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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루닛 대표 

AI로 암세포 잡아내는 시대, 한국이 앞장선다 

매년 폐암 및 유방암 환자의 30%가 영상판독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해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루닛(Lunit)의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판독률 97% 이상을 보장하며 전 세계 사망률 1, 2위를 다투는 폐암과 유방암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서범석 대표가 자체 개발한 주요 폐질환 검출 AI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CXR’을 체크하고 있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폐결절, 폐 경화, 기흉 등의 3가지 비정상 소견을 97~99%의 정확도로 검출해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19년 1월부터 흉부 엑스선 영상 분석에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의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 분석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 CXR’은 폐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97% 이상의 정확도로 의사에게 알려준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몇 초 내에 분석해 각 질환 의심 부위와 의심 정도를 색상으로 나타낸다. 다른 장기에 가려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폐암 결절도 찾아낸다. 이 제품은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AI 기반 영상 분석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았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폐암은 1~2년만 먼저 발견해도 사망률이 크게 줄어든다”며 “초기 검진 단계에서 AI를 활용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말로만 듣던 AI 의료 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가 필수다. 식약처는 최근 AI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심사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식약처에서 AI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의료기기 회사 ‘뷰노’의 골연령(뼈나이) 진단 보조기구와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CXR 등 두 가지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국내 다수의 병원 및 검진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넘어 멕시코,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중국, 태국 등에도 진출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엄격한 유럽의 CE인증을 획득하며 28개국으로 이루어진 유럽연합(EU)과 유럽 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rea) 내에서 제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AI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친 루닛의 서범석 대표(36)를 만났다.

서 대표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쳤고, 연세대학교 보건학 석사 및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졸업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30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한 학자이기도 하다. 2016년 루닛에 합류한 서 대표는 그동안 의학총괄이사(CMO)로 루닛의 의료 파트를 총괄해오다가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루닛을 창업한 백승욱 전 대표이사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장기 전략을 구상하고, 서 대표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루닛 인사이트 CXR이 횡격막과 겹친 부위에서 폐암으로 진단된 결절을 검출한 모습. / 사진:루닛 홈페이지
루닛은 지난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던 대학원생 6명이 모여 창업한 ‘클디(Cldi)’로 시작했다. 이후 의료영상진단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며 루닛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루닛의 목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돕는 데이터 기반의 이미징 바이오마커 기술을 환자 진단과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포브스코리아는 2016년 10월호에 루닛을 소개했다. 당시부터 주목받던 기술력은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유럽 CE인증 획득을 기반으로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이제 유럽 국가에서도 루닛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인허가가 없어 해당 국가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까지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밟아나가고 있다.

12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RSNA(북미영상의학회) 2019’가 막을 내렸다. 루닛도 매년 참여해 주요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갈수록 실질적인 기술과 콘텐트가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도 세계적인 병원 및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과 협업하기 위해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나 제품 안에 우리 기술을 탑재해 버튼 하나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한다. RSNA를 포함해 다양한 학회에서 AI의 이미지 분석이 영상의학 전문의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열심히 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영상 진단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사들의 판독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AI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루닛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루닛의 AI가 실제 진료 환경에서 분석한 의료 영상 수는 50만장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에서 촬영된 전체 엑스레이 건수의 1.5%에 달한다. 의료계에서는 단 1%의 정확도도 굉장히 큰 차이다. 국내 4대 병원과 협력해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계속 학습시키면서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AI로 암을 진단해내고 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1차적으로는 복잡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AI의 핵심 역량이다. AI의 정밀 진단을 통해 의사의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는 어떤 치료를 받을지, 어떤 항암제가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반응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치료 단계에서도 AI의 분석이 정밀해질수록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아야 생존율이 높아지는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루닛은 이를 위해 신약 개발 단계부터 제약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루닛의 2020년 목표를 알려달라.

지금까지 연구해온 기술들이 매출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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