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컬렉션의 오너 모니크 버거(monique berger)는 남편 맥스 버거와 함께 2011년에 이미 예술가 120명의 작품을 1천 점 넘게 수집했다. 버거 컬렉션의 독특한 성향은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있는 기관, 개인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독일 노이스(Neuss)에 있는 랑겐 재단(Langen Foundation)에서 [How To See: What Isn’t There] 전시가 있었다. 작가 30여 명의 조각·설치·페인팅·사진·영상·퍼포먼스 작품이 소개됐다. 초대된 작가들의 작품들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고 시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관람자의 지각을 스스로 인식하게 했다.
이 전시를 위해 캐나다 작가, 존 래프맨(Jon Rafman)이 제작한 ‘대홍수(Raketenstation Hombroich)’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위험을 다룬 작품이다. 래프맨은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흥분을 자초하는 이미지를 통해 가상현실(VR)로 이끈다. 작가의 컴퓨터 작업으로 생성된 이미지들은 물질과 디지털 세계, 현실과 기술적 외관을 중재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그 외 더그 에이킨(Doug Aitken), 이반 아르고테(Iván Argote), 다비드 바룰라(Davide Balula), 피오나 바너(Fiona Banner), 모하메드 부루이사(Mohamed Bourouissa), 발렌틴 카론(Valentin Carron), 알레한드로 세자르코(Alejandro Cesarco), 앵거스 페어허스트(Angus Fairhurst), 우르스 피셔(Urs Fischer),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 가오 웨이강(Gao Weigang), 길버트&조지(Gilbert & George), 더글라스 고던(Douglas Gordon) 등 전시는 ‘존재와 부재의 상호 작용’을 다루었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로 현실의 비물질적 측면을 다루며, 사라지거나 탈물질화하는 과정을 설정하거나 그에 따른 공허함을 추적했다.
전시 기획자, 지아니 제처(Gianni Jetzer)는 바젤 언리미트의 큐레이터이면서 뉴욕 스위스 인스티튜트의 디렉터, 쿤스탈생 갈렌 박물관 디렉터, 취리히 미그로스 박물관 큐레이터, 워싱턴 허시혼(Hirshhorn) 박물관 큐레이터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해 표현하게 한다. 참조 시스템 혹은 거울의 효과나 흔적에 의해 관찰자의 사고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인식이 촉발된다”고 설명했다.부재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는 전시가 열린 장소는 랑겐 재단이지만 이 작품들은 버거 컬렉션(Burger Collection) 작품들이다. 모니크 버거가 오너이고 남편 맥스 버거는 홍콩에 있는 투자회사 Golien의 CEO이자 공동 주주다.
버거 부부가 홍콩에 자리한 것은 15년 전인 2005년이다. 그들은 파라 사이트(Para Site, 홍콩), 코지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협회(Khoj International Artists’ Association, 뉴델리), 허시혼 박물관 및 조각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워싱턴DC), 타마요 박물관(Museo Tamayo, 멕시코시티), 쿤스트할레 박물관(Kunsthalle Zurich), 홍콩 미술관, 링컨 센터(Lincoln Center, 뉴욕), 시앤지 아파트(C & G Artpartment, 홍콩) 및 하우스콘스트럭티브(Haus Konstruktiv, 취리히)를 포함해 수많은 예술 재단과 박물관을 후원한다. 모니크 버거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아시아미술자료원(홍콩)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녀는 현재 아시아협회 자문위원회(홍콩), 스위스 현대미술협회(뉴욕)의 위원이다. 모니크는 또한 아트 바젤의 글로벌 파트롱(Global Patrons Council) 회원이다.모니크 버거는 스위스 출생으로 줄곧 스위스에서 성장했다. 미국에서 2년을 보낸 후 유럽에 다시 돌아와 스위스의 개인은행 및 헤드헌팅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버거 부부는 1990년대 말부터 동시대 작가들의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을 수집했다. 그들은 1998년에 버거 컬렉션을 설립했으며 컬렉션에는 유로-아메리카, 인도 및 아시아 예술을 포함한 광범위한 작품이 포함됐다.
미사일 기지를 평온화의 공간으로그들은 늘 새로운 기회를 개발해서 이미 수집한 작가들은 물론, 앞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을 작가들과 새로운 기획을 서슴지 않는다. 랑겐 재단에서 [How To See: What Isn’t There] 전시를 기획한 것도 흥미로운 그들만의 행로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모니크와 맥스 버거가 전시를 위해 협력한 독일의 랑겐 재단은 2004년에 수집가 빅터와 메리앤 랑겐(Victor and Marianne Langen)이 설립했다. 메리앤 랑겐은 자신의 수집품을 예술 애호가들에게 공개하면서 예술, 건축,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자 했다. 메리앤 랑겐이 초대한 지역은 이전에 미사일 기지였던 한적한 시골의 로어 라인(Lower Rhine)이다. 메리앤은 이런 독특한 환경에 걸맞은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를 선택했다. 철근 콘크리트, 유리, 강철로 구성된 박물관의 면적은 총 1300㎡이며 3개 전시 공간이 있다. 지상의 콘크리트 슬래브에는 일본 방(Japan room)이 있는데 랑겐 부부의 일본 작품 수집을 고려한 특별한 전시 공간이다. 안도는 이곳을 ‘평온함’의 공간으로 창조했다. 반면 천장 높이가 8m에 달하는 지하에 있는 두 전시실은 ‘모던함’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평온하고 모던한 건축물에서 랑겐 부부의 다양한 수집품들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 외에도 독창적인 주제에 맞는 임시 전시회들이 이어지고 있다.
랑겐 재단 건물은 광대한 공허함이 특징이다. 건축가의 아이디어는 “공간은 공허함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의식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였다. 이는 버거 컬렉션에서 주제에 맞게 선정된 작품들과 상호 작용하고 있다. 일본 갤러리에서 텅 빈 공간을 다루는 크리스 마틴(Kris Martin)과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객체 관련 설치작품은 후앙 뤼(Huang Rui)와 왕 구앙글(Wang Guangle)의 추상회화와 만나 근원적인 축소로 인해 예술의 정체성을 제공했다. 그로 인해 공허함과 물질적, 영적 기원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이 혼합됐다.
홍콩의 버거 컬렉션은 랑겐 재단과 협력해 버거 컬렉션의 작품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주제로 자신들의 소리를 내는 기회를 제공했다. 개인 수집가가 설립한 일반적인 재단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모니크 버거의 독특한 전시 기획의 특별한 행로는 점점 증가하는 젊은 수집가들에게 또 다른 모델이 되고 있다. 예술, 건축, 자연이 인류에게 가장 조화로운 시간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랑겐 재단의 고요한 건축물 내에 전시된 버거 컬렉션을 감상하며 대중은 모니크 버거의 예술품 수집 의도를 떠올린다. “나는 단순히 예술을 사는 게 아니에요. 지식(Knowledge), 웰빙(wellness), 기쁨(joy), 응시(staring)를 구하는 거예요.”
Installation views of the exhibitionHOW TO SEE [WHAT ISN’T THERE]A Group Show with Works from the Burger Collection Hong KongCurated by Gianni Jetzer, 9 September 2018~17 March 2019Langen Foundation, Dusseldorf, GermanyCourtesy: Burger Collection, Hong KongCopyright the artists / Photos: Bettina Diel※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