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난 스타트업] 오현석 티포트 대표 

여행·숙박업자·판매채널 한데 엮는 플랫폼 

숙박업자 97%가 중소업자들이다. 호텔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 현장 일은 점점 버거워진다. 방 청소도 힘든데 예약은 중복되기 일쑤다. 소비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방을 예약하는데 업자가 좀 더 편해질 방법은 없을까. 오현석 티포트 대표가 나섰다.

▎티포트는 티몬의 여행 사업 강화 의지에 힘입어 탄생했다. 티포트의 서비스 온다는 이제 티몬을 넘어 판매채널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사진은 오현석 티포트 대표(왼쪽)와 신현성 티몬 의장이다.
숙박업은 손님이 생명이다. 멋진 숙소를 만들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망한다. 자체 홈페이지를 열거나 판매 플랫폼에 올리면 되지만, IT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소사업자가 생각보다 많다. 플랫폼이 뭔지 모르는 노령의 사업자도 있고, IT 플랫폼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숙박업소를 모르긴 마찬가지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시장이 커졌지만, 여전히 구멍은 있다. 티포트는 여기에 주목했다.

“대규모 호텔은 문제가 없습니다. 퇴직 후 연금으로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열었을 때가 문제죠. 이들은 대부분 원래 숙박업 종사자가 아니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어찌어찌해서 판매 플랫폼에 올려 방을 다 팔았어도 중복 예약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팔 땐 좋았는데 페널티를 물어줄 땐 얘기가 다릅니다. 숙박업,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 오현석 티포트 대표

“2015년쯤 티몬도 고민이 있었죠. 다들 플랫폼 사업자는 신기한 방법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 거라 생각하는데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경우 출장 다니며 아날로그식으로 섭외합니다. 무척 비효율적이죠. 그때 오 대표를 만났습니다. 양 사업자의 고민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의 가설이 시장에서 통하리라 믿었습니다.”
- 신현성 티몬 의장

2016년 9월 티포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1월 14일 강남에 있는 공유 오피스 저스트코타워에서 만난 오현석(40) 티포트 대표와 신현성(35) 티몬 의장은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가 말해준다. 15개 국가, 5만 명에 달하는 파트너가 30만 개가 넘는 객실을 티포트 서비스 온다(ONDA)에서 거래하고 있다. 투자금도 몰렸다. 지난해 11월 티포트는 약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이에스인베스터가 참여했고, 누적 투자금 100억원을 돌파했다. 신 의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전체 숙소 중 97%를 차지하는 중소호텔, 펜션, 모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 중소 숙박업소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티포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도 숙박업자를 도울 방법을 찾는 와중에 티포트가 내놓은 ‘온다’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인 입장에선 온다 서비스가 선뜻 와닿진 않는다. 오 대표는 “서비스 ‘온다’는 중소형 숙박업주의 숙소 통합 판매·관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라며 “야놀자, 여기어때, 티몬, 에어비앤비, 아고다, 트립닷컴 등 국내외 25개 이상의 채널에 실시간 연동 판매를 관리해 숙박업주의 일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숙박업계에서 잔뼈가 굵기로 소문난 오 대표와 초기 투자자로 티포트의 가설 검증에 베팅했던 신 의장의 얘기를 좀 더 들어봤다.

어떻게 만났나.

오현석 티포트 대표(이하 오현석): 직접 찾아갔다. 티몬에서 여행 사업을 총괄했던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가 다리를 놔줬다. 숙박공유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한인텔이란 기업을 정리하면서 신 의장의 책을 접했다. 그가 소셜커머스 티몬을 창업한 스토리였다. 조언 한마디라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대표에게 부탁했고, 한인텔을 창업했던 일이나 생각을 털어놨다.

어떤 느낌이었나.

신현성 티몬 의장(이하 신현성): 사업 자체가 그냥 에어비앤비였다. 심지어 창업 시기도 에어비앤비와 비슷했다. 처음엔 LA지역 한인 숙박업소만 대상으로 하던 한인텔이 전 세계 60개 도시, 400여 개 숙박업소 정보를 제공했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당시 티몬도 여행 상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때라 오 대표의 얘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당시 티포트란 법인조차 없을 때였지만, 티몬이 최대주주로 참여해 오 대표의 생각을 풀어보고 싶었다. 그가 세운 가설이 분명 시장에서 통할 거란 믿음도 있었다.


어떤 가설이었나.

오현석: 대다수 숙박업소가 좀 더 쉽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한인텔을 창업하면서 미국 LA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적이 있다.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퇴직금을 가기고 그럴듯한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연금처럼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허드렛 일은 물론이고, 예약을 받고 관리하는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 노령자라 엑셀 프로그램으로 장부를 관리하는 건 꿈도 못 꾸고, 플랫폼 사업자한테 방을 올려 실시간 예약을 받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시작하자마자 업주한테 환영받았겠다.

오현석: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인텔을 창업할 때도 그랬지만, 티포트를 창업했을 땐 국내에서 더 심한 문전박대를 당했다. 심지어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웃음) 한국의 경우 확실히 IT 기술이 발전한 곳이라 그런지 작은 업소도 자체 홈페이지가 있는 곳이 많았다. 덕분에(?) 이미 사업주들이 홈페이지부터 마케팅을 대행해주겠다는 업자한테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온다 서비스를 들이밀면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티몬도 업계 상황을 잘 알았겠다.

신현성: 그랬다. 티몬 직원들이 새로 지은 펜션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나마 방 예약을 도와준다고 하니 선뜻 나서기는 하지만 이후 관리는 모두 서울에서 전화해야 했다. 숙박업소가 수백 개가 넘어가니 관리가 불가능했다. 운영도 중구난방, 중복 예약됐다고 취소되는 건도 상당했다. 티포트 창업 초기엔 티몬의 여행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봤지만, 그냥 전체 플랫폼에 공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다 서비스가 가장 먼저 내건 솔루션은 뭔가.


오현석: 판매대행이다. 원칙대로 하면 사이트별 담당자를 만나 계약을 맺고 상품 구성을 해야 한다. 요금이 달라져도 담당자한테 다시 전화해야 하고, 사이트마다 접속해서 수시로 예약자와 재고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GDS(판매대행) 플랫폼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20여 개 판매채널에 동시에 등록할 수 있고, 요금과 재고를 관리하는 한편 정산대금도 일괄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걸 골자로 실시간 예약 프로그램을 얹었다. 새벽에 예약하는 사람을 어떻게 기다리겠나. 모든 예약이 전화통화로만 이뤄져도 골치다.

솔루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뭐였나.

신현성: 오 대표 설명에 하나 더 얹자면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 소프트웨어가 있다. 숙박업자가 상품을 꾸준히 잘 팔려면 자신의 자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엑셀을 활용해서 시스템까지 연계해 쓰지만, 이것도 드물다. 호텔에서 쓰는 시스템을 거액을 주고 도입할 중소업자는 없다. 있어도 월 사용료 부담이 크다. 오 대표는 GDS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 PMS는 무료로 제공했다. 중소 숙박업자에게 제대로 알려지기만 하면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오현석: 개발자 출신이다. 대다수 스타트업이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CEO가 개발자 출신이 아닌 경우 개발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천재적인 능력이 있다는 게 아니다. 다만 적정한 시장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검증하는 로드맵을 짜는 데 수월하다. 한인텔 창업 이전부터 15년 이상 나와 함께해준 개발자들 덕분이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바로바로 만들어 플랫폼에 탑재하는 게 가능한 이유다.

티몬 입장에선 되레 온다 서비스가 판매채널의 힘을 빼는 것 같은데.

신현성: 맞는 말일 수 있다. 실제로 판매채널이 한두 개 정도일 때 판매채널의 파워가 막강했다. 하지만 판매채널이 20여 개쯤 되면 채널 자체보단 이를 엮는 통합 플랫폼의 힘이 강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최종 소비자가 방을 구매할 때 판매채널을 이용한다. 온다 서비스의 주 고객은 숙박업주다. 티포트가 단순한 중개 플랫폼 경쟁자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시장 타깃층이 다르다.


▎온다 PMS 숙박업소 통합 예약관리 시스템 화면.
에어비앤비도 탐낼 듯하다.

오현석: 실제 에어비앤비와 일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자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에 온다 서비스를 연동해 한국 펜션을 판다.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 아고다도 중소형 숙박업 서비스 ‘아고다홈즈’를 열고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단체 관광객 위주였던 여행 시장이 개별 관광객 위주로 바뀌고, 이들은 펜션, 게스트하우스, 고급 민박 등을 선호한다. 티포트에는 좋은 기회다.

대형 호텔 체인도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신현성: 시장엔 언제나 경쟁이 있다. 온다 서비스가 더 확대되면 대형 숙박업체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실제 대형 호텔 체인이 중소 숙박업 시장에서 새로운 체인사업을 꾀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양립하기 쉽지 않은 시장 특성이 존재한다. 중소 숙박업이 돈이 돼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 자신들의 캐시카우 격인 호텔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개별 관광객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스타트업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이 좁게 느껴진다.

오현석: 한국을 포함해 6시간 비행거리 내에 있는 곳을 타깃 시장으로 삼은 이유다. 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이 모두 티포트가 눈여겨 보는 시장이다. 특히 대만 시장이 흥미롭다. 범중국계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중국 IT 기업도 진출이 더딘 곳이다. 티포트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동남아 지역 진출에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호텔이 쓸 수 있는 통합 시스템도 개발한 상태라 동남아 지역 사업자에게 보여주면 호응도가 컸다. 이들도 효율적인 운영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B2C 서비스가 아니라 아직 모르는 이가 많다.

신현성: 업자들에게 필요한 사업은 언젠가 알려지게 돼 있다. 고도의 IT 기술을 누리는 이가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확대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티포트가 온다 서비스를 확대하면 할수록 오버부킹(객실 숫자 이상으로 예약을 받는 경우) 문제가 해결되고, ‘다이내믹 프라이싱(수급에 맞춰 서비스나 상품 가격을 조절)’이 가능해진다. 일본에서는 일부 업체가 숙박료 책정에 인공지능(AI)까지 도입해 ‘가격 책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비즈니스 고도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 대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 올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이내믹 프라이싱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주가 가진 ‘가격 책정’ 권한을 기계에 위임하면 종전보다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신현성 대표도 “시범 운영 숙박업소를 모아서 일정 기간 인공지능 도입 전후 수익을 비교해 보여주고 초과 수익을 나누는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현석 대표는 티포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사실 지금껏 목표가 바뀐 적은 없습니다. 지금 치킨집을 차린다면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모든 걸 도와줍니다. 숙박업소는 생각보다 복잡한데 이들을 도와주는 곳이 없어요. 그냥 단순하게 숙박업소를 차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업체가 되고 싶어요. 예약, 관리, 도어록 보안, 심지어 필요한 비품까지 싸게 구해다 주고 싶습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02호 (2020.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