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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대기자의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10) 

사이먼 사이넥 『왜(Why)로 시작하라』 

우리말 ‘왜’와 영어 ‘와이(Why)’는 뜻도 발음도 거의 같다. 기막힌 우연이다. 많은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왜’라는 질문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 학습이나 비즈니스를 포함해서다. 노벨상 수상자 또한 평생 ‘왜’를 묻는 사람들 중에서 나온다.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양분된다. (더 나아가 4분, 8분되기도 한다.) ‘지옥은 타인이다’라는 사람도 있고 ‘지옥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사람도 있다. 낙관적인 사람이 있고, 비관적인 사람이 있다. 열정적인 사람과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열정의 근원은 ‘영적’이거나 영적인 것에 가까운 그 무엇이다.

공자·부처·소크라테스·예수·무함마드·마르크스와 같은 열정적인 지도자가 있다. (무함마드나 마르크스를 싫어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 둘이 열정으로 세상을 바꾼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열정적인 지도자의 추종자가 되다 보니, 원래는 아니었는데 열정적 인간으로 변모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죽음을 불사(不辭)하기에 불사조(不死鳥)가 된다.

지극히 이기적이기도 하고 겁도 많은 게 사람이다. 그런 인간 본성을 억누르고 지도자가 제시하는 대의(大義·cause)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도 사람이다. 왜(Why)?

만약 천명(天命)이라는 게 있다면, 어떤 목표나 성공을 꾀하는 인간의 노력은 헛되고도 또 헛되다. 인간은 혹시 몰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다.

‘진인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원인-결과 분석(cause-effect analysis)’이다. 회사를 비롯한 각종 조직에서 지도자의 성패(결과)의 비결(원인)은 뭘까. 수많은 방법론과 접근법이 있다.

육하원칙(六何原則)을 접근법(approach)으로 삼을 수 있다. 작문과 사색의 테두리나 그 중핵을 마련하는 여섯 가지 핵심 요소인 육하원칙을 우리 기억에서 한번 끄집어 내보자.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로 구성되는 육하원칙은 영어로는 ‘Five Ws and How’ 혹은 ‘5W1H’다.

‘Who, What, When, Where, Why, and How’ 중에서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컨설턴트, 기업인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왜(Why)’의 문제에 집중한다. 사이넥은 ‘Why 전도사’, ‘Why 제일주의자’다. Why에 거의 ‘미친’ 사람이다. 그의 책은 리더십에 대한 최종 완결편 같다. 리더십을 일종의 신앙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같기도 하다.

리더십에 금수저는 없다··· Why를 알면 누구나 리더


▎『왜로 시작하라』의 영문판 표지
사이넥의 주저(主著)인 『Start With Why: How Great Leaders Inspire Everyone to Take Action(왜로 시작하라: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사람을 행동가로 만드는 방법)』(2009)에 따르면 누구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리더십에는 금수저가 없다. 동수저, 흙수저 출신도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다. 한글판 제목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다.

이 책은 ‘리더십에서 Why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Why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었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로 스티브 잡스(1955~2011), 라이트 형제, 마틴 루터 킹 2세(1929~1968)를 꼽는다. 라이트 형제는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 제작자인 미국의 윌버 라이트(1867~1912)와 오빌 라이트(1871~1948)다.

차별성이 있어야 경쟁에서 승리한다. 차별성의 원천은 Why라고 저자는 말한다.

Why를 묻는 것은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사이넥은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모든 타인과 경쟁할 때는 그 누구도 여러분을 도와주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과 경쟁하면 모든 사람이 여러분을 돕기를 바란다.(When you compete against everyone else, no one wants to help you. But when you compete against yourself, everyone wants to help you.)”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은 ‘이미 한 말을 지겹도록 또 하고 또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각인(刻印)의 힘’을 믿는 것 같다. 잔소리를 들을 각오하고 읽으면, 얻을 게 많은 책이다.

사이넥은 세 가지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1) 지구상의 ‘모든’ 회사·조직·사람은 그들이 무엇(What)을 하는지 안다. (2) 그들 중 ‘일부’는 그들이 하고 있는 무엇(What)을 어떻게(How)하는지 안다. (3) 그들 중 ‘극소수’만 그들이 하는 일의 무엇(What)과 어떻게(How)와 왜(Why)를 명료하게 연결해 인식하고 있으며 또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대다수 회사는 자신들이 무엇(What)을 어떻게(How) 만들어 파는지 안다. 상품이건 용역이건 무엇(What)과 어떻게(How)가 명료하고 구체적이다.

예컨대 출판사는 책이라는 What, 잡지사는 잡지라는 What을 제작해서 판다. 출판사·잡지사 직원이나 최고 경영자(CEO)는 기획회의, 편집, 저자 섭외, 교정·교열 등 책이나 잡지라는 What이 나오기 위해 어떤 How의 과정과 방식을 거쳐야 하는지 안다. 건설회사 CEO도, 패션회사 CEO도 What과 How를 안다.

좋은 회사는 동기로 충만한 사원에게 영감을 준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6월 2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이폰4를 시연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CEO를 무시한다. 대다수 CEO가 가장 중요한 왜(Why)를 잘 모르며, 극소수 CEO만 Why를 안다는 게 사이넥의 주장이다.

사이넥에 따르면 리더가 하는 일은 동기부여와 목표 제시다. 리더가 할 일은 Why를 명확하게 정의해 멤버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동기와 목표는 Why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고독에서 나온다.

리더란 무엇인가.

리더는 폼 잡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폼 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폼의 문제는 리더십과 무관하다. 사이넥에 따르면 진정한 리더는 우선 Why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사이넥이 정리한 Why의 문제는 대내적이자 대외적 문제다. Why의 문제다. 대내적으로 대표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왜 우리 회사에 다닐까.’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다. 대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 고객들은 왜 우리 물건을 살까’다.

사이넥은 기업을 포함해 대다수 조직은 ‘What > How > Why’의 순서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넥은 그가 골든서클(Golden Circle)이라 부르는 ‘WHY > HOW > WHAT’의 순서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 대해 얼마든지 반론 제기가 가능하다. Why보다는 뭐니 뭐니 해도 What이나 How가 제일 중요하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

사이넥이 주장하는 리더십의 개요를 책 내용에 따라 문답형식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리더는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는 단 두 가지가 있다. 여러분은 인간 행동을 조작하거나 인간 행동에 영감을 줄 수 있다.(There are only two ways to influence human behavior: you can manipulate it or you can inspire it.)

리더에게 무엇이 요구되는가.

리더십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비전과 그 비전을 전달하는 능력이다.(Leadership requires two things: a vision of the world that does not yet exist and the ability to communicate it.)

리더는 아이디어 천재인가.

지도자의 역할은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아니다. 지도자의 역할은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The role of a leader is not to come up with all the great ideas. The role of a leader is to create an environment in which great ideas can happen.)

아무래도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카리스마의 정체는 무엇인가.

모든 위대한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에게 Why의 명료성이 있기 때문이다.(All great leaders have charisma because all great leaders have a clarity of WHY.)

리더는 Why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는 에너지로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

카리스마는 에너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카리스마의 원천은 명료한 Why다.(Charisma has nothing to do with energy; it comes from a clarity of WHY.)

리더가 Why를 안 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Why를 아는 사람들에겐 How를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다.(Those who know WHY need those who know HOW.)

Why를 중시하는 리더의 초심이 흔들릴 수 있다. 또 승계 과정에서 ‘Why’를 중시하는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가 흔들릴 수도 있다.

성공적인 기업가가 기업 초기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큰 회사들이 ‘기본으로 돌아가기’에 대해 말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모든 조직은 Why로 시작하지만, 오로지 위대한 조직만이 세월이 지나도 Why를 명료하게 유지한다. 좋은 승계가 Why를 살게 한다.(It is not a coincidence that successful entrepreneurs long for the early days. It is not accident that big companies talk about a ‘return to basics. All organizations start with WHY, but only the great ones keep their WHY clear year after year. Good successions keep the WHY alive.)

Why를 아는 CEO가 지휘하는 회사는 어떤 사원을 채용하는가.

위대한 회사는 솜씨 많은 사람을 채용해 동기부여를 하지 않는다. 위대한 회사는 이미 동기로 충만한 사람을 채용해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Great companies don’t hire skilled people and motivate them, they hire already motivated people and inspire them.)

현대 시장경제는 주주의 행복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다.

행복한 사원은 행복한 고객을 보장한다. 행복한 고객은 행복한 주주를 낳는다. 행복한 사원 > 고객 > 주주 순서로 말이다.(Happy employees ensure happy customers. And happy customers ensure happy shareholders-in that order.)

[박스기사] 사이먼 사이넥의 말말말…

사이먼 사이넥은 비즈니스 분야의 ‘아포리즘 제조기’라고 할 만하다. 사이넥이 CEO를 비롯한 비즈니스 종사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누구나 고민하는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기 때문이다.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에서도 다음과 같은 명언을 생산했다.

“만약 당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감을 주어 그들이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행동하고, 더 큰 존재가 된다면, 당신은 지도자다.(If your actions inspire others to dream more, learn more, do more and become more, you are a leader.)”

“사람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꼭대기에서 지침을 하달하는 천재가 아니다. 위대한 사람들이 꼭대기에 있는 그 녀석을 천재처럼 보이게 한다.(It is not the genius at the top giving directions that makes people great. It is great people that make the guy at the top look like a genius.)”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희생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 상황의 설계자다.(We are not victims of our situation. We are the architects of it.)”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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