 도심을 헐어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버즈 칼리파 빌딩의 전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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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을 바라보니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신두바이의 웅장한 모습이 나타난다. 필자는 두바이의 엄청난 변화를 기적이나 혁신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넘어선 마법에 가깝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 엄청난 변화에 걸린 시간은 40년에 불과하다. 중동에 피어난 마법은 오직 한 사람의 리더가 이뤄냈다. 두바이 통치자이자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다. 황무지 사막을 경이로운 새 지평의 나라로 만들어낸 건 그의 이상과 비전 덕분이었다.프레임타워 전망대에서 관람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출구 쪽으로 이동하면 커다란 공간에 나타난 3D 영상이 관람객을 이끈다. 두바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그래픽이다. 모든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우주선을 탄 두바이 사람들이 다른 위성에서 살고 있으며, 바닷 속에도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를 직시하고, 나아가 미래의 두바이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보여주는 화려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가슴이 두근대기 마련이다.
▎버즈 칼리파 빌딩 라운지에서 바라본 지상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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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타워는 두바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 경탄을 넘어 감동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50년, 100년 후 모습은 어떨까? 우리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있을까? “미래는 감히 그것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해내려 용기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영상 속 셰이크 모하메드의 말이 절실히 마음에 와닿는다.장소를 옮겨 세계에서 제일 높은 초고층 빌딩인 버즈칼리파 전망대 라운지에서 두바이를 내려다봤다. 지난 40년의 감회가 더욱 벅차게 다가온다. 조직의 리더가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면 나라도, 기업도, 개인의 인생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음을 두바이가 증명한다.
▎아래서 올려다본 버즈 칼리파 빌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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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며 프레임타워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보았다. 다양한 프레임에 따라 세상도 완전히 다른 각도로 보이지 않을까? 한반도의 반쪽에 국한하지 말고, 적어도 동북아 전략을, 나아가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30분 정도 날아가면 중국 동해안이 보이고, 다시 30분이 지나면 베이징을 지나 만리장성, 고비사막, 시베리아를 거쳐서 유럽까지 가는 데 10시간 남짓 걸린다. 동쪽으로 20분 정도 비행하면 우리나라 동해안이 나오고, 다시 30분이 지나면 일본 서해안이 나타난다. 일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는 데 20분 정도 걸린다. 그러고는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을 향한다.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생각의 프레임을 새롭게 한다면 개인의 인생부터 멋지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도약하는 기업, 우뚝 솟는 대한민국까지 연결되기만 한다면 두바이의 기적이 공허한 남의 집 잔치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