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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E 시승기 

주행성능·공간 훌륭한데 옵션이 아쉽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9월 선보인 준대형 SUV 더 뉴 GLE를 두고 수입차 시장의 평가가 분분하다. ‘온로드·오프로드를 아우르는 모던 럭셔리의 진수’라는 타이틀답게 가족·레저용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함을 갖추었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옵션이 빠져 아쉽다는 목소리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9월 국내에 선보인 SUV 더 뉴 GLE는 4세대 풀 체인지 모델이다. 직렬 6기통 ‘450 4매틱’ 가솔린 모델과 직렬 4기통 ‘300d 4매틱’ 디젤 모델을 내놓았다. 두 모델 모두 최신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강력한 퍼포먼스와 효율성을 겸비했다. 12월 중순 300d 4매틱 모델로 서울과 서해안고속도로 일대를 주행했다. 차세대 디젤 엔진인 OM654 엔진이 적용되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1.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첫인상은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커다란 플러시-피티드 휠로 이루어진 차체 비율에서 스타일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전면은 팔각형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 파워돔 2개를 갖춘 크롬 도금의 언더가드와 보닛이 SUV로서 강인함을 드러낸다. 측면 디자인은 특유의 넓은 C-필러로 안정감을 주며, 후면의 C-필러에서 후미등으로 이어지는 파워풀한 근육형 숄더 라인은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더 뉴 GLE의 전장·전폭·전고는 4930·2020·1770㎜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기본 5인승을 적용한 덕분에 실내는 좌우, 앞뒤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7인승용 3열 좌석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첨단과 미니멀리즘이 돋보인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이은 구조는 시각적 만족감이 컸고, 화면을 터치해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64개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로 운전자 개인의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실내조명을 선택할 수 있다.

주행성능과 정숙성은 세단 수준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자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주는 힘이 느껴졌다.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차체를 끌어내려 안정감을 높였다. 요철 구간을 지날 때 쿨렁거림이 적었고, 코너링 감각도 SUV보다 세단에 가까웠다. 시트 포지션부터 핸들의 높이, 각도까지 모든 부분이 몸에 맞춘 듯 편안해 승차감 역시 세단에 견줄 만했다. 전체적으로 차체 개선과 밸런스의 조율이 잘 이뤄졌다는 느낌이다. 다만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속도를 내는 재미는 떨어졌다. 또 가속력을 내기엔 2000㏄ 차량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정숙성은 ‘엄지 척’이다. 공회전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디젤 엔진임을 잊게 했고, 고속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거의 없었다. 낮은 공기저항 계수는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줄였고 단단한 하체는 노면 소음을 억제했다. 300㎞ 남짓 달린 결과 복합연비는 14.7㎞/L로 양호하게 나타났다.

벤츠는 더 뉴 GLE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장착했다. 지능형 음성 컨트롤 시스템으로, “안녕 벤츠”라는 명령어로 기능을 활성화하면 음성으로 온도와 조명 조절,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전화통화, 문자 전송 등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또 도난 방지 패키지와 주행 차량 위치 추적 시스템을 적용했다.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들이 대부분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차와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장치는 물론이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통풍 기능이 포함된 컴포트 시트,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등도 사라졌다. 게다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모바일 프로젝션도 지원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최신 기술이 대거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벤츠는 2020년형 GLE 모델에 다양한 옵션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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