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조지선의 ‘리더 습관’(11) 

개인·조직의 미래를 바꾸는 자기 모니터링의 힘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당신.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아가 만물을 아름답게만 보는 장밋빛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히 이 안경을 벗어던진 리더만이 행복한 조직을 꾸릴 수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는 모든 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명언이다. 이 조언은 자신을 잘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니 알기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이다. 어린 시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네 주제를 파악하고 겸손해라’쯤으로 해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 즉 명확한 자기 인식이 꽤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십 대만이 자신을 잘 몰라 갈팡질팡하는 게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본인의 성격 특성과 행동 경향성에 대한 개인의 지각(perception)은 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어느 정도 관련돼 있다. 또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예상은 실제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모를 때도 허다하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를 때가 많고 왜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내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정확하지 않다. 심리학자 사이민 바지르(Simine Vazire)의 연구에 따르면 남들이 나를 더 정확히 파악할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을 모를 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안다면 고대 현인의 부탁이 인생 조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인식이 없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우선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적인 관계 맺기와 직업적 성취라는 측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지 못해서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아 미움을 받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한 메타 인지가 없으니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결정적으로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도 헛다리를 짚는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삶의 목적을 잘 모르니 이런 말을 반복한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 동네에서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발전을 위한 행동 변화는 현실적인 자기 인식에서 시작한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의 가장 큰 불행은 성장이 멈춘 삶을 사는 것이다.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정할 기회조차 없다.

자신의 행동보단 감정과 생각을 중요시해

나를 아는 것, 즉 자기 인식(self-awareness)은 무엇을 의미할까?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보면 이 작업이 간단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의식(self-consciousness), 자기 통찰(selfinsight), 자기 지식(self-knowledge) 등과 유사해 보이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때로는 현재 상태에 대한 지각을 뜻하기도 하고 성격이나 행동 경향성에 대한 인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하면 정확한 자기 인식이란 나의 성격과 사고 패턴, 내가 느끼는 감정과 행동,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나에 대한 정보를 그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는데도 자신을 잘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알아가는 여정은 안쪽, 바깥쪽의 양 갈래 길로 나뉜다. 안쪽 길은 나의 정서나 생각의 패턴이 흐르는 내적 통로다. 바깥쪽 길은 나의 행동 패턴으로 이뤄진 외적 통로다. 사람은 주로 남들이 접근할 수 없는 안쪽 길을 통해 나를 만나러 간다. 내 감정과 생각이 나에겐 너무나 명확한 것이어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버트럼 말레(Bertram Malle)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보다는 감정과 생각을 궁금해하고 그 배경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타인을 바라볼 땐 행동에 주목하는 것과 대비된다.

가끔은 바깥쪽 길을 걸으며 자기 인식의 순간을 경험할 때도 있다. 생각이나 감정이 모호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다. 가령 ‘내가 자꾸 일을 미루는 걸 보니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나 봐’라는 식이다.

그러나 익숙한 길은 여전히 내적 통로다. 자기 행동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을 뿐 아니라 인식하더라도 생각이나 감정에 기초해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책을 더 많이 읽어야만 해’라고 계속 생각하는 사람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해도 ‘나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바깥쪽 길을 잠시만 걸으면서 책 읽기에 투입한 시간을 모니터링하면 이 판단이 착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행동 패턴으로 정의되는 외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남들이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독서하는 모습을 본적 없는 어머니가 나를 독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듯이 말이다. 따라서 나의 미래 행동도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 ‘작년에 책을 읽지 않았으니 올해도 책을 읽지 않겠군.’

사람의 시각적인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 불균형에 기여한다. 이를테면 사람은 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남들처럼 전체 그림을 볼 순 없다. 표정을 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과거에 필자가 진행한 기업 교육 프로그램에서 교육생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보여준 적이 있다. 교육생 모두 “내가 저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정신없이 손을 흔들어대고 천장을 수시로 올려다보며 눈 흰자를 드러내는 모습을 영상을 보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아마 그들의 동료는 이런 행동 습관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 모니터링의 핵심은 매일 자신의 상태·습관 관찰하는 것

자기 자신을 모르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기 지각에 자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자아의 렌즈는 장밋빛이다. 이 렌즈를 착용하면 정보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왜곡된다.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자존감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감정적이고 방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지 보여준다. 나의 강점을 드러내는 정보는 단점을 드러내는 정보보다 더 완전하게 처리되고 더 잘 기억된다. 자기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폄하된다. 이런 자기 보호의 과정은 별다른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게 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나를 판단하거나 비난할 근거를 찾기 위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아가 장밋빛 렌즈를 잠시 벗어놓고 바깥쪽 길을 따라 나를 만나면 된다. 장담컨대, 나를 관찰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질 것이다.

관찰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힘을 발휘한다.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아시나요?”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체중조절을 위해 다이어트 일기장을 기록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분석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섭취한 칼로리 합계를 보고 놀랐다”, “적당히 먹는다고 생각했다”, “먹은 음식을 기록했더니 다음에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게 되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심리학자 로버트 카렐스(Robert Carels) 연구팀에 따르면 21주 동안 매주 운동 다이어리를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이 두 배 이상 감소했고 운동은 두 배가량 더 많이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덜 힘들어했다. 자기 모니터링이 뒤에 따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옳은 선택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자기 모니터링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도 훌륭한 자기관찰법이다. 보스턴칼리지의 간호학자 야구앙 젱(Yaguang Zheng) 연구팀이 관련 연구 17개를 살펴봤더니 매일 체중을 쟀을 때 원하는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싶은 리더에게 오늘 내가 환한 미소를 몇 번 지었는지 모니터링하길 추천한다. 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 모범을 보이고 싶다면 대화할 때 자신이 핸드폰을 얼마나 들여다보는지부터 헤아리길 바란다. 개혁적인 리더를 꿈꾼다면 오늘 하루 일상적인 업무가 아닌 미래를 위한 작업에 몇 분을 투자했는지 계산해보면 좋다. 언제나 작은 행동 변화가 모여 큰 결과를 낳는다.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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